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금불역(萬金不易) ‘차와 노는 것은 만금을 주고도 바꾸지 않는다’. 월곡 박봉순 선생의 작품 내용에서 인용해 본 것이다.

[골프타임즈=황정옥 한국화가] 운현궁의 초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제33회 차의 날 기념행사가 (사)한국차인연합회 주최로 지난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펼쳐졌다. 운현궁의 주인이었던 대원군에 대한 한다례를 시작으로 안숙선 판소리 명창 공연과 가람생활 다례복 패션쇼 등의 행사 일정이 진행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두리차회에선 올해부터 한국다도대학원 부산분원이 설치되면서 첫날 부산다도대학원학생들 83명이 참석해 정답게 둘러앉아 차담을 나누며 차를 마시는 행사가 진행됐다.

하동산 녹차 우전을 우려 내놓은 한국다도대학원 20기생 부산분원학생 이임정 씨와 차담을 나누는 자리에 성균관 우리역사교육원의 한문수, 윤부용 교수들이 한자리에 앉아 차담을 나누며 차의 역사성에 대해서도 논했다.

양산 통도사에서 손수 물을 떠왔다는 이임정 씨는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후손이라 마치 친정에 온 기분이라면서 일찍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 다 키우 놓아서 본격적으로 다도에 대한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후반기 경희궁에서 여는 가을 행사 두리차 모임엔 홍차나 황차를 갖고 와서 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차를 우려내며 갖가지 다양한 차종과 맛에 대한 차담을 나누며 다식접시 위에 직접 만들어 온 송화가루와 백년초 가루를 섞은 다식과 표고버섯 강정을 정성껏 내어 놓았다.

놋수저 받침대인 동백꽃 꼭지를 수저받침으로 놓고 다도자리에 불두화 꽃이파리를 뿌려 놓은 발상이 눈길을 끌었다.

‘차 한잔을 나눈다는 게 얼만큼 큰 인연인줄 아세요. 과거엔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 떠주는 것도 큰 인연이 되어 서로 결혼까지 하지 않았냐’면서 한문수 교수는 차 한자의 나눔에 고마움을 표했고 윤부용 교수는 ‘녹차를 우려낸 물은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있기 때문에 뜰의 나무에 뿌리지 말라’고 지적하고 ‘스며든 물이 뿌리에 엉겨들어서 활착이 안되어 말라 죽는다’며 함부로 녹차우린 물을 나무에 버리지 못하게 주의를 주었다.

◇차(茶)의 역사는 고려말 행촌 이암부터 거론돼야
차의 역사는 역사의 맥과 같이 한다. 흔히 우리가 초의선사, 김정희를 말하는 조선 茶의 원류는 고려말 행촌 이암 선생부터 거론돼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고려를 팽개치고 싶었던 조선 사대부들의 농간이고 보면 아직도 차에 대한 역사는 오류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차에 대한 역사도 자료도 모르면서 차 행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한문수 성균관역사교육원 교수는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다(茶)는 나무 이름으로, 남방에서 자란다. 높이는 수십 척이고, 나무의 모양은 치자(梔子)와 비슷하다.

꽃은 흰색으로 장미(薔薇)와 같고, 열매는 종려나무(栟櫚)와 같으며, 줄기는 정향(丁香)과 같다.

그 이름을 보면 첫 번째는 다(茶)이고, 두 번째는 가(檟)이고, 세 번째는 설(蔎)이고, 네 번째는 명(茗)이고, 다섯 번째는 천(荈)이다.

다(茶)가 세상에 성행한 것은 진(晉)나라 때부터 시작됐다. 봄철에 일찍 그 싹을 채취해 불에 쬐어 말린 다음, 절구로 찧어 가루로 만든 뒤에 고약과 섞어 둥근 모양의 떡으로 만든다.

또 용단(龍團)이니 봉단(鳳團)이니 하는 이름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육우(陸羽 ?~804)의《다경(茶經)》과 채양(蔡襄 1012-1067))의《다보(茶譜)》에 상세하게 나온다.

※ 정향(丁香) : 목서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이다. 키가 10m가량 자라며, 꽃봉오리는 약재로 쓰인다.
《재물보》권7〈물보2〉에, “나무는 밤나무와 비슷하고, 꽃은 매화와 비슷하며, 열매는 대추씨와 같다. 또 꽃이 자백색이라고도 하고 황색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정향이 아니다” 했다.

※ 용단(龍團), 봉단(鳳團) : 모두 차(茶)의 이름이다.
찻잎을 둥그런 떡덩어리같이 만들어 용과 봉황새의 무늬를 새긴 틀에 넣어 찍어 낸 것으로, 최상품의 차로 손꼽힌다.

※ 다경(茶經) : 당나라 육우(陸羽)가 찬한 책으로, 1권으로 되어 있다.
육우는 차에 관해 아주 정통한 일인자이다.

※ 다보(茶譜) : 송나라 채양(蔡襄)이 찬한 책인데 2권으로 되어 있다. 상편에서는 차에 대해서 논했고, 하편에서는 다기(茶器)에 대해서 논했다. 《다록(茶錄)》이라고도 한다.

※ 탁(托) : 찻잔 따위를 받쳐 드는 작은 받침을 말한다.

황정옥 한국화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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