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퍼들은 페어웨이 상태가 좋지 않아 로컬 룰로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해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페어웨이에서도 마크하고, 공을 집어 올려, 닦고, 스코어 카드 하나 정도의 거리에(약 20cm) 플레이스하고 플레이하는 로컬룰이다. 비 온 뒤 이런 상황에서도 플레이스한 이후에 클럽 헤드로 볼을 옮겨 놓고 플레이하는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공을 옮겨 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지는 습성을 가졌으니 말이다.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조금은 생소한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가 골프 룰에 있다. 장소가 젖어있기 때문에 더 나은 위치로 볼을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임시 규정이다.

악천후로 진흙탕이 된 페어웨이에선 진흙이 뭍은 공을 수건으로 닦고 다시 올려놓는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되는 공식 경기가 자주 출몰한다.

이를 프리퍼드 라이 룰(Prefered Lie Rule) 이라고 한다. 페어웨이 잔디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혹은 지면이 질척거릴 경우 구제받는 규칙을 말한다. 진흙, 과도한 습지 또는 불량한 코스 상태로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울 때 코스를 보호하기 위해 공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개는 비가 많이 내려 코스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페어웨이에서 대회조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 규칙이 적용된다. 프리퍼드 라이 룰은 골프 부속규칙에 있는 로컬 룰이다.

이것은 항상 구제가 가능한 게 아니라 로컬룰로 구제를 규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2016년 PGA챔피언십 FR가 메이저대회 역사상 최초로 프리퍼드라이를 로컬룰로 규정한 대회였다.

원래는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질척거리는 영국 날씨 때문에 생긴 규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윈터 룰(Winter Rule)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캐주얼 워터는 물이 고인 지역을 말하며,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이므로 규정에 의해 항상 구제되며, 프리퍼드 라이는 로컬룰로 지정해야 구제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질퍽거리든 마른 상태이든 페어웨이에 박힌 공은 항상 구제 대상이다. 박힌 공에 관한 규정 룰에는 ‘공이 Through the green 상의 잔디가 잘 깎여진 곳에 공이 자신의 피치마크에 박혔으면 벌타 없이 집어서 닦고 드롭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골프에서 가장 기본 룰인 ‘볼은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에 반하는 것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에서 발간한 골프규칙 책자의 표지 안쪽 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Play the ball as it lies, play the course as you find it, and if you cannot do either, do what is fair. But to do what is fair, you need to know the Rules of Golf(볼은 움직이지 말고 있는 그 상태대로 플레이하고, 코스는 정해져 있는 그대로, 비록 잘 못 설정되어 있다고 해도 그대로 따라서 플레이 하라, 그리고 앞의 두 가지를 다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공정하게 플레이하라. 그러나 공정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골프의 규칙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간과하기 쉬운 골프규칙 중에서 이 부분이 항상 어렵다. 이를 간과하는 것은 규칙을 몰라서도 있겠지만 또 공을 터치하는 습관이 있고, 골프장의 과잉 진행, 내기가 걸려 있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더 잘 치고자 하는 인간들의 기본적인 욕망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에 이물질이 묻었다면?
작은 이물질에도 골프공의 스핀과 탄도가 크게 바뀌는 이유는 딤플 때문이다. 공 표면의 움푹 파인 부분인 딤플은 공의 정확도와 비거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LPGA투어 평균 3번 우드 샷을 보면 공은 초당 2704번 회전하며 비거리 178m를 날아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딤플에 이물질이 묻으면 비거리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물질의 양에 따라, 비거리는 최대 100m 까지 차이가 난다. 이처럼 비거리만이 아니라 방향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공의 측면에 진흙이 묻은 경우 공 반대쪽으로 회전이 더 걸리면서 공은 한쪽으로 휘어지게 되는 등 참 민감한 공의 역학이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공에서 딤플은 정확하게 좌우 대칭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한 부위에 좌우 대칭이 깨지기 때문에 공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백스핀 량도 감소해 여러 가지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골퍼들은 진흙이 묻은 공으로는 한 라운드에서 2~3타 이상 차이가 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프리퍼드 라이의 활용 예
엄격한 프로대회 페어웨이에서 공을 닦을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하는 경우엔 골프의 맛이 약간 상쇄되는 경우도 있다.

전인지가 우승한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때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에 가깝게 붙일 수 있었던 것도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혜택은 전인지만이 아니라 큰 대회에서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고 우승했다.

2016년 PGA 챔피언십 FR 17번 홀에서 지미워커가 페어웨이에 있는 공을 집어들고 닦은 후 제자리에 공을 놓고 게임을 진행했다.

지난 5월에 미국 버지니아주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민지(호주)는 골프장에 비가 많이 내려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룰이 적용됐다. 페어웨이에 올라간 볼을 닦은 뒤 한 클럽 이내에 드롭해서 칠 수 있어 티샷만 페어웨이에 보내면 두 번째 샷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2011년 던롭골프에서도 허석호가 프리퍼드 라이 룰의 덕을 톡톡히 봤다. 허석호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피닉스 대회 2라운드 그린 위에서도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룰'이 적용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폭우가 쏟아진 피닉스 골프장은 그린 위까지 물이 괴었다. 이 때문에 대회조직위는 그린의 물이 고인 곳에 볼이 떨어지면 홀에서 가깝지 않은 곳으로 옮겨놓고 퍼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라운드 17번 홀까지 한 타를 잃은 허석호는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 만에 그린 위 홀 3m 옆에 볼을 올렸지만 물이 고인 곳에 떨어졌다. 허석호는 볼을 옮길 마땅한 곳이 없자 아예 그린 가장자리를 택했다. 홀까지 거리는 다소 멀어졌지만 퍼트 라인이 스트레이트였기 때문이다. 허석호는 이곳에서 깨끗하게 버디를 잡아냈다.

하지만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디어런TPC(파71, 7,256야드)에서 열린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존디어 클래식 4라운드에서 1타 차 공동 3위(19언더파)로 마친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5, 이진명)는 마지막 18번 홀 벌타에 무너졌다. 그것도 페어웨이에 놓인 볼을 닦은 뒤 놓을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적용됐지만 대니 리가 이를 착각해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무심코 볼을 집어든 것.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그는 이 홀에서 보기를 내 단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또 두 명이 동시에 '꿈의 59타'를 유러피언투어 진기록을 했으나 공식 기록으론 인정 안 된 사례도 있다.

2013년 유러피언투어에서 동시에 두 명의 선수가 ‘꿈의 59타’를 작성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호르헤 캄필로(스페인)와 콜린 넬(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남아공 더반 마운트에지콤베CC(파70)에서 열린 넬슨만델라챔피언십(총상금 100만유로) 2라운드에서 나란히 11언더파 59타를 기록했다. 캄필로는 4번홀(파4)과 12번홀(파5)에서 이글 2개를 잡았고 버디 7개를 곁들였다. 넬은 12번홀(파5) 이글 1개와 9개의 버디를 노획했다. 두 선수 모두 보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플레이를 하면서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룰을 적용받아 모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사상 처음 나온 ‘같은 날 2명 59타’의 진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된 경우에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진제공=LPGA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