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코리안투어 루키...신한동해오픈 준우승

절망적인 상황이 나를 구했다, 희망 하나로 미국을 갔다 오직 연습과 훈련뿐...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지난 2일 제32회 신한동해오픈에서 14언더파 270타로 깜짝 준우승을 거두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刻印)시킨 2016 KPGA 코리안투어 루키 김태우(23).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얻었지만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쳤다.

곱상한 외모를 소유한 그가 보여준 견고한 샷은 골프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김태우는 대회 기간 내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프로골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저는 그 동안 잘하는 선수도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실망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그는 웃으며 되물었다.

9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종료 후 김태우는 “오늘 하루 동안 5오버파를 기록했지만 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집중력이 조금씩 떨어져서 그렇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회부터는 이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신인 선수인 만큼 관심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일까. 김태우는 ‘현대해상 최경주 INVITATIONAL’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쳤다. 바로 전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2위를 기록했던 만큼 이번 대회 성적에 실망감이 클 것 같았지만 김태우는 오히려 평온했다.

23살의 청년 김태우는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QT를 2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제32회 신한동해오픈 공동 2위, 제5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공동 9위,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1세 때 골프를 시작한 김태우. 골프를 좋아했던 어머니는 아들을 항상 골프연습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어린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기도 했지만 아들이 골프 선수가 되기를 바랐던 소망도 담겨 있었다.

“학교 끝나면 어머니와 함께 매일 연습장으로 갔어요. 어머니가 레슨을 받거나 연습을 할 때 마다 저는 그냥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이 지루해 저도 공을 치기 시작했는데 가만히 볼 때와 달랐어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13년 국가대표에 선발된 그는 2014년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었으나 그 꿈은 이룰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이 7월에 있었다. 한 달 전 제12회 호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선발전 내내 드라이버샷이 계속 우측으로 밀렸다. 한 50m 정도? 제가 장타자는 아니지만 방향은 항상 정확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김태우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그것을 ‘드라이버 입스’라고 표현했다. 다른 시합을 나가도 혼자 연습을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한동안 김태우는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기만 했다. 아니, 적응할 수가 없었다.

김태우에게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항상 곁에서 아낌없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던 어머니의 사업이 기울어지면서 집안 환경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그는 골프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도 몇 번 해봤지만 쉽사리 골프채를 손에서 놓기는 힘들었다.

“골프를 그만 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상황이 그러니까 ‘골프를 그만 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저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진 것 같았어요. 공은 잘 안 맞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니까 자신감이 한 없이 떨어졌습니다. 연습장이나 대회장을 가면 누가 알아볼까 겁이나 가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인적이 드문 스크린 골프장으로 가서 공을 쳤어요.”

곧 마음을 다시 잡은 김태우는 한 없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가는 정말 골프를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이 오히려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습장을 오가던 김태우에게 어느 날 한줄기 희망의 빛이 찾아왔다. 어느 지인이 김태우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어머니와 친한 분이셨어요. 한국에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미국으로 전지훈련 가는 것을 권유하셨어요. 저는 단 번에 가겠다고 했어요. 집안 상황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제가 골프를 잘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11월. 김태우는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10주 간의 전지훈련 동안 취침 시간만 제외하고 오직 드라이버 스윙을 되찾는 훈련만 집중했다.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 김태우의 첫 시합은 2015년 3월에 열린 2015 KPGA 프론티어투어 3회 대회였다.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드라이버 입스’가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점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이어진 2015 KPGA 챌린지투어 2회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자리한 이후 3회와 4회 대회에서 각각 4위와 공동 3위를 기록하며 슬럼프를 완벽히 이겨낸 모습을 보였다. 기세를 이어간 그는 KPGA 코리안투어 QT도 통과하며 이번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제32회 신한동해오픈은 정말 저에게 의미 있는 대회였습니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큰 자신감을 획득했어요. 그리고 제가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후에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경기를 보러 오셨거든요. 마지막 날 스코어카드 접수를 끝냈는데 어머니가 보였어요. 한 없이 울고 계시기에 다가가서 안아드리려고 하는데 갤러리들이 갑자기 저에게 몰려들었어요. 사진과 사인 요청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더니 어머니께서 갑자기 웃으셨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김태우는 13일부터 16일까지 마카오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베네치안 마카오오픈에 참가하고 있다. 제32회 신한동해오픈에서 2위를 기록해 KPGA 코리안투어 선수 중 상위 입상자 3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0일 마카오로 출국한 김태우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 뒤 마카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저 굉장히 욕심 많은 남자입니다. ‘운이 좋았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올 시즌 꼭 우승 할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사진제공=KLPGA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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