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골프칼럼니스트] 인간이 사는 곳, 어느 시대에서든 놀이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서 진행돼 왔었다. 인간의 본능적 속성인 관계성의 욕구가 놀이로 발현되는 것이다. 놀이는 소통과 공감의 자유의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인간의 삶이든 놀이 없이는 공동체 영위나 삶의 질을 쉽게 상승시키지 못한다고 본다. 그 놀이 행위는 소속감과 자아 정체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관계 형성을 꾀하는 유대감으로 승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몰입과 심신을 즐겁게 하는 놀이로써의 골프를 적용시켜 골프의 발생사와 역사를 4회에 걸쳐 접근해 보려고 한다.

자연발생적인 탄생
갖가지 놀이 중에서도 도구를 이용한 놀이는 엄청 많다. 일찍이 인간은 일상생활 중에 심심풀이로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막대기나 돌멩이 등을 갖고 놀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작대기를 이용해 돌멩이든 열매든 발 앞에 놓인 물건들을 툭툭 치거나 휘두르며 폭력적인 성향을 노출시켰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 구조가 변천하면서 인간은 폭력적인 행태를 차츰 놀이적인 측면으로 다듬고 순화시켜 왔다. 이런 놀이의 시원을 보면 대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제의적인 측면이나 혹은 생존을 위한 자기 방어나 사냥의 한 방식으로도 발전돼 왔거나 승화시켜 왔다. 그러다가 땅에 누군가가 구멍을 뚫으면서 더 즐겁고 공동체적인 놀이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들 놀이 행태가 어느 때부터 시작됐는가는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기점이었을 것이고 유사 이래 보행을 하는 인간들에게서는 자유로운 손의 활용도를 만끽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어떠한 놀이 형태로 행해져 오다가 현재 존속되는 놀이 종목으로 패턴화 됐을 개연성을 짐작해 본다.

어느 곳이든 골프를 논할 때도 골프의 원형적인 놀이양상은 인간이 살던 상고시대부터 시작됐을 것이고 놀이행태는 다양했으리라 짐작된다. 놀이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어떤 발로에 의해 행해져 오면서 사장(死藏)될 것은 사라졌고 일부는 끈질기게 살아서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으리라 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땅에서 현재 골프가 득세를 한다는 것은 골프는 인간의 삶에 깊숙이 관계되는 인간화가 더욱 강렬했고 생활 속에 필요충분의 조건을 비중 있게 채워 오고 있다고 증거할 수 있다. 오늘날 인간에게 더욱 강한 소구욕을 갖게 만든 골프가 체계화 되면서 점차 제도화 됐다고 볼 수 있겠다.

고대 우리민족 이동설로 본 놀이
흔히 골프종목은 서양에서 발생했다고는 하나 또 하나의 이설을 제기하고 있다.

옛날 BC 7,000년 경 전부터 수미산 혹은 파미르 고원 부근에서 우리민족이라 불리는 종족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분거했다. 일부는 유럽으로 가고 일부는 천산산맥을 거쳐 대륙으로 이동해서 이 땅까지 옮겨 온 상고사의 일면을 적용해보면 우리민족에게도 골프는 친근했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로마 쪽으로 간 종족들이 있는데 우리와 같은 핏줄인 훈족(흉노)은 원래 유목민족으로 기원전 2세기경에 중국 변경 내몽골 지역에 거주하다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훗날 로마 쪽으로 진출했고 선비족도 로마나 유럽으로 진출해 동양의 위력을 과시했던 시기였다.

훗날 스코틀랜드 전쟁에까지 파견된 로마의 시저(BC100~44) 병사들이 야영지에서 쉬던 중 즐긴 놀이가 골프의 전신인 ‘파가니카’로 스코틀랜드에 남아 오늘날 골프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설도 있다.

우리민족의 골프와 그 동질성도 향후 역사학적으로 고찰해봐야 할 숙제이긴 하다. 또 대륙으로 이동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선조들인 동이족이 즐긴 유사 골프형태인 추이환(推丸, 943년 남당사서 기록)이 원나라 때 추환도벽화(推丸圖壁畵)에 그려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미 우리민족에겐 발해나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시대를 관통하면서 골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격구’나 ‘장구’라는 형태의 공치기 놀이가 행해져 왔다고 고대스포츠연구가 조완묵(언론인, 1926~2010) 씨가 밝혀 놓았다.

그것도 국가적인 무과시험의 일종으로 행해지고 1421년(조선 세조3년) 엄격한 규칙 제정과 도구 등이 갖춰진 스포츠였다며 골프의 원형임을 주장한 것도 조완묵 씨다. 특히 용비어천가에도 나타나듯이 태조 이성계나 이방원도 '격구'의 명수였고 세종 때는 종친들을 위로하기 위해 궁으로 불러들여 '장구'를 즐긴 기록도 있다. 이처럼 '격구', '장구(장치기, 얼레공치기)' 등이 오늘날 스포츠 게임으로 변천해 이 땅에 까지 도달한 것으로도 유추된다.

접근방식의 다양성과 개연성
이 땅에서 골프 시원을 어느 시점으로 잡느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문자가 없던 시대도 분명 인간에겐 골프와 유사한 놀이는 진행됐을 것이고 다만 문자 기록이 없다고 해서 그 행위를 골프라는 역사범주에 넣지 않는다는 말도 어쩌면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문자로 기록된 것만 믿고 기록되지 않은 것은 상고시대의 선인들이 행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기록된 것만 역사라고 한정하는 것은 서양논리의 방식이기도 하고 그 또한 폐단은 존재한다. 그것에만 한정한다면 인간사의 많은 가치를 버리는 것이고, 인류가 미래의 삶을 개척하는데 저지르는 치졸한 사유의 한계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리고 구태여 현대적인 틀을 마련해 이 조건에만 맞아야 골프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틀에만 넣어 인정하고 한정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의 이론이 아닐까? 그것 또한 서구인들의 프레임으로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서구 철학이나 학문의 핵심도 역시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서 기인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했고 성경의 구절을 차용하기도 한 것에서 합리주의란 사유를 개진시켜왔다(리홍범)는 이론들을 보면 과연 서구적 합리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하는 근원적인 의문도 대두된다. 이에 반해 동양적 사유나 이론이 서구의 틀에 맞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홀대해버리면 현대인은 그 서구적인 사고의 틀에 스스로 갇히는 것으로 당시 상황의 당위성을 무시하고 개연성에 대한 포악적인 관념의 장난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과거 기록은 있지만 전문 골프사가가 기록한 사실도 구전을 듣고 기록했다는 것을 빌미 삼아 있음직한 역사적 당위성을 깡그리 부정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노릇이다.

현재 동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도 다 모르고, 사실을 접하고서도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되면서 기록되지 않는 것도 많다. 기록이 없다고 해서 행위가 없었고 역사성이 없다는 것인가? 심지어 예부터 당대가 만든 틀에 규격화되고 기록된 것만 믿겠다는 발상도 학구적 균형감을 잃고 학문적 한계에 부딪히는 꼴이다. 창밖에 벌어지는 우발적인 사건도 논리성이 없다고 해서 내팽개쳐버리는 우를 범하는 꼴이 아닌가? 세상의 모든 일들은 논리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함께 사는 생활현상을 더욱 가깝게 이해하려면 자유로운 사유의 폭을 열어놓고 이젠 좀 더 개연성을 갖고 역사에 접근해가야 한다. 인간의 전통과 삶의 방식이 무 자르듯 싹둑 잘라져서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한 것이 풍속으로 유지되고 행위로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유방식이 무르익은 배경에서 생성하는 게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인간사회의 관습이고 문화적인 습성이다. 어느 시대이건 초창기 효시를 확정할 땐 당장은 불분명하지만 그 역사 속에서 연구와 모색을 통해 가능성을 가닥으로 잡아가고 있는 사례는 허다하다. 논문 작업이란 것이 그 정황을 모색하며 자기의 가설을 세우면서 접근해가는 방식이 아닌가?

예를 들면 골프가 언제부터 어디서 시작됐는지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없이 설(說)과 주장에 불과할 뿐이지만 기록화된 공식적인 역사는 약 600년 가까이 이른다. 1457년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2세가 ‘골프로 인해 군인들이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칙령으로 내린 골프금지령이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사상 최초의 기록으로 세계 골프의 역사를 잡고 있다. 그 정도로 성행 했다면 이미 그 이전부터 골프는 행해져왔다고 볼 수 있다.

골프의 시작은 기록이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한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의 여러 기록들이나 구전들은 모두 골프가 아니고 버려야할 역사적 사료들인가? 1897년 세인트앤드루스의 로얄 앤드 에인션트 클럽이 규칙위원회를 구성하여 규칙을 제정, 공표하면서 골프는 비로소 본격적인 스포츠 경기로서의 면목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오래된 세계 골프역사인데 일찍이 이 땅에 넘쳐 들어오지 않았으리란 추측도 배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전철을 밟듯이 우리나라의 첫 골프코스도 이렇게 사실적인 출처가 희박하더라도 다각도로 모색해서 역사성을 아울러야할 우리민족의 위대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국수주위 발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대주의 발상은 더욱 아니다. 따지고 보면 조완묵 고대스포츠 연구가가 밝혀 놓은 골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조선시대의 장구도 경기방식과 규칙을 갖춘 훌륭한 스포츠가 아닐까 한다. 왜 우리 것은 안 된다는 발상을 가질까? 없는 것도 만드는 게 주변국들의 역사사료인데 우리민족에겐 이러한 뚜렷한 기록과 자료가 있는데도 무시해버리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과 서구의 이론적인 논리에 묶이고 너무 서지학적인 쪽으로 기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