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들은 눈이 치워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들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행인들은 오염된 눈송이를 피해보려고 우산을 쓰고 길을 걷고 있어 하얀 눈 속에 형형색색 길을 수놓았다. 어디서 추돌 사고라도 났는지 견인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달려간다.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거리를 더 어지럽히고 있었다. 마감을 앞 둔 사무실 분위기는 눈 내린 거리 풍경만큼이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박 기자는 몇 달 전부터 끌어 온 기약 없는 르포 원고를 빼고는 모두 마감을 시킨 터라 조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최 국장과 눈이 마주친 순간 움찔했다. 그녀의 못마땅한 표정이 박 기자를 주눅 들게 했다.

박 기자는 취재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되도록 취재조차 마무리 하지 못했다. 다만 사비를 털어 골프연습장에 투자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골프 세트를 구입하고, 게다가 골프웨어에 잡다한 골프 용품들을 사 들이느라 통장이 허전해졌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내 돈 내고 운동하면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그때마다 박 기자는 혼잣말로 되뇌었다.

'두고 봐라. 내가 특종하나 걷어 올려 투자금 다 받아내고 그 안에 난 골프 실력 키워서 일석 2조 그 이상을 찾고 말리라.'

그런 다짐을 몇 번 거치면서 박 기자는 어느 덧 파3 골프장이라 불리는 야외 연습장 나들이까지 하게 됐다.

"박 기자 골프에 전념하듯 그렇게 취재도 하고 글 좀 쓰면 안 돼?"

최 국장의 잔소리가 이제 미안한 마음에 앞서 짜증스러웠다. 그런데 두 달을 채 못 채우고 그만 둔 김 부장이 옆에서 빈정대기까지 했다.

"박 기자 몇 년 안 있어 프로테스트 보겠다고 나서는 것 아닌지 몰라."

"오! 전업을 하시게?"

최 국장은 이제 대 놓고 빈정대고 있었다.

"못할 것도 없죠? 골프가 재미있는 걸 보면 적성에 맞는 운동 같기도 해요."

박 기자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숨 쉴 틈도 없이 되받았다. 회사 돈 들여 연습장 나갈 때와는 달리 내 돈 내고 운동하고, 회사 근무 시간 피해서 하는 운동인데 내가 왜 당신들한테 그런 소릴 듣느냐는 오기가 생긴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