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음식의 동료이자 식탁의 일부로 이해하지 않고, 문화적 감성을 담은 멋스럽고 이국적인 술로 이해되고 있다.

[골프타임즈=신성호 와인칼럼니스트] 필자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던 10년 전의 봄을 생각할 때면 봄꽃이 만개한 거리를 거닐며 와인 시음회와 평일 저녁 번개모임을 찾아 시내 와인명소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봄꽃을 닮은 화이트 와인들의 향기와 알싸한 산도가 신선한 과실 풍미가 화합하여 만들어내는 미각적 신선함은 일상생활에 경쾌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외의 명저를 탐독하여 와인을 마시던 시기였기에 보다 복합미에 의존하는 레드 와인에 비해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화이트 와인들에서 발견될 수 있는 미각적 표현들 중에서 자른 풀이나 고양이 오줌, 석유 냄새와 같은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와인이 주는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와인 업계에 몸을 담은 이후 화이트 와인에 대해 이해의 부족과 반대로 레드 와인에 대한 일종의 환상으로 인하여 화이트 와인의 판매가 매우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게 된 이후로 그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 고객점점의 현장에서 큰 목소리로 화이트 와인의 장점과 매력에 대해서 설파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각종 장점에도 불구하고 레드 와인 대비 화이트 와인의 절대적인 판매 약세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나름대로의 이유 분석을 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인들의 진국 문화이다. 한 그릇 곰탕을 들어도 진하게 우러난 곰탕을 좋아하고, 매사에 있어 술에 물 탄 듯 존재감이 약한 것에 대해 저평가를 내리는 국민적 인식이다. 또한 희고 투명한 주류로서 소주나 청주 등의 전통주가 보다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화이트 와인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높은 주세와 복잡한 유통구조에 기인한 높은 와인 가격이다.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으므로,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해 디저트 와인으로 마감하는 서양의 정찬식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이고, 와인을 마시는 대부분의 경우에 보통 화이트 와인을 건너뛰고 레드 와인 두 세가지 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는 레드 와인의 지속적 음용이 주는 건강상의 이로움에 대해 일반 소비층의 믿음이 강하고,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음용 패턴이다. 와인을 음식의 동료이자 식탁의 일부로 이해하지 않고, 문화적 감성을 담은 멋스럽고 이국적인 그러나 역시 술로서 이해되고 있다.

통상 마리아주(Mariage)라고 부르는 와인과 음식 궁합의 이론상, 레드 와인과 생선회의 매치는 생선의 비릿한 느낌이 강조가 되고, 탄닌이 겉도는 부적절한 조합이나 횟집에서도 보다 폭 넓게 판매되는 것은 화이트 보다는 레드이다.

조화로운 마리아주를 즐기기보다는 허기는 음식으로 달래고, 술 고픈 심정은 따로 어떤 색깔이건 상관없이 와인으로 달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와인은 특유의 매력과 친화성으로 텁텁한 레드 와인보다 와인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끄는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필자도 와인 초보시절 어느 봄날 마신 한잔의 알자스 리슬링과 그 보다 후에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 새로운 미각의 세계에 기분 좋게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화이트 와인의 장점으로 레드에 비해 유기산이 많아 우리 몸의 생기를 돋기에 좋다는 것과 무거운 음식없이 가벼운 과일이나 와인 자체만으로 음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며, 음식 궁합의 폭이 레드에 비해서 보다 넓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네의 명절 상차림에서 화이트 와인은 특히 빛을 발할 수 있다. 추석과 설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보는 화이트 와인은 색다른 명절 경험을 선사할 것을 확신한다.

다음호 연재 : 화이트 와인을 위하여Ⅱ

신성호 와인칼럼니스트｜altoman@naracell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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