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개불알, 개불알꽃이다!”
앞에 가던 친구가 산삼이라도 발견한 듯 소리쳤다.
“뭐라고, 개불알꽃?”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멍청이! 이건 털복주머니꽃이야”
한 친구가 제법 아는 듯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야! 이건 노란작란화꽃이라는 거야”
친구들은 서로 옥시각신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꽃은 하나인데, 왜 이름을 서로 다르게 부르는가봤더니 모두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털개불알꽃은 한국의 야생란 중에서도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꽃이다. 지금은 산에서 채집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을 정도로 귀한 꽃이라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그 행운을 찾았으니 싸우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털개불알꽃은 털복주머니꽃, 노란작란화, 애기작란화, 노랑자낭화라고도 한다.
그런데, 왜? 털개불알꽃이라고 지었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털복주머니꽃이라고 하면 금방 이해가 된다. 복주머니처럼 생겼다하여 복주머니꽃이라 했다. 그러나 이 꽃은 줄기 전체에 털이 나 있어 털 자를 덧붙인다.
옛날에 어른들은 불알이 하나면 개불알이라고 불렀는데, 이 꽃이 외불알 같이 보여 개불알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리라.
잎 모양이 넓은 타원형으로 끝이 날카롭고 뒷면 맥 위에 털이 나 있어 털개불알꽃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꽃은 황백색으로 자주색의 반점이 있지만, 수술이 2개가 있어 마치 구관조가 들어 앉아 있는 모양이다. 녀석은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햇빛가리개 속에 들어가 앉은 모습이 얄미워 보인다.
개불알꽃은 흔히 발견되지만 털개불알꽃은 흔하지 않다. 온대 아시아와 유럽 중부, 온대 북아메리카에 30~50종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3종 2변종이 있다.
구중궁궐 공주님의 허리에 차 노리개로 사용되기도 했던 복주머니. 첫돌맏이 아기를 무병장수하라고 허리춤에 달아주기도 했던 복주머니. 신랑신부에게 잘살라고 허리춤에 채워주던 복주머니가 이제야 내게 나타났다.
내게 복을 주겠다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하다.
류시균｜동화작가, 칼럼니스트
사진제공｜김봉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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