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달이 둥글어 간다. 절기에 맞춰 들녘의 오곡들도 둥글어간다. 추석이다. 추석을 중추절(中秋節)ㆍ가배(嘉俳)ㆍ가위ㆍ한가위라고도 한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가장 풍성한 때이다.

유래는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했으며 일종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한다. 그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고 그런 계기에 조상들에게 그 수확한 음식을 차려드리고 그 음식으로 가족끼리 둘러앉아서 먹는 단합의 의미가 강하다.

‘한가위’의 핵심적인 의미는 우리민족이 흩어지지 말고 하늘·땅의 한가운데서 함께 살자는 염원이 깃든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횡적인 단합과 과거 조상과 현재의 나와 그리고 미래의 후손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두 축의 정점에 추석은 존재하는 것이다.

15일은 한국의 4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추석이다. 둥그렇게 떠 오른 달을 보고 어머니 얼굴도 떠올린다. 혹은 고향의 풋사랑도 떠올리며 눈물짓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연민을 가지기도 한다. 온갖 감정이 교차한다. 아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까닭모를 연민을 가져보기도 한다. 추석전날 객지로 떠난 자식들이 안 올 줄 뻔히 알면서도 사립문 열어 놓고 동구 밖으로 시선을 자꾸 던질 늙수레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추석은 죽은 자의 비중 보다는 산자에 중심이 가 있어야 한다. 현재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선조들을 핑계로 모여서 교감하는 날이다.

가족의 융합을 꾀하고 평화를 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우리의 추석이다. 그런 만큼 민족의 사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추석의 본질을 퇴색시키지 말고 좋은 풍속은 지켜가야 한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 들녘은 풍요롭고 마음은 흡족하고 그래서 하늘의 둥근 달에게 축원을 하는 날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우리민족의 풍속인 추석을 망가뜨린다면, 우리가 복고할 수 있는 과거의 모델이 없다면 어찌 미래의 비전을 세울 수 있겠는가.

추석의 명칭
‘한가위’는 ‘하늘과 땅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가위’의 ‘한’은 ‘하다(大·正)’의 관형사형이고 가위란 ‘가배(嘉俳)’를 의미한다. 이때 가배란 ’가부·가뷔’의 음역으로서 ‘가운데’란 뜻인데 지금도 영남지방에서는 가운데를 ‘가분데’ 가위를 ‘가부’ 가윗날을 ‘가붓날’이라고 한다. 한가위란 8월 중에서도 정(正)가운데란 뜻이다.

추석을 말하는 ‘한가위’란 라에서 ‘한’은 ‘크다’ ‘넓다’ ‘밝다’ ‘높다’란 뜻이 있다. 그리고 가위란 ‘가운데’란 뜻이다. ‘한가위’란 밝고, 높고, 넓은 큰 가운데를 말하는데 즉 하늘과 땅과 인간의 중심을 의미한다.

좀 더 풀어 보면 우리민족은 삼신일체 사상을 가지고 있다. 삼신일체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 광명세상에서 중심이 되는 때가 바로 한가위라는 의미가 되겠고, 그 중심의 광명세상은 바로 우리 민족이 한가운데에서 하늘과 땅과 조상들께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가위’로 해석된다.

한가위를 ‘추석’, ‘중추절(仲秋節·中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 한 것은 훨씬 후대에 와서 생긴 것으로, 서글(한자)이 문자로 널리 사용되고 있을 때 ‘중추(中秋)’ 혹은 ‘추중(秋中)’으로 부르면서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붙여 ‘추석秋夕’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어찌됐든 서글은 우리민족이 발명한 것이니 ‘추석’, ‘중추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의 최고 명절인 추석 팔월한가위를 나타내는 데는 엄밀한 구분이 있다. 달(月)ㆍ날(日)ㆍ시(時)로 분류해 본다.

① 중추절(仲秌節)은 월(月)을 기준으로 한다.
가을 석 달 중 가운데 달 8월 한 달 동안이다. 가을 석 달은 초추(初秌 : 음력 칠월), 중추(中秌 : 음력 팔월), 종추(終秌 : 음력 구월)

② 팔월한가위는 일(日)을 기준으로 한다.
8월 중 한가운데 보름날 하루이다. 팔월 한가위가 바른 어법이다. 그냥 한가위는 12개 달이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모호하다.

③ 추석(秌夕)은 시(時)를 기준으로 한다.
보름날 중에서도 달이 가장 커지는 시점이다. 이때 각자 소원을 품고 보름달맞이를 한다.

이처럼 중추, 팔월한가위, 추석은 모두 가운데(中央)를 나타내고 있다.

중추(仲秋)는 가을 석 달 중 가운데 달이다. 팔월(八月)한가위는 중추(仲秋)달 중 가운데 날(보름)이다. 추석(秌夕)은 보름달(滿月)이 떠오르는 시점(時點)이다. 달의 한 달 일생 중 한 가운데다. 또는 보름달이 기울기 시작(夕)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제사 용어
사(祀)ㆍ제(祭)ㆍ향(享) <예기(禮記), 제통(祭通)>
- 祀 : 천신(天神)에 지내는 제사(天神稱祀)
- 祭 : 지신(地神)에 지내는 제사(地神稱祭)
- 享 : 종묘(宗廟)에 지내는 제사(宗廟稱享)

종묘지제(宗廟之祭) <이아(爾雅), 석천(釋天). 시경, 소아(小雅) 천보(天保)>
춘왈사(萅曰祀) 봄 제사를 祀(사)
하왈약(夏曰禴) 여름 제사를 禴(약)
추왈상(秌曰嘗) 가을 제사를 嘗(상)
동왈증(冬曰蒸) 겨울 제사를 蒸(증)이라 한다.

제사음식
철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의 종류와 조리 정도가 달랐다. 복잡해 보이는 차례상 상차림에도 규칙이 존재한다. 사자성어로 차례상 좌우에 어떻게 배치하는가를 알아두면 쉽다.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
・두동미서(頭東尾西) : 생선의 머리는 동쪽에,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는다.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접동잔서(楪東盞西) : 접시는 동쪽에, 잔은 서쪽에 놓는다.
・숙서생동(熟西生東) : 익힌 것은 서쪽에, 날 것은 동쪽에 놓는다.
・면서병동(麵西餠東) : 면은 서쪽에, 떡은 동쪽에 놓는다.
・반서갱동(飯西羹東) : 밥은 서쪽에, 국은 동쪽에 놓는다.
・건좌습우(乾左濕右) : 마른 것은 왼쪽에, 젖은 것은 오른쪽에 놓는다.
・좌포우혜(左脯右醯) :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조율이시(棗栗梨枾) :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는다.

차례상 진열
차례상은 한 줄이 아닌 여러 줄로 큰 상차림을 하기 때문에 열에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조상을 나타내는 신위에서 가까운 쪽부터 1열로 정해본다.

・1열 : 식사류인 밥과 국을 올린. 시접, 잔반, 밥과 국을 신위 수만큼 올리는데, 설날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2열 : 생선탕, 두부탕, 고기탕 등 탕류를 올린다.
・3열 : 구이, 전 등을 올리는데, 어동육서와 두동미서의 원칙을 따른다.
・4열 : 포와 나물, 김치 등 밑반찬류를 올리며, 좌포우혜의 순서로 놓으면 된다.
・5열 : 과자, 과일 등 후식에 해당하는 것들을 올리는데, 조율이시, 홍동백서 규칙대로 배열한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의 순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밥과 국 같은 기본 식사류는 가장 가까운 쪽에 놓고, 메인 요리라 할 수 있는 탕이나 구이 같은 것은 가운데, 그리고 반찬류는 주변에 놓으면 된다. 차례상을 받는 조상이 계신 신위를 기준으로 가까운 곳에는 기본 식사류와 탕, 그리고 먼 곳에는 반찬류나 후식류를 놓는다는 것을 알아두면 훨씬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지역별 추석 상차림
차례상(茶禮床)은 지역마다 비슷하지만, 올리는 음식이나 위치는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경기도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중요하게 여긴 북어를 중요시해서 차례상에 꼭 ‘통북어구이’를 올렸다. 또 녹두를 갈아 배추를 고명으로 넣고 만드는 녹두전을 부침전으로 올리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생선은 적게 올리지만, 생선 가운데 으뜸인 굴비를 비롯하여 참조기, 가자미 등을 올리기도 한다.

경상도 대구 지역은 적으로 참상어살(돔배기)을 구워서 올린다. 바다를 끼고 있어 조기뿐만 아니라 민어, 가자미, 방어, 도미 등 여러 종류의 생선과 어패류, 그리고 북어포, 대구포, 가우리, 피문어 등의 생선포 등도 함께 올린다. 안동에서 유명한 안동식혜는 그 지역의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제물이다.

충청도 3도가 인접한 충청도는 다양한 제물을 올린다. 경북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건어물인 대구포, 상어포, 오징어, 가오리포, 피문어 등을, 호남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말린 홍어, 병어, 가자미, 낙지, 서대묵 등을 올린다. 바다가 인접하지 않은 내륙지역에서는 배추전, 무전 등 전과 부침류를 올리기도 한다.

전라도 전라도 차례상에는 홍어를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음식 문화도 발달한 지역이어서 차례상에도 다양한 음식이 오르는 편이다. 병어나 낙지, 꼬막 같은 어패류도 많이 올린다.

강원도 산간지역으로 나물과 감자, 고구마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특히 메밀꽃으로 유명한 평창은 차례상에 반드시 밀전을 올린다. 버섯류도 부침이나 전의 단골 재료로 송이와 같은 귀한 버섯은 소적으로 구워내고, 어물이 많이 나는 동해와 강릉 지역에서는 명태포와 생선전은 필수다.

제주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산물을 차례상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에서만 잡히는 옥돔 등의 생선이나 전복과 함께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다양한 과일들도 차례상에 많이 올린다.

차례상에 꼭 올려야 하는 음식이 있지만,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복숭아나 붉은 팥은 귀신을 쫓는다 하여 차례상에 올리면 조상이 찾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또 고춧가루나 파, 마늘 등을 양념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름의 끝이 ‘치’로 끝나는 갈치나 꽁치 등은 천하다고 여겨 상에 올리지 않는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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