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옥 작가의 텅 빔의 미학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8명의 길동무들이 사물에서 빛을 통해 발래낸 의미들을 모아 ‘빛바라기’를 하고 있다.

2일부터 8일까지 인사동 아지트갤러리에서 길동무 동인들이 ‘늪에 빠지다’ 전시회를 펼쳤다.

2015년 3월 충무로에서 인문학을 접하면서 모였든 사람들이 꾸준히 교류하면서 5년 전(2016년 12월 영등포문화원)의 첫 전시회를 가졌고 이번에 2번째 부스전을 열었다.

늪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명체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이처럼 이연옥 작가를 비롯 8명의 사진가들이 마음으로 바라본 잔잔한 일상을 각지의 눈을 통해 재구성하면서 사진의 늪에 빠졌다.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그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잡아낸 우리 삶의 본연적인 모습을 훔쳐내고 있는 김용진(반장) 작가의 ‘희망교실’에서 여러 인상들은 깊은 여운을 안겨 주었다.

동풍이 동해에서 잡아낸 '괴물 파도'를 4년 만에 잡아냈다고 말하는데, 이는 수로부인을 내어놓던 용왕의 격노인가? 거친 물결을 긁어내어 한 바퀴 휘몰아치면서 부드러운 형상을 빚어내고 있는 유경숙 작가의 ‘물보라’

기차가 이미 멈춰버린, 흔적만 남아있는 멈춤을 잡아내는 ‘침목’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듯 ‘끝난 것은 끝나지 않았다’는 역설을 만들어내는 바스러진 침목에서 솟아오른 초록잎사귀의 침묵인가. 유윤선 작가의 아카이브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자연은 누드다(nude in nature)’ 누드이기 보다는 생명성에 가까운 에로티시즘으로 확 다가오는 이유는 뭐일까? 내가 너무 세속적일까. 어쨌든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몸부림들이 이봉희 작품 전반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힘찬 생명의 영원한 오브제들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부터 모든 호기심과 창의력은 사라진다’ 이상설 작가의 일설은 강한 울림을 던져주면서 앞에 나선 나를 뒷걸음질 치게 하는 함마질같은 충격을 준다. 작품 앞에서면 물기가 사라져버린 사물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

모든 사물의 궁극으로 통하는 텅 빔과 정물! 빔이 가득 찬 달항아리에 이연옥 작가는 무엇으로 채웠을까. 빛의 뿌리를 책(성경)으로 몰아붙이고 그 산란광으로 달 항아리를 끌어내고 그 달 항아리 내면으로 책을 끌어들여 가득 채웠을까? 항아리 하나로 하현, 상현달의 궤적을 표출해 내는 역량이 수준급에 이룬듯하다.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미해서 사물을 재해석해낸 이홍순 등이 참여한 두 번째 잔치가 상당히 인문학적이고도 문학적 인식의 깊이를 전달해 주면서 충실한 ‘빛과 늪 잔치’를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