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은 음식을 한결 돋보이게 만들고 밤 시간에 별도의 안주 없이 와인만 즐기기에도 더 없이 좋다

[골프타임즈=신성호 와인칼럼니스트] 유형 4. 농익은 과일 향과 토스트 냄새가 나는 화이트 와인

신대륙에서 강점을 보여주는 유형이다. 복숭아, 살구, 열대과일 향과 오크 숙성에 따른 바닐라, 토스트, 버터스카치 냄새가 직설적인 느낌을 주며, 드라이 와인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그 느낌은 달콤하고 충만하며 한 마디로 맛 있고 입에 감기는 것들이다.

오크 숙성된 신대륙의 샤도네이가 가장 대표적이며, 특히 캘리포니아산이 그 선두에 서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보다 자연스럽고 은은한 산미를 지녀 편안한 음식궁합이 가능한 와인들로 이동함에 따라 이 유형의 와인들은 예전 보다 오크 사용을 자제하며 자연스러운 산미를 지닌 스타일로 점차 변모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관찰 포인트이다.

유형 5. 아로마가 그윽한 이국적(Exotic) 화이트 와인
이국적 향과 봄꽃의 아로마가 만개한 스타일의 아로마틱 와인(Aromatic wine)으로 아로마의 발현을 저해할 수 있는 오크 숙성은 절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유형의 대표적 와인은 릿찌, 장미꽃 향이 인상적인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살구, 봄 꽃 향이 그득한 비오니에(Viognier), 알싸한 향이 인상적인 아르헨티나의 토론테스(Torrontes), 국내에도 잘 알려진 모스카토(Moscato) 등이 있다.

다섯 가지 분류를 전체적으로 다시 조망해 보면, 대체로 샤도네이와 소비뇽 블랑, 리슬링 이라는 삼두마차 품종이 구대륙과 신대륙을 오가며 넓은 입지를 구축했고, 그 외에 이태리 토착종 화이트 와인들이 일부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레드 와인에 비해 화이트 와인의 입지가 비좁은 우리나라와 같은 시장에는 보다 다채로운 화이트 와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일부는 주류를 형성하는 화이트 와인들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각적 자극을 주기에 충분히 훌륭한 것들이 많아서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태리 중동부의 베르디끼오(Verdicchio)
복합적 아로마와 구조적 단단함, 풍부한 미네랄 느낌을 지녀 일면 프랑스의 샤블리스러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스페인 북서부 해안가에서 가까운 리아스 바이사스(Rias Baixas) 지역의 알바리뇨(Albarino) 다소 낮은 알코올 도수에 매우 floral한 느낌과 복숭아와 살구 등의 풍미를 지니며, 무엇 보다 미네랄 느낌을 잘 투영하는 와인으로 해풍에 실려온 염분의 기운이 약간 짭쪼름하게 나타나는 미묘하고 재미있는 와인으로 음식 궁합이 매우 넓다.

프랑스 루아르와 남아공의 슈냉 블랑(Chenin Blanc)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의 장점을 모두 갖춘 듯한 품종이나 품질의 균일성의 측면에서 개선할 점이 있으나 잘 만들어진 경우 높은 산도에 기반한 정갈한 풍미와 꿀, 벌집, 감귤류 마말레이드 등의 풍미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호주의 비오니에(Viognier)
비오네에는 론(Rhone) 북부가 원산지인 포도로서 환경적응성이 떨어져서 타 지역에서 넓리 재배되지 않는다. 론에서는 꽁드리유(Condrieu) AOC나 이 보다 더 귀하게 샤또 그리에(Chateau Grillet) AOC를 통해 접할 수 있으나 고가이며 매우 진귀하다. 론 말고는 남호주나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나, 호주산이 가장 경제성을 지니고 있다.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실려오는 꽃향기와 기분 좋은 유질감을 지닌 따뜻한 봄날의 와인이다.

끝으로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은 음식 궁합이 레드 와인 보다 훨씬 넓다는 장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이 옛부터 먹어온 족발, 홍어삼합, 각종 전 등의 음식을 한결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와인들이고, 밤 시간에 별도의 안주 없이 와인만 즐기기에도 더 없이 좋다. 멀리 하고 모른 채 넘어가기엔 너무나 매력적이고 알면 알수록 더욱 끌리는 다양한 화이트 와인들의 세계로 보다 깊이 빠져 보시길 바란다.

다음호 연재 : 와인글라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

신성호 와인칼럼니스트｜altoman@naracell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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