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했어요.”
“정말 잘 하셨습니다. 차 가지고 오시면서 고생하시는 거 아닌 가 걱정했습니다. 역시 똑똑한 분들은 상황 판단도 잘하시는 군요.”
정 사장은 자리를 권했고 그가 가리키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벌써 기본상이 차려져 있는데 수저는 두 벌 뿐이었다. 박 기자가 상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은주 씨는 요?”
“급히 볼 일이 생겨 못 오신다고 했는데 제가 얘기하는 걸 깜박했습니다. 불편하신가요?”
“조…….금.”
“대중식당에서 점심 한 끼 함께 먹는데 불편하세요?”
정 사장은 정색을 하며 뭐 이런 일을 가지고 그러느냐는 핀잔이 묻어 있었다.
박 기자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눈치 챌까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지금껏 단 둘이 식사를 하거나 한 공간에 둘만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어색하긴 하지만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단 둘이 식사는 처음이군요.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지금 행운을 잡은 기분입니다.”
정 사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환한 얼굴이었다.
“항상 셋이서 있던 자리에 단 둘이 있게 되니 좀 어색하지 않아요?”
스커트 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박 기자는 용기를 내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정 사장의 눈길이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어 눈길이 마주치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가슴은 더 뛰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신선로와 갈비찜을 들고 들어와 먼저 갈비찜을 개인 접시에 담아냈다. 그 덕에 정 사장과 시선이 끊길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아마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없었다면 박 기자는 숨이 막혀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식기 전에 식사 하시지요.”
정 사장의 말에 음식으로 시선을 돌리고 젓가락을 들었다. 음식이 넘어 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음식이라도 우겨 넣다보면 마음이 좀 안정될 듯싶었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의 시선을 마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문득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인데 왜 그러나 싶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어디 출장 다녀오셨다고요?”
“네. 홍콩에 좀 다녀왔습니다.”
“홍콩, 좋은 곳이지요. 생동감 넘치고…….”
“언제 다녀오셨어요?”
“전 좀 됐어요. 2년 전에.”
“그러신 줄 알았다면 이번에 모시고 다녀 올 걸 그랬어요. 사실 이번에는 일이 많지 않아 휴식을 겸해서 다녀왔거든요. 참 잊을 뻔 했네요. 작은 선물을 하나 샀는데. 저 촌스럽죠? 요즘 해외 나갔다오면서 선물 사들고 오는 사람은 촌뜨기 소리 듣는다는 걸 알지만, 요즘이 홍콩에 세일 시즌이거든요. 생각나서 하나 샀습니다. 제 성의쯤으로 아니면 기념으로 받아 주세요.”
정 사장이 방석 옆에서 집어 건넨 작은 종이 선물가방을 엉겁결에 건네받은 박 기자는 어찌해야 될지 몰라 정 사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 사장은 선물은 그 자리에서 뜯어보아야 하는 것이라며 선물을 꺼내 보도록 졸랐다.
정 사장이 건넨 선물은 빨간색에 파란 띠를 두른 명품 가죽지갑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세일 기간 중에 샀다고 해도 몇 십 만원은 족히 넘는 고가의 명품이었다. 그것도 최신형 디자인인 걸 감안하면 웬만한 명품 핸드백 수준이 될 터였다. <계속>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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