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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오래전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의 기억이 좀 흐려질 무렵 우연히 TV로 재방송되는 것을 다시 보았다.

미국의 개척 시절 인디언과 백인 군인 간에 서로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서 서로의 믿음과 신뢰로 소통이 된다는 아름다운 주제의 영화이다. 이 작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잔잔한 감동이 밀려와 역시 아카데미 7개 부분을 수상할 만한 빼어난 명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족은 고려 시대부터 원래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시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채신머리(?)를 찾다 보니 쉽게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하고 살면서 즐겁고 흥겨운 상황이 되어도 몸으로 표현하기가 전혀 쉽지 않았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주말에 동네마다 마련된 볼룸에 나이 드신 부부들이 모여 즐겁게 춤을 추며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가끔 봤었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절에는 그것도 옛날의 영화처럼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가는 듯하다.

“골프를 보면 볼수록 인생을 생각하게 되고, 인생을 보면 볼수록 골프를 생각하게 된다.”라는 헨리 롱 허스트의 명언은 골프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골프가 단순한 비즈니스 수단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취미와 건강을 위해,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거나 친구와 동료 사이의 친목 도모로 골프를 배우고 즐기는 시대로 바뀌었다.

골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며 계층과 연령층도 훨씬 다양해졌고, 스크린 골프의 대중화로 2~30대 초반부터 골프를 즐기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연예인 부부가 함께 골프 예능 TV프로에 나와 벌칙을 동반하는 라운딩을 함께하다 보니 새롭게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다양해지는 반면 여성은 가사와 육아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골프는 운동 소질이나 구력에 상관없이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어 둘이 오랫동안 함께할 만한 좋은 운동이다.

골프 라운딩은 누구와 하는가에 따라 재미가 다르듯 춤 역시 어떤 상대와 함께 춤을 추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연인과 춤을 추면 온몸에 짜릿짜릿~ 전기도 왔었는데, 결혼하고 서로 짜릿한 긴장감이 사라진 부부가 춤을 추면 왠지 싱거울(?) 것 같아 “골프 내기를 안 하면 정말 재미없다”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골프의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재미는 프로 대회가 큰 상금에 의해 치열한 경쟁이 치러지듯 약간의 내기라도 걸려야 짜릿한 느낌이 들고, 점수를 줄이려는 동기도 부여되며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우정(?)도 생길 수 있다”라고 했다.

친목으로 즐기는 고스톱에서도 돈을 따거나 잃게 되면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듯이 골프 내기에서도 돈을 잃으면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고, 심하면 보기 싫은 웬수(?)가 될 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미난 골프에서 내기 없이 라운딩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거나 김 빠진 맥주’가 되는 것이 분명한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라운딩하면서 내기 없이 골프를 해 보시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상금이 전혀 없는 프로 대회라면 프로들도 맥이 빠질 테고 이겨도 져도 아무 상관이 없는 월드컵이라면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을 것이다. 120타를 치나 70타를 치나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 또한 아무런 느낌이 없겠지만, 같이 라운딩하는 사이에서 점수는 참으로 미묘한 경쟁심과 상대적인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골프에서 내기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난히 머리가 좋고 즐거움과 재미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18홀 내내 이야깃거리와 긴장감이 돌게 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내기 방식을 적용해 가며 골프의 재미를 한층 더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재주가 있다.

골프를 즐기시는 분들은 대부분 재미 삼아 이미 알려진 여러 가지 골프 내기를 해 보셨을 것이다. 처음 만나 같이 라운딩할 때 서로 핸디를 잘 몰라 물어보기도 대답하기도 불편한 경우에는 ‘뽑기’ 방식으로 팀을 정하고 이긴 팀에서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이 비교적 무난하다.

그렇지만 작은 현금이라도 오가다 보면 잘 치는 사람은 부담이 없어도 공을 잘 차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팀에게 미안해 이래저래 부담돼 못 치는 골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재수보기로 팀이 정해지더라도 잘못 치면 같은 팀원에게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TV를 통해 볼 때 골프 경기 기준과 골프의 룰을 정확히 알고 보면 훨씬 재미가 있다. 한 타 한 타에 어마어마한 우승 상금이 오가는 것을 생각하면 그 프로선수들의 긴장감을 같이 공유해 그런 모습을 간접 경험하면 스스로 골프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내기 골프를 하다 보면 상대방의 신경을 거스르게 할 수도 있다. 배려심이 없거나 승패에 집착하는 일부 동반자들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특별히 서로에게 지켜야 할 예의를 잘 지켜 좋은 동반자로 기억되게 존중하고 배려하며 게임을 잘해야 한다.

골프 내기에서 3만원을 따면 별것 아닌 듯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3만원을 잃으면 느낌상으로는 30만원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울지(?) 말고, 마음속으로 더욱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좋다.

지금껏 골프 내기를 해 돈을 따 집을 장만했다거나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골프 내기로 망했거나 자살했다는 이야기 또한 들어보지 않아 적은 돈으로 그냥 재미 삼아 하다 보면 더욱 골프를 신중하게 할 것이다.

어떤 분이 머리 올리고 6개월간 맨날 공만 쳐 ‘싱글’이 되었다기에 축하 전화 드렸더니 가산을 탕진한다고 집에서 쫓겨나 진짜 ‘싱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집사람에게 하니까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주말마다 골프 칼럼을 쓴다고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도 ‘싱글’ 되기 아주 쉬워요~.”

“크으으~ ㅠㅠ”<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