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SK텔레콤오픈 최종일 18번홀 버디 퍼트 성공 후 환호하는 최진호

▲ 2015 SK텔레콤오픈 우승 후 가족과 함께

가족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예전과 달리 골프 자체를 즐기는 법 깨달아’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통산 4승을 기록하며 KPGA 코리안투어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최진호(32, 현대제철)는 지난 2005년 투어에 데뷔했다. 국가대표(2003년)를 지내며 유망주로 꼽혔지만 최진호의 골프인생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드라이버 입스(Yips : 샷에 대한 불안 증세)로 한 해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컷 탈락의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시련을 이겨내고 투어에 안착한 그의 골프 인생과 다승을 꿈꾸는 2016 시즌 출사표가 궁금했다.

롤러스케이트에서 골프로 전향 그리고 유망주로 거듭나
광운초등학교 시절 롤러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다. 운동 삼아 가입했는데 참가한 시합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초등학교 4학년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서 처음 접한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5학년 때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으나 어린나이에 적응이 안 돼 10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선수의 꿈을 갖고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중학교 진학 후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대회에서 10승을 거두면서 유망주로 거듭났다.

2004년 KPGA 프로(준회원)와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취득하고 2005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 14개 대회 중 12개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듬해 2006년 비발디파크 오픈에서 데뷔 첫 승과 상금순위 8위에 오르는 활약으로 그해 명출상(신인상) 수상의 영광도 함께했다.(현재 명출상 수상 대상자는 ‘투어 데뷔 연도’로 한정되었지만 당시는 ‘협회 입문 3년 이내 선수’로 되어 있어 2004년 KPGA에 입문한 최진호는 2006년 명출상 수상이 가능)

“기다리던 첫 우승과 신인상까지 받아 자신감은 최고였다. 언론과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고 많은 우승을 하고 싶었던 시기였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드라이버 입스로 찾아온 위기, 스스로 극복해
준우승 1회, 3위 1회, 톱10 4번 이름을 올리며 상금순위 17위로 2007년을 마친 최진호는 2008년 참가한 15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본선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미 PGA투어 진출을 위해 무리하게 거리를 늘리려 스윙을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적인 부분만 바꾸려다 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흔들렸고 드라이버샷이 가장 큰 문제였다. 샷의 정확성이 떨어지니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주변에서 군 입대를 권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군에 가면 나중에 달라지는 것 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아 우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자고 생각했다. 군대는 최고의 자리에서 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선택은 미국행이었다. 처음 몇 개월간 골프채 대신 바벨을 들어 올리며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몸만들기에 열중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뒤 다시 골프채를 휘둘렀다. 불안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다시 스윙 연습을 하니 정확도도 향상됐다. 체력적으로 안정되고 샷도 정확해져 샷을 테스트하기 위해 PGA투어(2부 투어) 예선전에 참가했다. 예선전을 통과하고 많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최진호는 2009년 11월 KPGA 코리안투어 QT(Qualifying Tournaments)를 통과(공동 17위)하며 2010년 투어에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힘든 시기 이겨내고 우승컵에 입맞춤, 군 입대 그리고 화려한 복귀
최진호는 2010년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복귀 4년 만에 우승이었다. 수상 소감에서 “정말 기뻤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낸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그해 KPGA 재기상도 수상했다.

2011년 17개 대회에 참가해 16번 컷 통과, 2012년 제7회 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 우승하며 군에 입대했다. 그의 말대로 정상의 자리에서 투어를 떠나 군복무를 시작했다.

2015년 KPGA 코리안투어에 정식 복귀한 최진호는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오픈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숨이 멎을 듯한 중압감 속에서도 마지막 18번홀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거둔 1타 차 우승이었다.

상금순위 2위(303,933,295원), 그린적중률 2위(74.7%), 대상포인트 3위(1,830포인트), 최저평균타수 부문 4위(70.55타) 등 각종 기록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참가한 11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에 성공하는 등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2년간의 공백을 감안한다면 2015년 기록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인데 최진호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2015년은 군 복무 이후 투어에 복귀해 우승도 했고 성적에는 만족하지만 KPGA 대상이나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올해로 투어 데뷔 12년이 됐지만 그가 받은 상은 명출상(2006)과 재기상(2010)이 전부다. 기록적인 부분에서는 상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 미국 LA에서 전지훈련 중인 최진호

▲ 미국 LA에서 전지훈련 중인 최진호

최진호는 현재 미국 LA에서 막바지 훈련에 임하며 2016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투어 생활하면서 아직 다승(한 시즌 2승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는데 올 시즌에는 무엇보다 2승 이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꾸준한 성적의 지표인 덕춘상이 가장 탐난다. 지난해에는 퍼팅이 잘돼 좋은 성적 낼 수 있었다. 좋은 성적을 위해 퍼팅은 필수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퍼팅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두 아들의 아빠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
최진호는 대회가 없거나 비시즌 기간에는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결혼 전, 두 아들<(승언(5), 승현(3)>이 있기 전에는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다. 그날 기록한 스코어에 따라 울고 웃었다. 순위에 따라 중압감을 느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지금은 가족이 생기면서 세상을 보는 눈과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고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심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다 보니 대회장에 갔을 때도 예전과는 달리 골프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가족이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예전에는 대회 참가를 위해 이동하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가 있었다. 전국 어디를 가도 관심은 오직 대회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회장에 가면 좋은 경치에 감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진호는 2007년부터 꾸준히 미국과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도 PGA투어 2부(웹닷컴투어 큐 스쿨)투어를 치렀으나 2차전에서 안타깝게 떨어졌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골프 선수로 기억되길 원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꿈을 향해 정진하는 도전정신은 결코 무모하지 않다. 골프 자체를 즐기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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