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한 번도 안 가 본 죽음, 걷고 또 걸어 기진해 쓰러지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에서 자기 삶의 궤적을 피력하면서 죽음을 수렴한 삶의 진중한 이야기를 설파한 구도자 박상설(1928.1.27~2021.12.23.)의 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지 탐험가이자 캠핑 선구자인 박상설이 쓴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토네이도, 2014)가 ‘박상설의 자연 수업’(나무와달 2023)으로 새롭게 복간됐다.

생전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가 절판되어 아쉬움이 크던 차, 2021년 겨울 93세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박상설 옹을 추모하는 시간 속에 이 책은 복간 작업이 이루어졌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은 저자가 손수 검수한 초판본 구성을 훼손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쓴 글과 사진으로 판면을 최대한 살렸다.

저자 박상설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지 탐험가이자 캠핑 선구자로 평생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기계기술사, 심리치료사,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다. 또 50년 동안 주말농장을 운영했고 2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1987년 뇌졸중 발병 이후 모든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았다. 야생 체험, 서바이벌 활동, 인생 설계, 카운슬링, 자기 경영, 열린 인성, 주말영농, 오토캠핑, 여가 문화, 결혼 경제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펼치며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겼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의 핵심은 ‘자연은 치유이자 자유다’ 아프고 병들면 찾는 곳이 꼭 병원만은 아니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자연의 품으로 찾아드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 결행을 시도한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죽기 위해 세계 오지를 떠돌았던 박상설이 산 증인이다. 수술도 받을 수 없는 뇌졸중 환자였던 그가 자연에 자신의 몸을 내버리러 떠난 뒤, 치유됐고 살아남았다. ‘자연은 치유의 원천이다. 아프고 병든 현실로부터 치유 받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자연과 동행해야 한다. 우리 안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 자연 중심의 삶은 우리 몸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열린 마음과 풍부한 감성을 키워준다. 이것이 진정한 치유, 자유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박상설은 역설했다.

그가 오지 탐험과 캠핑의 세계로 뛰어들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반신불수의 몸이 되고 나서였다. 1987년(60세)에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기존 삶의 방식을 모두 내려놓고 불편한 몸으로 오지를 떠돌겠다고 결심했다. 텐트 하나 걸머지고 알래스카, 고비사막, 타르사막, 인도와 네팔의 자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죽자고 뛰어든 곳에서 살아났고, 눕지 않고 걷기를 계속한 것이 기적을 가져왔다. 이 고통스러운 여정에서 그는 자연을 다시 만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오대산 북쪽에 주말레저농원 ‘캠프나비’를 열고 '열린 인성 캠프'를 운영하면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자기 안의 자연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에 여생을 바쳤다.

캠프나비(Camp Nabe)는 박상설 선생이 50년 넘게 직접 운영한, 강원도 홍천 숲속에 자리한 주말농장이다. 'nabe'는 'natural'과 'being'의 합성어(na+be)로 '자연에서의 나의 존재'를 일컫는다. 자연이 제 스스로 그러하듯이 인간도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으로 귀의하는 삶을 추구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nabe'는 '나비'가 꽃과 꽃을 매개하여 자연을 풍요롭게 하듯이 사람과 사람을 맺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깐돌 선생(박상설)이 평생의 신념과 의지를 담은 상징어이기도 하다.

‘걷고 등산하고 캠핑하면서 인간 DNA 안에 각인된 자연회귀 본능을 따를 때 궁극적으로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