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오혜련 프로] 필리핀 푸에르토아줄 골프클럽은 1978년 마르코스가 대통령 시절 자신의 지인과 외국 사절들과 함께 파티하기 위해 조성한 종합 리조트로 알려져 있다. 청남대와 같은 휴양지라 할 수 있다.

만들어 지기 전부터 마닐라 근교에서 여러 곳의 예정지 중에 마르코스 부부가 직접 관여를 하여 태풍에서 안전하고 경치마저 아름다운 이 곳에 애정을 가지고 만든 리조트라 한다.

이 부부는 후에 이 곳에서 은혼식을 치르면서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초청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던 곳으로도 유명한데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이곳에서 골프 캠프를 치르면 어떨지 생각하며 답사 여행을 떠났다.

바다로 둘러싸인 밀림 위에 골프코스가 위치해 있고 당시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됐으며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 및 각종 투어가 개최가 됐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한국인이 임대 운영을 맡고나서 부터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결국 나의 귀까지 들어오게 된 이곳으로 한번 떠나보도록 하자.

먼저 정글 코스. 정말이지 대단하게 밀림이 우거진 이곳은 모든 파워히팅 골퍼들의 눈물이 글썽이게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원숭이가 뛰어다니는 그 곳은 아이들의 시선같이 순수한 눈으로 보면 자연 그대로의 코스고 이기적인 눈으로 보면 정말 무서운 곳이다.

좁은 페어웨이와 코스 오른쪽 왼쪽으로 휘어지는 것에서 부족해 끝도 없이 러프 옆으로 같이 다니는 단짝 같은 실개천 해저드들.

비거리만 나는 골퍼라면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비치 코스는, 이런 아름다움을 가져야 100대 골프장에 드는 구나를 느끼게 하는 view를 갖고 있다.

특히 16번홀부터 보이는 탁 트인 바다의 전망은 15번홀까지 슬픈 스코어를 치고 온 어느 골퍼들의 눈과 몸의 피로를 한 번에 날릴만한 그것이다.

그리고 내가 쉼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낀 수빅 골프 앤 리조트.

외부 시설은 필리핀 현지 느낌의 건물이다.

지붕도 그렇고 주변 조경은 대부분 그 나라의 꽃들과 코코넛 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내부는 다른 동남아시아의 리조트 정도의 수준 그리고 식당은 가히 한국에 있는 착각을 느끼는 수준의 한식메뉴였다.

잘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나로써는 한식을 이렇게 만들어 내는 필리핀 아주머니에게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새우면서 “이모님, 이모님”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골프 선생님이 골프에 대한 이야기에서 약간의 외도를 한 것은 그만큼 리조트 경영진의 진심어린 배려와 현지 사람이 만들어 내는 한식의 수준에 감탄했기 때문이라고 해줬으면 한다.

몇 가지 그곳의 장점을 얘기하자면, 첫째 현지 코스에서 일하는 캐디들의 골프 수준이 높다.

그곳에 가는 골퍼는 연습할 때 발견되지 못하는 본인의 단점을 그 자리에서 캐디에게 지적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보는 눈의 수준이 있다.

중요한 이야기를 어렵게 하지 않는다. 많은 단어를 써서 표현하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의 폭이 멀어질까봐 간단한 몇 단어로 지적하는 것이 장점이랄까.

둘째 골프 외에도 다른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집중성 호우를 30여분 기다리고 플레이에 임하는 진지한 골퍼가 되든, 집중성 호우를 피해 빗소리에 섞인 지난 가요를 들으면서 산미구엘을 한잔 기울이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골프와 빗대어 이야기 하는 낭만적인 골퍼가 되든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다.

셋째 경영진 외의 일하는 그들의 착한 국민성이다.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동행한 팀장과 나 모두 한 번씩 휴대폰을 분실했다.

한국에서는 찾지를 포기할 일이지만 밤이고 낮이고, 잃어버린 곳이 리조트여도 골프장 코스 내 그 막막한 곳이어도 주인의 동선을 파악하며 그들이 함께 찾아주어서 지금도 두 개의 휴대폰 모두 각자 주인의 주머니 속에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동남아 골프는 좋은 코스를 만족스러운 가격에 즐기는 것에 있다.

만족스러운 가격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그런 수준의 골프장은 그 가격에 이용할 수가 없다는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리가 동남아에서 골프를 임하는 플레이어로써 복장이 불량하거나 태도가 거만한 모습을 보면 같은 나라의 사람으로써 부끄럽기 그지없다.

우리도 전쟁 후에 어려운 날들을 겪었다. 그들보다 GDP가 높다고 해서, 좋은 곳에 몸을 누인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야!”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킨다.

골프를 아는 사람은 겸손하다.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각자 자신에게 반문하고, 나의 골프를 임하는 모습이 나의 인생의 스케치가 된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멋진 골퍼가 되길 바란다.

통장의 잔고가 우리 인생의 성공여부를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듯 슬리퍼 신고 라운드 티에 반바지 입고 “야, 너”하면서 친 골프 스코어가 싱글이라고 해서 그대가 멋진 골퍼가 아니다.

오혜련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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