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나라꼴이 어쩌다 돈을 퍼주는 세상이 되어 나라 곳간 살림이 어렵다 보니 아파트값 폭등에 이어 공시지가, 양도세 등등 모든 세금이 겁 없이 오른다.

애연가와 골퍼는 세금을 많이 내 이바지하는 바가 큰데 담배 피우며 공도 치는 분은 정말로 세금을 많이 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골프 치는 사람과 담배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내니 애국자까지는 못 돼도 나라 살림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같이 라운딩하는 친구 하나는 티샷하기 전에 꼭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어드레스를 하다 잔디에 담배를 두고 드라이버를 휘두른다.

그러면 나는 점잖게 “세금 많이 내서 억울하다고 향불 피우지 말고 오른쪽 해저드나 조심해~”라고 한마디 코를 쑤시면 고맙게도 영락없이 해저드에 빠져준다.

그럴 때마다 그 친구는 내가 티샷을 할 때 지지 않고 꼭 한마디를 하는데, “왼쪽에 오비 있으니 당기지 말어~”라고 구찌(?)를 하면 내 공은 이상하게도 왼쪽으로 잘 날아간다.

(여기서 ‘구찌’는 일본어 ‘くち’로 ‘입’이라는 뜻인데, 쓰면 품격이 좀 떨어짐. ㅎㅎ)

공을 잘 치면 OECD 회원국이 됐다 하며 돈을 따는 꼴이 보기 싫어 오비, 벙커, 트리플, 쓰리 퍼터, 해저드의 첫 글자를 따서 “오빠 삼삼해”라고 하는 벌타가 있는데 그 종목에 걸리면 종목당만 원의 벌금을 낸다.

지금 국가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올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공을 치려면 골프채, 가방, 옷 가방, 골프공, 모자, 양말, 장갑, 심지어 골프 티까지 사고 그것도 모자라 요즘은 거리측정기도 사니 결국 소비를 많이 하므로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는 꼴이다.

거기다 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오가며 식사도 해야 하며 그늘 집에서 턱없이 비싼 음료도 먹는다. 또한 카트 사용료, 라운딩 비용 등 모두를 계산하면 한번 공치러 갈 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고 그 모든 것들에는 세금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단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것은 캐디 수고비와 팁인데, 이제 캐디피도 세금을 매긴다고 하니 골퍼는 이 모든 세금에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최근 수년 사이 골프 인구가 급증했고 코로나19 여파로 골퍼들은 국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겹치며 국내 대중제 골프장 입장료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13.4만 원이던 대중제 골프장 주중 평균 이용료는 1년 만에 15.9만 원으로 뛰었고, 주말은 2020년 18.1만 원에서 2021년 20.8만 원으로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대중제 골프장에 비난의 화살이 유독 몰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누려왔음에도 시장 논리만 앞세워 이용자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12%의 취득세를 4%로 깎아주고 재산세는 1/10만 부과한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에서 감면된 세금 총액은 약 96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대부분 골프장 주인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본다.

서울 근교 회원제 골프장들은 주말에는 1인당 30만 원을 넘나드는 입장료뿐 아니라 골프 카트 이용료와 캐디 봉사료까지 함께 올라 골프장이 배짱을 부리고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골퍼들은 얼른 코로나가 끝나 국내에서 대접 못 받고 바가지 쓰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 같다.

골프장 사장들은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가 넘쳐 일어나는 일시적 상승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골퍼들은 골프장이 코로나의 특수 상황을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집중되고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근교와 수도권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호남과 영남지역은 그나마 상승 폭이 크지 않으나 그래도 골프는 비싼 운동임이 분명하다.

국민이 건강하지 못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줄일 방법은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최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스포츠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나라가 어려우니 사회적 약자에게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거에서 지지를 받기 위해 선심성으로 해서는 안 된다.

골프에서 초보자가 ‘OB’를 내면 아쉽지 않게 다시 한번 해볼 수 있게 동반자가 ‘몰간’을 주는 것은 대가성 없이 기분 좋게 주는 것인데, 선거를 의식해서 돈을 퍼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니 국민은 그것에 휘둘리지 말고 두 눈을 부릅뜨고 선거를 잘해야 한다.

국가 세원의 상당 부분은 성실히 일하는 근로자가 급여에서 만져보지도 못하고 지속해 세금을 떼인 것이니 열심히 일하는 국민 억울하지 않게 잘 사용하여야 한다.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희망을 품으려면 국민도 각자 운동을 열심히 해 건강해야 하고, 나라도 정신을 차려 나라 곳간을 선심성으로 함부로 열지 말아야 대한민국의 미래는 건강할 수 있다고 본다.

탈세하는 사람은 끝까지 과세해 엄하게 벌하고, 성실히 세금을 내는 사람과 큰 기업으로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리는 성실한 기업은 마땅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골프에 세금이 무척 많으니까 자주 골프를 치고 골프공도 많이 잃어버려 골프공 공장도 팍팍 돌아가게 하며, 버디도 많이 해 캐디 팁을 챙겨주고 운동하러 오가며 맛집에서 식사도 많이 하면 분명 대한민국 경제도 잘 돌아갈 듯싶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