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직후 박상현(우측)에게 축하를 받고 있는 이상희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매경오픈 마지막 날 이상희(25, 호반건설)가 두 개의 이글을 탐(耽)하고 역전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7일 남서울CC(파71, 7,051야드, 경기 성남)에서 열린 제36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 최종라운드 이상희는 보기 4개, 버디 3개, 이글 2개를 잡고 3언더파 68타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68-71-69-68)로 우승했다.

힘들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남서울코스를 정복하고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SK텔레콤오픈 우승 이후 1년 만이다.

유독 메이저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인 이상희는 우승하는 대회마다 굵직했다. 제55회 KPGA 선수권대회(2012년) 우승, SK텔레콤오픈(2016년) 우승, 그리고 이번 매경오픈 우승 등 3승이 메이저대회급이다. 메이저대회에 강한 이상희를 일컬어 메이저 사냥꾼이라 말한다.

첫 우승은 2011년 NH농협오픈 우승으로 당시 19세 6개월 10일로 프로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챙기고 KPGA 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이상희의 다음 목표는 한국오픈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대회를 마치고 이상희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역전 우승이다. 소감은?
하루에 이글을 2차례 기록한 것은 공식 대회뿐만 아니라 연습라운드를 포함해도 처음 경험해 봤다. 경기 초반 버디나 이글을 기록해도 바로 다음 홀에서 보기를 범해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경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따라 아침부터 굉장히 마음이 편안했고 긴장이 되지 않았다.

갤러리도 많았고 팬클럽이 따라다니며 응원을 해줘 힘이 됐다. 9번홀(파5) 이글 후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났는데 그 이후로 버디 찬스를 몇 번 놓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기 후반에는 약간 긴장감이 찾아왔지만 15번홀(파4)에서 내리막 퍼트에 성공하면서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시즌 초반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어 영광이고 올해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쁘다.

▲ 큰 대회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대회 보다 큰 대회 스케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하고 공식 연습일부터 최종라운드까지 체력 안배를 잘 하려 했다. 라운드가 끝나면 지나치게 연습에 매진하기보다 30분 이내로 끝내는 편이다. 또 경기 후 그날 라운드의 경기를 복기하며 생각을 많이 한다.

▲ 올 시즌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KPGA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주 KPGA 공식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관련 뉴스를 읽고 알게 됐다. JGTO 에서는 올해로 5년 차가 되어 어느 정도 적응기는 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유러피언투어에 진출하게 된다면 다시 새내기의 자리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한 가지는 한국오픈에서 우승 디 오픈 출전권을 얻는 것이다. 지난해 디 오픈을 경험했는데 대회 전 현지에 가서 적응 연습도 하고 컨디션 조절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대회에 참가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디 오픈에 참가할 수 있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

▲ 아직 일본무대에서 우승이 없다.
일본에 진출 한지 올해로 5년 차인데 아쉽게 준우승만 4번 기록했다. 2014년 JGT챔피언십 시시도힐스에서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지만 벌타로 첫 우승의 기회를 날린 뒤 그 이후 다소 흔들렸던 것 같다. 작년에도 SK텔레콤오픈 우승 바로 다음 주에 일본의 미즈노 오픈에서 기세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김경태 선수에 밀려 공동 2위에 머물렀다. 국내 무대에서와 같이 일본에서도 과감하고 다이내믹하게 경기한다면 곧 우승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 내일 어버이날인데 아버지가 응원을 오셨다.
카네이션을 미리 주문해 놓아 저녁쯤이면 집에 배달이 될 것이지만 역시 가장 큰 선물은 오늘의 우승 트로피가 됐다. 아버지(이홍식, 65)께서 2011년 KPGA 최연소 우승 기록으로 NH농협 오픈에서 우승 후 1달 뒤에 소세포폐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보다 약물 치료로 투병 중인데 호전을 보이다 최근 다시 악화되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이 대회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보이면 힘이 날것이라고 생각해 더 열심히 하게 됐다.

▲ 앞으로의 각오는?
완벽한 골프라는 것은 없지만 이루고자 하는 골프는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의 우승을 기반으로 제네시스 대상을 획득해 유러피언 투어에 직행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무대보다 KPGA 코리안투어에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19개 대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최소한 10개 대회 이상에는 꾸준히 참가하며 대상 포인트를 쌓겠다. 일본 투어와 병행하면 다소 강행군으로 힘들겠지만 컨디션 조절과 스케줄 조정으로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목표에 도전하겠다.

이상희 최종 성적
1R 3언더파 68타(버디 5개, 보기 2개) 공동 9위
2R 이븐파 71타(버디 3개, 보기 3개) 공동 12위
3R 2언더파 69타(버디 7개, 보기 5개) 공동 3위
4R 3언더파 68타(이글 2개, 버디 3개, 보기 4개) 최종 8언더파 276타 우승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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