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29일 핀크스GC(제주 서귀포시, 파72, 6,727야드)에서 열린 2023시즌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1억4천4백만원) 최종라운드 박현경(23)은 보기 1개, 버디 4개를 잡고 3언더파 69타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67-76-68-69)로 동타의 이소영(26)과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18번홀(파4) 연장 1차전은 파로 비겨 승부를 내지 못했고 연장 2차전에서 더블보기의 이소영을, 파 퍼트를 성공시킨 박현경이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타이틀 방어전)에서 3승 이후 910일 동안 준우승만 9번 끝에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위의 설움도 달랜 박현경은 이번 시즌 3번(지난해 12월 개막전 싱가포르 여자오픈,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5월 두산 매치플레이)의 준우승 끝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5위(838,672,326원), 대상포인트 4위(512점)에 올랐다.

이날 4타(버디 4개, 68타)를 줄인 황정미(24)는 3위(5언더파 283타), 임진희(25), 이채은(24), 방신실(), 성유진(), 배소현(30)이 공동 4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상금순위 60위로 이 대회 출전한 이채은은 나흘 동안 선전하며 상금랭킹 58위(175,915,774원)로 내년 시드 안정권에 진입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디펜딩 챔피언 이소미(24)는 이날 이븐파(72타, 보기ㆍ버디 3개)를 치며 공동 62위(10오버파 298타)에 머물렀다.

대회를 마치고 박현경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우승 소감?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했고 기회가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를 못 잡아서 좌절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이 실패가 아닌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오늘(이렇게) 우승 선물을 받은 것 같다.

▲ 9번 준우승 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괜찮다, 시간이 올 거다, 간절할 때는 지났다’고 말했지만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고 우승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했다. 결과가 좋아 지난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나를 의심하게 될 때 가장 힘들었고 특히 준우승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나?
상반기에는 조급함을 느끼면서 빨리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반기에 들어서는 몇 년이 걸리든 될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지난해 연장전에서 패배했던 이소영 선수와 다시 붙게 됐다.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연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안주했는데, 정말 많이 후회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연장 티샷 전에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했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끝까지 이 악 물고 플레이했다.

▲ 다음 목표?
시즌 남은 2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지난주부터 좋았던 샷감을 유지하는 데 노력하겠다.

▲ 머리를 자른 이유가 있나?
시즌을 시작하고 한 번도 자른 적이 없어 애매하게 둘 바엔 화끈하게 잘라보자는 생각이었다. 9월에 톱10에 한 번도 못 들고, 흐름이 안 좋아 머리를 자르면서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리자는 생각도 있었다.

▲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고 올해 제주에서 성적이 좋았다.
올해 제주에서 열린 대회는 한 대회 빼고 6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 준우승해서 대회 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 16번 홀 버디를 기록하고 우승 예상했나?
전혀 안 했다. 아버지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18홀 끝나고 장갑 벗을 때까지 경기는 모른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모르기도 했지만 끝까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했다.

▲ 아버지와 캐디 호흡을 다시 맞춘 건 본인의 의지였나?
스스로 독립해 보겠다고 말했는데 2주 휴식기 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직 아버지에게 배울 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부탁을 드리면서 약간 자존심도 상했지만 성적이 중요했다.

▲ 준우승하는 동안 마음에 새기던 격언 같은 게 있다면?
PGA 투어 김주형 선수가 ‘기회는 다음 홀도 있고, 다음 라운드도 있고, 다음 대회도 있다’는 당시 인터뷰를 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

사진제공=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