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

골프는 그린에 올리면 되고 그 다음에 퍼팅하면 되는 것

[인천/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골프가 축제라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이번 대회를 취재하면서 화합하는 골프, 배려하는 골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 골프계에도 뭔가 변화의 바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프레지던츠컵은 막(幕)을 내렸고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인천 송도)은 조용하다. 대회는 미국팀이 승리했지만 인터내셔널팀은 결코 패자가 아니다. 패자가 보여준 멋진 플레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프레지던츠컵 대회의 특징은 개인전이 아닌 팀 대항전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개인플레이보다 팀웍을 먼저 생각한다. 선수들은 필요할 때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환상적인 팀웍은 그래서 돋보이고 아름답다.

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은 우승의 영광을 인터내셔널팀 단장과 24명의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대륙간 골프대항전(인터팀-미국팀)으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최종대회를 마치고 양팀(인터팀-닉 프라이스 미국팀-제이 하스) 단장과 선수들이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국팀 기자회견

▲ 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

제이 하스 단장 – 이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우선 우승의 영광을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을 비롯해 인터내셔널팀 모든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다. 인터내셔널팀 선수들 모두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고 우리도 그에 걸맞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플레이에서 몇 차례 아쉬운 플레이도 있었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필요할 때에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그리고 환상적인 팀웍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플레이는 없었다. 모두가 팀의 일원으로 함께 했다. 이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Q&A]
▲ 마지막 18번 홀 퍼팅은 어땠는지?
크리스 커크 그 퍼트가 성공되어 정말 다행이다. 퍼팅 위치가 좋지 않은데다 길이가 길어서 쉽지 않았고 당시 굉장히 긴장했었다. 다른 대회와 다르게 팀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행히 성공해서 정말 기뻤다.

▲ 마지막 경기가 빌 하스였는데 감흥은?
제이 하스 사실 단장으로서 굉장히 긴장됐다. 그 자리에 어느 선수가 있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특히 내 아들이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마지막 조에 빌 하스를 배정하면서 별 다른 의미는 없으리라 생각 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다행히 좋은 샷을 날렸고 다른 선수들도 그랬겠지만 나도 빌 하스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한 주간 정말 잘 해줬다.

▲ 필 미켈슨의 이글 벙커샷

▲ 대회 출전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데 다음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은지?
필 미켈슨 나는 여기 같이 출전한 미국팀 선수들을 너무 사랑한다. 프레지던츠컵은 한 시즌 중 가장 신나는 한 주이다. 미국팀 소속 선수로서 팀에 기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다. 내년 라이더컵도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고, 앞으로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고 싶다. 다만 다음에는 단장 추천이 아닌 자력으로 출전하고 싶다.

▲ 언제 자신이 이번 대회의 승부를 결정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나?
빌 하스 13번홀 티샷할 때쯤 보니 그때까지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내가 마지막에 팀의 승부를 결정 짓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걸 알게 됐다. 어젯밤 잭 존슨과 얘기했을 때 ‘앞에서 잘 해줘라. 그래야 내가 위닝 포인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존슨은 ‘마지막 조의 압박감을 즐기면서 잘해야 된다’고 격려했다.
메이저 우승을 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경기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해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팀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 18번홀 퍼팅 이후 아니르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크리스 커크 그냥 미안하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나는 퍼팅을 시도해 들어간 것에 대해 기쁨에 들떠 있는 상태였고 라히리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신사답게, 그리고 의젓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나와 함께 한 조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이제는 좋은 친구가 된 만큼 앞으로도 친분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아들이 18번 홀에서 경기 했을 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했는데, 본인도 그런 승부를 결정짓는 샷을 날린 적이 있지 않은가?
제이 하스 그렇다. 95년이었던 것 같다. 약 20년 전 똑같은 상황에서 플레이 했는데 그 당시 빌 하스가 아들로서 내 경기를 보고 있었다. 20년이 지나 같은 상황을 반대로 내가 지켜봤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더욱 기쁘다.

▲ 94년 이후 프레지던츠컵에 연속 출전 중인데, 프레지던츠컵이 골프 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지?
필 미켈슨 그렇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개인전이 아닌 팀 대항전을 치른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팀 선수들은 그런 팀 대항전 특유의 감정과 흥분, 그리고 부담감을 즐긴다. 프레지던츠컵은 정말 멋진 골프 이벤트이고 골프 산업에 아주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제이 하스 대회에 참여해준 모든 갤러리 여러분과 이 대회를 이끌어 준 류진 회장에게 감사드린다.

인터내셔널팀 기자회견

▲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

닉 프라이스 단장 - 내 인생에 가장 특별했던 순간
우선 지난 한 주간 부단장들, 수석 부단장과 함께 이 훌륭한 12명의 선수들을 이끌 수 있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러웠다. 지난 한 주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었다. 우리 인터내셔널팀은 제이 하스와 그가 이끌었던 미국팀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리는 지난 4일간 매우 높은 수준의 골프를 선보였다. 그린 가까이에서 선수들과 함께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 보았던 우리 단장단은 프레지던츠컵을 많이 지켜보았을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참가했던 적이 많이 있지만 이번 대회는 정말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버디를 몇 개 잡았는지, 이글을 몇 개 기록했는지, 퍼팅을 얼마나 성공시켰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일요일 경기 막판에 보여줬던 몇 개의 샷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니르반 라히리, 배상문 선수 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은 우리가 목요일에 좀 더 좋은 시작을 했고, 4-1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처럼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5라운드의 플레이를 나흘에 걸쳐 진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아니르반 라히리와 배상문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우리 팀의 일원이고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이 자리를 떠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류진 프레지던츠컵 조직위원장을 비롯해서 최경주 수석부단장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보여 준 큰 환대에 감사한다. 지난 한 주는 엄청난 한 주였고, 다시 한국을 찾을 그 날을 고대한다.

[Q&A]
▲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얻어가는 것은 있을 듯 한데, 정신적으로 승리한 것 같은지?
닉 프라이스 우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모두들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고 이번 한 주뿐만 아니라 지난8개월 간 정말 탁월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었기에 인터내셔널팀이라는 큰 배가 순항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83년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이 1점 차로 졌을 때가 생각난다. 세베바예스테로스가 동료 선수들에게 ‘우울해 하지 마라. 겨우 1점차로 진 것은 거의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었다. 우리가 지금 바로 그런 기분이다. 모두가 다음 프레지던츠컵을 기대하고 있다.

▲ 오늘 경기를 평가하자면?
브랜든 그레이스 경기를 정말 즐겁게 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나는 팀에 승점을 보탰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까지 우리가 많은 노력을 했고, 올해는 승점 제도도 변경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두 좋은 경기를 펼쳤고 자부심을 느낀다.

▲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해서 인터내셔널팀으로 경기해 패배해본 경험이 있는데 이번 대회의 패배가 남다르게 다가오는지? 이번에는 패배 했지만 향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승화할수 있을지?
아담 스콧 이전에 패배의 경험은 있지만 이번 대회는 느낌이 다르다. 이제는 정말 승리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 오기까지에는 단장단의 노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 동안 긍정적인 팀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지금까지 그들의 결정은 모두 옳았다. 이번에 첫 출전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이들이 17년 대회에도 출전한다면 더 좋은 성적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수석 부단장

▲ 이번에 적용된 새로운 포맷이 경기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나? 향후 대회에도 또 다른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지?
최경주 총 경기 수를 30개로 줄인 것은 가장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속되었으면 한다. 현재로서 지금까지 프레지던츠컵을 치르면서 이렇게 양팀이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은 단 2번 있었다. 2003년 남아공 대회와 올해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이다. 정말 이기길 원했다. 그러나 끝까지 판가름 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된 것에 만족스럽다. 선수 전원과 부단장 및 단장 모두 국민들과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고 류진 회장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닉 프라이스 동의한다.(웃음) 이렇게 승점을 낮춘 것이 팀 성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최경주 수석 부단장이 2003년 대회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대회 이래 12년 만에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올해 만끽한 것 같다.

▲ 배상문

▲ 마지막 홀에서 굉장한 압박감이 있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프레지던츠컵에 첫 출전한 소감은?
배상문 오늘 경기가 잘 되지 않아서 상당히 긴장도 하고 화도 났다. 마지막 실수에 조금 실망했지만 팀이 진 것이 더욱 억울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해서 미국팀을 꼭 이기고 싶다.

▲ 혹시 이번 대회에서 조 편성을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지 후회는 없는지?
닉 프라이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여기 최경주 수석부단장 및 부단장들이 모두 모여서 내린 결정이다. 총 45분 정도의 팀 회의를 거쳐 조편성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경험과 직감을 살려 12명의 선수들을 적절히 배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같을 것이고 이번 대회 조편성에 만족한다.

▲ 실제 경기하는 도중 대니 리, 배상문, 아니르반 라히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는데 셋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닉 프라이스 이 세 명 모두 정말 재능 있는 선수들이다. 9번 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수들에게 긴장 풀어주려고 여러 이야기를 했다. ‘그저 그린에 올리면 된다. 그 다음 퍼팅하면 된다’하고 메시지를 주었는데 대니 리에게는 잘 먹힌 것 같다.

오늘 라히리와 배상문은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아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좌절감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경험을 두 선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보다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라히리는 여태까지 경기해 본 중 가장 긴장된 퍼팅이었을 것이다. 그런 중압감을 느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이 안 따라 줬을 뿐이다. 낙심해서는 안 된다.

배상문은 모든 압박감과 부담을 등에 지고 경기했다. 본인 때문에 팀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고 싶다. 인터내셔널팀이 더 잘 했다면 마지막 홀 이전에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올해 경기 결과에 만족하고 정말 좋은 시간 보냈음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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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프레지던츠컵 사무국, 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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