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홍성일 예술감독] 이른 새벽부터 서울에서 KTX를 타고 순천을 내려왔다. 순천 아고라페스티벌 오디션 심사위원 자격으로 축제 현장을 찾았다.

사실 순천을 내려오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도 많았다. 그동안 필자는 대학이나 이벤트 행사현장에 강의나 심사의뢰가 와도 부족한 자신을 생각하며 고사(苦辭)해 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생각을 달리하여 오랜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순천 아고라페스티벌 오디션 현장은 순천지역의 지역문화예술인 250여 팀과 1.000여명의 지역예술인들이 참석하여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순수한 지역문화가 만발한 아름다운 꽃을 보여준 그런 소중한 자리였다.

이처럼 예술을 사랑하고 소통하는 광장에 모여든 예술인들이 보여준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정성스레 작성했을 기획서를 심사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단시간 생각과 설명으로 평가하고 당락을 결정하는 것도 미안하고, 오디션을 보다 보면 훌륭한 기량을 가진 예술인들을 보게 되는데 기량을 짧은 시간에 평가한다는 것도 옳은 생각인 것 같지도 않아 속내가 편치 못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어디서 배웠는지 연출에 연(演)자도 잘 모르는 스텝들이 마구잡이로 덤빌 때는 정말 강의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순천에서의 오늘은 왠지 기분이 마냥 좋고 즐거웠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끼와 예술은 순수 아마추어에도 불구하고 프로를 감동시키는 예술행위가 돋보였다. 그야말로 지역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특이한 문화현상이었다.

순천을 일컬어 ‘지역문화의 보고’가 허투(虛套)한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처럼 순천의 허물없는 자연스런 문화는 지역문화의 자랑이자 유산이며 가장 경쟁력 있는 모멘텀(momentum)이다. 도시 자체가 문화이며 국가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문화의 도시 순천, 미래가 아름다웠다.

몸과 마음도 고단한 하루였지만 순천이 보여준 열정에 피곤함도 잊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을 순천만의 진정한 지역문화를 멋있게 한수 배우고 간다. 늦은 저녁 어둠을 뚫고 서울로 향하는 KTX는 빛의 속도로 질주했다.

홍성일 예술감독｜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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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 예술감독은...
1993년 대전 EXPO문화행사 ´거리의 볼거리´ 연출, 문화관광부 2001 지역문화의 해 팀장, (재)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기획실장,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총감독,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예술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이벤트프로모션협회 이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