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관식 객원기자] ‘미추학파(美秋學派)’의 창시자인 백희영 작가가 14일부터 28일까지 영등포평생학습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백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쉽게 범접하기 힘든 그만의 독특한 미추(美秋)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한일미술협회 회장인 백 작가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30일부터 13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한일미술협회 HY Collection 제2회 국제전’을 가져 관심을 끌었다.

백희영 작가는 “미추주의(美秋主意)는 미술과 김정희의 추사체를 합쳐 서화를 그리는 사조이다”며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전개된 인간의 내면세계를 글과 그림으로, 강렬한 욕구를 원색으로 표현한 미술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미추주의는 주제와 관계없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쓰는 가운데 인간에 내재한 미적 본능을 발견하여 창조의 가능성을 발현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백 작가의 끝없는 한국사랑은 조금은 유별나다. 미추학파의 창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한국 사랑은 그동안 일본 등 외국에 살면서 김치 만들기, 아리랑, 사물놀이, 민요 등 강의를 수없이 많이 한 데서도 증명된다.

그는 18세에 일본 동경 유학길에 올라 40세에 귀국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국에 알려야 한다는 모종의 계시 같은 할 일을 찾았다고….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본인과 중국인 등 다양한 외국인과 만나면서 느낀 모국애의 표현 방법을 구현한 셈이다.

백 작가는 이대 석사 학위 때문에 귀국했다가 추사체를 다시 만나면서 더욱 깊은 연구에 몰두했다.

그 후 외국 생활을 반복하며 국제 행사에 추사체를 소개하며 창시자로서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와 함께 일본과 중국 등의 미술 서예 공모전에서 대상·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면서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 작가는 “미추학의 근본은 우리 것을 살리는 데 있다. 한문 서체는 100% 중국이 아닌 우리 것도 분명 존재한다”며 “일본 중국인도 좋아하는 추사체를 정작 우리나라 서예인들이 불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세계시장에 알려 인정받으려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희영 작가는 추사체로 만든 서양화를 외국에 선보여 이 분야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한국인으로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앞장선 그를 숨은 애국자라고 칭하는 이유다. 그는 외국에서 오래 살아야 고국의 중요성을 터득한다고 귀띔했다.

“여태껏 저희 아버지만큼 볼펜 글씨를 깨끗이 잘 쓰시는 분은 아직 못 만나본 것 같아요. 어쩌면 저의 스승님은 아버지였는지도 몰라요.”

백 작가는 어린 시절 군인이었던 부친에게서 일찌감치 글씨를 배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비록 미술대학을 다닌 적은 없지만, 미술가라고 해서 반드시 그 길만이 정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일은 예술 분야에서 종종 벌어지는 기현상이지만 흔치 않은 사건이다.

그는 2021년 12월 중국 북경동계올림픽 기념 ‘세계 100대 작가’로 선정돼 이런 우려의 시선을 간단히 불식시켰다.

백 작가의 선정 작품은 지난해 1월 18일부터 2월 25일까지 주한 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초대전에 초대됐고, 현재는 중국 강소성 사이버미술관에 영구 전시 중이다.

▲ 백희영 작가

중국 북경동계올림픽 기념 ‘세계 100대 작가’ 선정
백희영 작가는 나이와 무관한 배움의 철학을 스스로 실천하는 인물이다. 요는 나이 어린 아이에게서도 배울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여러 방면에 박식하다. 바로 거기서 오묘한 미추(美秋)의 세계가 오롯이 빚어진다.

그가 최근 마지막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바로 추사체의 대가인 가산 최영환 선생이다.

최영환 회장은 한국 유일의 고유 서체인 추사체의 계승·연구·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한국추사연묵회의 수장이다.

최 회장은 1975년 부친인 연파 최정수 선생이 창립한 조직을 이어가며 추사체를 발전 보급하기 위해 매년 정기회원전을 열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최영환 회장의 추사체 작품은 이번 ‘한일미술협회 국제전’에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백 작가는 “추사의 글씨는 행서, 해서, 초서에도 능했으나 예서를 가장 좋아했다. 특히 예서의 변형인 한대의 필사체를 충분히 익혀 완성했다”며 “추사 이전에는 사각형 틀 안에 바른 획으로 썼지만, 추사체는 한자 본래의 회화성을 살린 새로운 글씨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그래서 조선 500년의 서체는 추사 김정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것. 이는 추사가 글자를 그림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사실 백 작가가 추사체에 몰입한 이유는 엉뚱한 데서 비롯됐다. 오래전부터 한중교류전에 추사체 작품을 출시했는데 한문의 원조인 중국에 대적할 수 없다며 하대했다는 것. 실제로 전시회에서도 중국 서체와 추사체의 점수 차는 확연하다고 설명했다.

백희영 작가는 “그래서 한일미술협회란 단체를 만들어 한국인으로서 떳떳하게 선보인다. 한국인마저 관심 두지 않는 미추주의 작품을 일본 학자들은 인정한다”며 “중국에도 왕희지, 구양순, 안진경, 소동파, 조맹부 등 유명 서예가가 있다지만 나는 누가 뭐래도 추사체와 견줄 만하다고 여긴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희영 작가는 한·중·일 작가·교수 등과 친분이 두터워 각종 세미나와 행사 등에 고정 통역사로 활동해 그의 영역이 넓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구사하는 백 작가는 그런 점에서 일당백의 외교관이다.

또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도 앞서 제자들이 미추주의 작품을 추종해 점차 뻗어가는 추세이다.

현재 개인전과 단체전을 270여 회 가진 백희영 작가는 3월 10일부터 2주간 덕양갤러리에서 다음 개인전을 개최한다. 

박관식 객원기자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