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6.25 참전 용사와의 라운드

[캐나다 밴쿠버/골프타임즈=김종섭 객원기자] 겨우내 움츠렸던 오랜 시간은 삼월 봄기운 속으로 내려앉는다. 초록으로 펼쳐진 대자연의 기운이 맴돌아간다.

유난히도 햇살 좋은 봄기운이 설레이는 휴일의 시간. 아웃도어(Out door) 행방의 길에 잠시 놓여 있으면서 생각을 하다 말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차고 안에 수북이 쌓여져 있는 먼지들을 털어내고 골프세트를 챙겨서 빠져 나왔다. 승용차 트렁크로 옮겨 싣고 인근의 골프장으로 향한다.

늘 혼자 시작하는 라운드는 오늘도 여지없이 9홀 코스를 향해 나간다. 찾아간 곳은 한국인들이 유난히도 많이 찾는 골프장이기도 하다. 순간, 화려한 골프복장을 한 사람들 앞에 시선이 멈춘다.

여지없는 한국인들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화려한 형형색색의 옷과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어우러진 골프장의 풍경은 마치 한국에서 펼쳐진 골프장인 듯 잠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티에 다다랐을 때 조금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티오프 준비를 하고 계셨다. 노인은 잠시 주춤하시는가 싶더니 나를 보고서는 함께 플레이 할 것을 조심스럽게 묻는다.

티오프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노인은 한국 6.25 참전 용사임을 밝혔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한 한국인이라는 동족에 대한 반가움에 미소를 보였다.

젊었던 10대 소년은 어디가고 이제 80세를 넘기신 연륜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말을 듣는 순간 무엇인가 형용할 수 없는 고마움과 동질감이 밀려온다.

내 조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젊은 날 죽음도 불사하고 참전했던 이 시대 우리의 영웅이자 나의 영웅을 곁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넘어 자유의 가치를 위해 그토록 많은 이들이 있다. 분열 되어 가는 동족의 아픔을 그들은 희생의 마음으로 다가와 도와준 역사의 증인이며 진심 어린 우리 안에 동지이기도 하다.

라운드 내내 눈시울이 뜨겁고 고마움 분에 대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아무것도 없음에 마음이 걸린다. 그분은 이미 노인의 모습으로 서 있다. 세월 속 격세지감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며칠 전에 골프장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골프장을 인수한 주인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 주인 또한 그 노인 분들이 있었기에 거대한 이국에서 사업을 펼쳐갈 수 있는 주인으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이곳 골프장 주인이었다면 골프장을 찾아오는 동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용에 도움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베품의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라운드가 끝나고 아쉬움에 그분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그분의 한쪽 팔이 힘 있게 내 허리를 휘감으셨다. 그리고 우린 후일 만날 수 있는 기대감을 안고 발길을 옮겼다.

바람 소리가 일어온다. 봄의 햇살은 고마운 분에 대한 보상의 빛과 같이 유난히 포근한 봄날 휴일 오후를 뜨겁고 의미 있게 담아올 수가 있었다.

김종섭 캐나다 밴쿠버 객원기자｜majuba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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