애살과 몰음과 신명이 넘치는 영산 3·1문화제(대회장:이배희)가 해마다 3·1절을 기점으로 경남 창녕군 영산(靈山)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빌며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 33여 가지의 각종행사와 7만명의 군민이 참여하는 이 지방 제일의 축제다. 2월 28일 불꽃놀이 전야제를 시작으로 3월 3일까지 치르는 나흘간 민속문화행사와 전시회, 전통놀이 등이 열려 군민들을 끌어 모은다. 이 축제는 군민들이 참여해 흥겹고 박진감 있게 펼쳐진 대규모 대동 축제로도 유명하다. 28일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3월 1일 구계목도 시연회, 해군군악대 및 의장대 시범, 작은 쇠머리대기, 골목 줄다리기 등의 행사가 치러졌다. 행사 한편에선 각종 축하공연과 나출세 각설이의 품바 공연 등 길거리 공연이 진행돼 볼거리를 더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충식 창녕군수 등이 참여했다.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 들어서면 장엄하고 날카로운 영취산(남성)과 수려하고 둥그스름한 함박산(여성)이 영산마을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다.
태백산 줄기의 남측 고봉을 이루며 우뚝 솟아오른 두산은 서로 신령스러운 정기와 위세를 겨루기나 하는 듯한 산세형상이다. 때로는 겨루듯 토라앉은 듯한 모습을 보면 서로의 산세가 강해 매년 마을의 젊은이나 인재들이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들 산살을 풀어줘야 한다는 축원놀이가 기층문화의 형태로 전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해도 씨름대회, 그네뛰기, 닭쌈, 짚공차기 등의 민속놀이 등 50여 가지에 이르는 행사가 진행됐으나 이젠 줄어 쇠머리대기, 줄다리기, 구계목도, 문호장 굿 등 30여 가지로 축소됐다.
행사에 쓰일 나무는 영산을 둘러싸고 있는 양쪽 산에서 제를 올리고 정성껏 얻은 나무로 서낭대와 나무쇠에 필요한 나무를 구한다. 이를 서낭대 대기, 나무쇠싸움인 쇠머리대기(중요무형문화제 제25호)로 활용한다.
행사는 영산을 가로지르는 5번 국도를 기준으로 동서편을 나눠 형식상 겨루기 형태의 놀이로 전개된다. 마을에서 또 그해 농사를 지은 짚을 모아 엮은 몸줄 80m와 60여 가닥 암 숫줄의 거대한 젖줄이 만들어 진다. 군민들이 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제 제26호) 등을 하며 극으로 얽힌 산살을 풀어 준다. 이것은 사람사이의 적대감과 한을 풀고 신명나게 노는 한판의 ‘화해의 장’으로 승화된다.
3·1민속문화제가 열리게 된 배경은 지난 1919년 3월 12일 밤 구중회 씨를 비롯한 24인이 결사대를 조직한 후 영산 남산봉에 모여 결사단원 명세서에 서명하고 독립만세운동을 펼친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3월 13일 목숨을 건 24인의 결사대가 남산 대나무 숲에서 나와 만년교(원다리·지방 보물 제564호)를 건너서 독립운동을 한 얼이 우리 기층민들의 단합된 정신으로 3·1문화제에 면면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행사는 2월 2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월 3일까지 가장 긴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과거엔 3월 1일부터 5일까지 무려 5일간 치러지던 때도 있었다.
원래 이곳 영산현은 유서 깊은 마을로 유적과 민족수난의 현장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호국의 현장이다. 화왕산성 등에서 보듯이 옛날 비사벌을 거쳐 가야와 신라의 접경인데다 신라의 진흥왕 척경비가 이곳에서 발견됐고 왜구들의 침투를 막아낸 곽재우 의병장의 활약지. 그리고 일제 때의 결사항전 그리고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투의 교두보로 2차례의 영산전투에서 흘린 피는 인근 낙동강을 붉게 물들인 민족 항전의 역사가 숨 쉬는 호국의 성지다.
이런 민족수난과 항전의 기백을 고취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전야제부터 연 나흘간에 걸쳐 각종 놀이와 축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어 올해로써 52회째를 맞았다.
이 정신이 옛날 역사적으로 사라진 가야와 신라 등의 전통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오늘날 이렇게 독특한 민속신앙과 습합되어 전승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주요행사로는 쇠머리대기, 영산줄다리기 발표회와 각종 행사들이 진행돼 군민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주로 문화제는 관에서 주도하는 놀인데 반해 영산 3·1문화제는 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로하는 대동놀이로써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오직 민중의 힘으로 스스로 가꾸어 온 전통 민속놀이에 혼을 더하고 신명을 불어 넣어 다른 지역 어디서도 그 유래를 볼 수 없는 우리들만의 독특한 지역문화를 가꾸어 온 지 오십년이 지났다”고 사) 3·1민속문화향상회 이배희 대회장은 말하고 “한마음으로 일구어온 우리들의 놀이 문화, 신명나는 농악과 즐거운 춤사위 속에 박진감 있게 펼쳐갈 것”이라고 대회사에서 밝혔다.
인근엔 제2의 경주라 불리는 창녕의 가야 고분, 석탑, 석빙고 화왕산성 등과 천년사찰 관룡사, 용선대 등의 문화유적이 많다. 또 국내 최고수온과 유황함량을 자랑하는 부곡온천과 부곡C.C가 있어 레저와 관광도 겸할 수 있다. 또 억새제로 유명한 화왕산과 등산코스가 있어 등산인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영산 쇠머리대기의 유래
영산 쇠머리대기는 우리나라에서 전승되어온 민속문화재 가운데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렬한 향토의 특성을 담아 원형 그대로 보존 전승되고 있다.
영산이란 마을의 영축산과 함박산의 수려하고 장엄한 산세에서 연유한다. 태백산 줄기의 남쪽에 고봉을 이루어 우뚝 솟아오른 이 두 산은 후미진 구계(九溪)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청정한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면서 서로 신령스러운 정기와 위세를 겨루기나 하듯 다정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고고한 형상이다.
이러한 두 산의 넘치는 정기와 위세를 화합으로 승화시켜 향토수호의 거룩한 상징으로 삼기 위해 살풀이 민속의 하나로 두 마리의 힘센 황소로 형상화해 쇠머리대기를 하게 된 것이다. 양 산세의 신령스러운 정기와 위세가 이 지방주민들의 의지와 맥락을 고동치게 하고 있다.
이 정신으로 영산 3·1문화제는 자연발생적인 민속의 축제로 전승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 민속축제를 통해 길러진 주민들의 애향정신, 단결력, 정의감, 용감성, 생산의욕, 화합정신은 마침내 임진왜란 때 왜구의 침략에 항쟁했고, 기미독립운동의 앞장에서 항일투쟁과 그리고 한국전쟁 때는 낙동강 전투의 교두보에서 조국수호에 희생적인 됫받침을 하게 된 것 등을 미루어 볼 때, 그 기윈은 옛날로 짐작되며. 그 불변의 의지와 맥락은 오늘까지 힘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쇠머리대기 민속은 두 마리의 나무로 만든 거창한 황소의 대결을 놀이화한 것으로 먼저 서낭대 대기와 진잡이 놀이로서 승부를 결정짓는다. 나무소의 형상과 제작방법이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쇠머리(나무소)의 제작방법은 생소나무와 짚줄로 통나무를 엮어 머리, 어깨, 몸통 등을 만든 다음 규격은 대략 머리 높이가 400cm, 어깨의 가로 길이가 430cm이고, 몸통 길이는560cm 정도가 된다.
그 형상은 추상적인 조형미가 뛰어 났는데 여기에 오색천을 장식하여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또 쇠머리에 소요되는 소나무는 대략 60본쯤 되는데, 나무를 산에서 벨 떼는 고사를 지내며 제작하는 동안은 농악을 치면서 안전을 빌고 흥을 돋운다.
◇장군출범
장군이란 대장, 중장, 소장을 총칭하는 말이다. 영산쇠머리대기(중요무형문화재 제25호)와 영산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에서 장군은 놀이를 가장 흥미롭고 신명나게 진행하는 총수(總首) 역할을 하며, 극진히 정성을 드려 무사고를 빌어야 하고 많은 군중을 통솔하고 용맹을 떨쳐 상대편을 이기는 즉, 승기(勝氣)를 조성하는 큰 임무를 젊어지게 된다.
장군으로 선발되는 사람은 인격과 재력과 당당한 체구를 갖추어야 한다. 한번 대장으로 선임되면 평생토록 대장으로 택호가 불러지며 죽으면 장군기는 곽에 넣어 같이 묻게 된다.
현재 장군의 복장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의상을 본떠서 1976년 제정했다. 장군의 거동은 쇠머리를 어르고 결전을 벌일 때나 줄의 가닥을 펴면서부터 줄을 말고 꼴 때와 줄을 운반하고 줄을 땡길 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지휘를 하게 되며 단합심과 사기를 붇돋우고 작업능률을 드높인다.
장군이 가는 곳엔 풍물이 울리고 기치가 나부끼며 군중이 따른다. 동네 거리를 행진할 때는 상대편의 영역침범으로 충돌이 일어나며 이싸움, 진잡이 놀이에도 용맹을 겨룬다. 쇠머리대기에서는 부상을 감수한다.
장군의 출영은 일단의 서낭과 풍물기치로 소장댁을 방문하면서 소장은 서낭에 재배하고 출진하며 서낭을
앞세워 중장을 모시러 간다. 더욱 많아진 군중과 풍물기치와 더불어 대장댁으로 가서 대장을 모셔서 그날의 행사를 시작하게 된다. 대장으로 선임되면 쓰임새가 많아진다.
3일 행사의 경우 5일 잔치집이 되는 것이다. 군중과 서낭, 신들린 풍물치기를 거느리고 칼춤을 추는 대장 그들은 영산민속문화제의 핵심이며 공로자이며 꽃이다. 2013년 올해 동부에서는 대장 이명곤 씨, 중장 김성수 씨, 소장 신선렬 씨가 장군으로 출범했고 서부는 대장 전태기 씨, 중장 성병일 씨, 소장 성명경 씨가 각각 장군으로 출범했다.
◇영산 3·1 민속문화제
유구한 역사를 통해 민족의 슬기를 승화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전승되어온 것이 바로 우리의 민속 문화인 것이다. 민족문화의 아름다움은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에 연유(緣由)하며, 그 정신적 저력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고대 서양문화의 발상지 희랍의 도시국가들이 올림피아 제(祭)를 통해 국가 통일의 기운을 조성했듯이 한국의 민속을 발전시켜 국가적 통일. 국민적 단합, 훌륭한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1919년 3월 1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수치의 역사를 씻기 위해 온 겨레가 피의 항쟁을 계속했을 때, 태백산 줄기 아래 평화스런 이 고장에도 함께 봉화를 들 줄 알았다. 이는 오로지 내 고장 조선(祖先)들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사사로움이 없는 단결력을 길러온 소치에서 온 것이다.
쇠머리대기(무형문화재 제25호), 줄다리기(무형문화재 제26호), 호장굿 등 우리고장의 고유한 민속놀이가 없었던들 너와 나 모두가 함께 즐거워하고 갖가지 지혜와 슬기를 동원하여 필승의 신념 하나만으로 네 것 내 것이 없고 잘 잘못도 가리지 않는 무사몰아(無事沒我)의 서민유희(庶民遊戱)의 극치를 어찌 찾아 볼 수 있었겠는가?
영차! 영차! 동서양군의 승리를 위한 대결, 그것은 분열된 아집이 아니고, 겨레의 진취를 다짐하는 합일의 우렁찬 함성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 우리의 정신적 바탕에 미친 영향이 큰 민속 문화로 뜻있는 향민이 한데 모여 이를 발굴 계승 발전을 위한 영산의 3. 1민속문화향상회로 집약된 뜻이 있다. 아울러 이것을 모체로 선열(先烈)의 뜻을 새기는 3월 1일을 가려서 서민문화의 향연을 해마다 베풀어 우리 민족의 영원한 정신적 기조(基調)로서 다지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것이 3·1민속문화제를 추진하는 취지다.
“문화는 그 민족에게는 혼이며 역사인 동시에 인류에게는 기중한 자산이다.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가 문화요, 인류가 존속할 수 있었던 배경도 문화다”고 (사)3·1민속문화향상회 남기두 회장은 인사말에서 밝혔다.
“뿐만 아니라 창녕은 제 2의 경주라 불릴 정도로 문화유적이 많다. 이렇게 유서 깊은 우리 고장에 우뚝 솟은 영산 3. 1민속문화제야말로 명실상부한 민속문화의 진수요, 사람 냄새가 물센 풍기는 축제의 향연이다. 문화는 공유해야 한다. 우리의 3·1민속문화제는 이제 우리 영산의 것도, 창녕의 것도 아니다. 영남인 아니, 우리 한국인 모두가 공유해야할 문화의 향연이 되도록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러한 전통문화가 우리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쳐다보는 문화제에서 함께하는 문화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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