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 골프장 용산역사 옥상코스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한국에서 1930년에 유행했던 베이비골프가 한 장르를 이루고 있었다. 요즘말로 스크린골프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골프장에 나갈 수는 없고 그래도 손쉽게 골프채를 휘둘러 볼 수 있는 곳이다. 베이비골프란 난장이골프, 미니어처골프 등으로 불리며 골프구장은 작고 간단하게 만든 것이다. 베이비골프장은 말 그대로 골프장을 축소시킨 미니골프장이었다.

미국에서는 1926년 무렵 테네시의 페어리랜드호텔 경영자가 설치한 어린이용 코스에서 시작되어 차츰 어른도 플레이하게 됐다. 그 후 일본에도 소개되어 일본 최초의 베이비골프장은 1930년 10월 시타바(下羽寅吉)가 도쿄 시바우라에 만든 18홀, 70평 정도의 코스였다. 이를 계기로 오사카, 고베, 교토 등에도 만들어져 1931년에는 대유행이 했다.

1930년대 초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했던 베이비 골프는 대한암흑기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경성을 비롯해 대구, 인천, 평양, 전주 등 전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급되면서 유행하게 됐다.

근대인의 오락으로 치켜세우는 등 1932년도엔 오락물의 총아가 됐다고 할 정도였다. 베이비골프는 아이들 장난 같지만 리듬을 타고 감정을 콘트롤하는 최신 스포츠였다. 그러면서 베이비 골프는 서광제의 에세이 ‘석왕사여록’이나 김규택의 소설 ‘망부석’, 이태준 소설 ‘딸 3형제’ 등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그야말로 엽기적으로 유행을 했다고 한다.

1934년 6월 22일자에는 영국발 기사에서 '없어져가는 영국의 빼비골프'라는 기사가 실렸다. 한동안 영국에서는 베비골프가 전성기였으나 런던시내에 5개 공원에 베비골프장이 조성돼있었는데 여름이 지나면서 전부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최근엔 손님이 훨씬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베이비골프장은 일제에 의해 1931년 경성을 비롯해 대구, 인천, 평양, 전주 등 전국의 대도시에 만들어졌다.

첫 베이비 코스는 경성전기회사(현 한국전력공사)는 사옥 터에 베이비골프장을 설치하고 1931년 4월 9일 개장하기로 했다. 또한 1933년에는 베이비골프장 코스를 전부 유럽과 미국식으로 변경하고 4월 1일 개장했는데 회수권은 1회 20전, 3회 50전, 10회 1엔 50전이었다. 그리고 철도국 국우회는 1932년 6월 4일부터 용산 철도국 정구장 옆에 베이비골프장을 만들었다. 일반에게는 15전, 국우회 회원에게는 10전을 받았으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였다.

시내에 일본인 경영의 베이비골프장이 3곳이나 있지만 아직 조선인 경영의 베이비골프장이 없는 바 서기복 씨는 인사동 태화 여자관 맞은편에 사동(寺洞) 베이비골프장을 150평 부지에 신설하고 7월 9일부터 개장했다.

이 내용을 보면 시대의 유행에 따라 조선인에게 베이비골프를 소개, 보급하기 위해 시내에 베이비골프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이 베이비골프장은 정재계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조선의 민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1932년 7월에는 인사동에 베이비골프장이 만들어져 골프경기를 초보도 할 수 있는 베비골프가 바야흐로 대중화돼 가는 터인데 9월 30일, 10월 1일과 2일, 3일 동안 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또 용산 철도국골프장에서도 10월 8일 오후2시에 골프대회를 열었다.

1933년 7월 15일부터 3일간 인천베이비골프장에서 상인천베비골프장 주최로 전인천 배이비골프대회를 개최했다 1일은 개인경기 2일은 경기회수에 재한 없음 3일간 계속했는데 조선중앙일보 인천지국후원으로 개최했음을 전했다.

1950년도에도 베이비골프는 유행한 듯 제1회 전국남여종합베비골프대회 광고가 당시 상공일보 1950년 6월 16일, 17일 2차례 실렸다. 동화백화점 옥상 골프장에서 동화백화점이 주최하는데 예선은 6월 15일-18일, 준결승은 6월 19일-21일, 22일-23일까지 2번으로 나눠서 치르고 결선은 전쟁 하루 전인 24일 치른다는 일정이광고로 났다. 1등은 특제 순은컵을 주고 5등까지 시상하며 여자선수우승자는 핸드백을 주기로 시상내력도 정했다. 참가금은 4백 원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군자리코스가 복구가 돼 있던 기간이었다. 일정상 전쟁발발로 대회가 개최됐는지는 알 수 없다. 70년대 에도 전국에 베이비 골프장은 자투리 등에 조성됐고 여러놀이 시설 중의 하나로 들어갔다. 베이비 골프는 최근에도 각 백화점 등에서 고객 서비스차원으로 조성됐는데 그 중에서도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옥상에도 몇 년 전에 만들어져 있었다. 이렇게 베이비골프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골프의 특성상 시간단축이라는 의미와 상류층에서 여가활동의 일환으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1955년 조선일보 부산 수영지국이 주최한 제2회 전국베이비골프 대회가 우천관계로 밀려 9월 4일로 연기해서 광안리 현성골프장에서 개최한다며 전국의 많은 팬들이 참가를 요망했다. 9월 20일에도 상주에서도 골프대회를 열어 1백여 명의 개인선수와 10여개 단체가 출전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단체 1등은 소방서, 2등 경찰서, 3등 법원 팀으로 관공서들이 대거 참여 한듯하다. 개인전은 1등 박화용, 2등 장삼현, 3등 박병묵, 최윤식, 장영상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1958년 7월 12일에 개장한 대천해수욕장에도 베이비골프장 시설을 만들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베이비골프는 전쟁 후 늦게까지 성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풍자작가였던 채만식이 조선일보에 베이비골프에 대한 칼럼까지 게재할 정도였다. 그는 ‘소꼽질 골프’라고 이름을 짓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 내로라할 사람들이 즐겼다고 적었다.

<오락은 복잡하고도 아기자기한 것을 찾는다. 그래서 베이비골프가 모던한 도시거리에서 하나의 경치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베이비골프라고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꽤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나더러 이름을 지으라고 했으면 ‘소꿉질 골프’ 라고 했을 것이다.

훤하니 넓은 잔디벌판에서 딱 힘 있게 골프를 치는 흉내로 손바닥만 한 마당에 18개의 전부 다른 코스를 만들어 놓고 조그마한 채로 조그마한 공을 쳐서 구멍으로 넣는 이 얄궂은 장난이 ‘소꿉질 골프’ 소위 ‘베이비골프’이다.

18코스가 전부 다르고 베이비골프장마다 코스가 전부 다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의도는 될 수 있으면 얄궂게 만들어 놓은데 있다. 일례를 들면 약 40도 가까운 경사진 코스가 있다. 이놈을 밑에서 딱 쳐올리면 공이 위로 올라가기는 하나 대개는 구멍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도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곤 한다.

어느 코스든지 구멍에 집어넣기까지 친 회수를 세어 메모에 적어가지고 18홀 코스를 돌아 점수가 적어야만 성적이 이긴다. 지금까지 베이비골프니 소꿉골프니 얄궂은 장난이니 그러면 정말 아동의 유희장인가 엮여서는 오해이다.

천만에! 베이비골프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적어도 조선 서울에서는 1933년 식이라고 자랑하는 새로운 감으로 새로운 맵시로 양복을 입고 얼굴이 해맑고 어제저녁에 바(bar) 어디에서 어찌어찌 했다든가 춤의 사교적 담화쯤은 척척 내어놓을 만한 청년신사들이다. 그중에는 당당히 정식을 갖추어 골프바지를 입은 용사도 더러는 섞여 있다. 또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얼굴이 몹시 익은 숙녀도 온통 푸른 숲 가운데 여러 빨간 꽃으로 섞여 있다. 또 무슨 꼬(子, 일본 여자이름 뒤에 붙는 명칭)와 동반해온 자도 있고 무슨 홍(紅)이나 무슨 월(月)이나 무슨 옥(玉)이를 데리고 온 이들도 있다.

나중에 내 친구가 경성부윤이 된다면 나는 그에게 권고해 모던 보이, 모던 걸 사절, 가족동반자, 두뇌노동자 대환영이라는 패를 써 붙인 베이비골프장을 부영(府營)으로 많이 만들어 놓게 하겠다.>

1) 百瀬敏夫, 昭和六年の流行りもの-ベビーゴルフ -, 市史通信, 21, 橫浜市, 2014, 4p.
2) 매일신보, 1931년 4월 8일
3) 동아일보, 1932년 6월 5일
4) 동아일보, 1932년 7월 15일
5) 동아일보, 1932년 9월 28일
6) 조선일보, 1933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