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과 소리로 관객과 호흡하는 차세대 줄꾼

[골프타임즈=김한솔 기자] 서울 도봉구(구청장 이동진)는 5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 광장에서 도봉구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구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정월 대보름맞이 구민과 함께하는 큰잔치’를 개최했다.

정월 대보름맞이 큰잔치는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마당과 가훈 써주기, 소원지 쓰기 등 우리 고유의 정월대보름맞이 행사에 줄타기 공연을 초청해 우리 얼과 가락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남사당사물놀이 공연,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넘어질 듯, 떨어질 듯 애간장을 태우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다양한 몸짓으로 재주를 보여 가며 외줄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비결은 부채다. 오른손에 들린 부채는 장식품이 아닌 생명줄이다.

허공에 걸린 외줄에서 창천(蒼天)하는 참매의 날갯짓과 해학이 넘치는 구수한 입담, 추임새로 관객과 호흡하고 신명나는 줄타기를 선보이며 축제의 백미(白眉)를 장식한 젊은 어름사니 김민중(23). 공연이 끝나도 믿음과 기대를 바라는 관객의 찬사는 끝나지 않았다.

김민중이 처음부터 어름사니가 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안성 남사당풍물단에서 장구와 꽹과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처음 본 줄타기에 매료되어 어름사니를 결심했다.

“줄 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멋있어 보여 해보고 싶더라고요, 이 길로 들어서고 보니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줄타기의 매력이면서 사람(관객)들과 호흡하며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도 너무 좋아요."

▲ 김민중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나는 연습과 노력은 줄타기 실력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입담까지 겸비했으며 잘생긴 외모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릴 적 소년의 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어름사니가 되어가고 있다.

김민중은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사실 서울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공연을 한다는 생각에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호응이 너무 좋아서 나 스스로도 흥에 돋아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의 전통공연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놀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성공기원 행사에서 당시 예비역 병장인 어름사니 김민중은 줄타기 공연을 선보였다.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더욱 친숙해진 허공을 가르는 줄타기, 몸짓과 소리(재담)로 세상(관객)과 소통하는 어름사니 김민중의 줄광대 행위는 축제마당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흥행이다.

※ 어름사니
어름사니는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줄꾼이며 신의 경지에 도달할 만큼 신비한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재주꾼이다.

얼음과 사니(사람과 신의 중간)의 결연체로 얼음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하고 어려운 재주를 부린다는 함축된 의미와 사람의 재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어렵고 신비한 재주를 가졌으나 신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애절한 한(恨)이 내재(內在)되어 있다.

사람의 한계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재주를 얼음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지만 훌륭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재주꾼이란 뜻이다.

광대들 중에서도 아무나 어름사니 별칭을 붙여주는 것이 아니고 뛰어난 재주를 갖춘 외줄타기에 능숙한 재주꾼에게 붙여주는 별칭이다.

김한솔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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