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여성 회원들을 많이 끌어 들이기 위해 소위 물 좋은 골프연습장으로 만들고 그 소문을 퍼트려 영업에 이용하는 거예요.”
박 기자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정 사장은 빙그레 웃고 나서 숭늉을 들여 마셨다. 박 기자도 숭늉 사발의 누룽지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누룽지의 고소한 향이 입안으로 퍼졌다. 박 기자가 누룽지 몇 숟가락을 더 뜨고 수저를 내려놓자 정 사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잘 모르시지만 여성 회원들 중에는 물 좋은 골프 연습장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들 중에는 괜찮은 파트너 만나서 즐기려는 속셈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꽃뱀도 있답니다. 한 곳에 오래 다니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그 뿐만이 아니라 영업을 목적으로 오는 여자들도 있어요.”
박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집중할 때 나오는 버릇이 나타나 있었다. 왼 손바닥을 펴서 턱을 받치고 오른 손으로는 왼 손 팔꿈치를 받친 채 정 사장의 말에 귀를 쫑긋하고 듣고 이었다. 아니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또다시 정 사장의 휴대폰이 진동음을 길게 토해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중단하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내보인 정 사장이 휴대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박 기자를 바라보았다.
“전화 받으세요.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괜찮아요.”
정 사장은 끝내 전화를 외면한 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안 받아도 되는 전화예요. 회원들을 다 모르니까 누구라고 말해도 모르시겠지만 보험을 하는 아주머닌데 정말 끈질기네요. 하루 두 세 번은 꼬박 전화를 해요. 거절도 해 보고 너무 힘들어서 보험도 하나 가입해 주었는데, 글쎄 이젠 내 주변 사람들 소개 해 달라고 매달리는 거예요. 그 뿐만이 아니예요. 건강식품 판매하는 아주머니부터 심지어는 화장품 외판을 하는 아주머니 그리고 유흥업소 운영하는 분, 식당 하는 분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서 오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분들은 운동보다는 영업이 목적이라서 그런지 골프연습장이 패션쇼장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명품 골프 의류는 기본이고 슈즈부터 골프채, 골프백까지 명품일색인데, 골프 공 치는 걸 보면 한숨 나올 지경이거든요. 연습장 나오면서 필드 나가듯 꾸미고 오는 거 보면 웃음이 나올 때도 있어요.”
박 기자는 정 사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얼굴이 상기되어 가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기사거리 하나를 건졌다는 생각에 눈빛까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제목이 쓰여 지고 구성까지 하고 있었다. 잘 하면 이번 달에 최 국장의 구박과 김 부장의 비아냥거림에서 해방될 수 도 있는 기회였다.
정 사장은 박 기자의 그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의아하고 이해되지 않았지만, 내심 역시 순진한 그녀답다는 생각을 했다. 박 기자의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정 사장은 박 기자가 진심으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너 요즘 누구하고 골프장 들락거려?”
“부장님, 들락 거리 다뇨? 부장님 저도 사생활이 있다고요.”
김 부장은 최 국장보다 요즘 시어머니처럼 굴고 있다. 골프연습장을 옮긴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박 기자와 다른 시간대를 이용하고 있었다.
박 기자의 르포 취재를 돕기로 했던 김 부장이 요즘은 박 기자의 사생활에 관심을 기울였다.
김 부장의 취미나 사생활로 보기에는 박 기자가 너무 피곤을 느꼈다.
“말을 바꿀까? 요즘 박 기자 정 사장인가 하는 사람하고 너무 자주 어울린다던데? 내 말이 틀린가? 이건 회사 이미지와 연관되니까 내가 할 말 있지?”
“부장님, 질투하세요?”
“어머! 최 국장님, 박 기자 골프장 왜 갔는지 모르나 봐요?”
김 부장은 정색을 하며 최 국장에게 편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 박 기자, 언제 원고 넘어와! 혹 정 사장이란 사람한테 빠진 건 아니지?” <계속>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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