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하신지 오래 되셨어요?"
임은주의 물음에 김 부장이 큰소리로 웃으며 대꾸했다.
"완전 초짜입니다. 용기가 없어 못하다가 큰 맘 먹고 얘 꼬드겨서 나온 거죠. 나도 아파트 안에서만 활개 치는 같은 방안 퉁수죠. 용기가 쬐끔 더 있다 그 정도. 골프로는 선배신 모양인데 잘 좀 부탁드립니다."
임은주는 김 부장의 수다에 이제 모든 의심을 걷어낸 표정이었다.
"성격이 굉장히 시원시원 하시네요. 전 임은주예요. 골프 시작한지는 오래 됐는데 누구를 지도해 줄 정도 실력은 못돼요. 앞으로 잘 지내요."
김 부장은 임은주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 골프채를 잡고 곧바로 공을 치기 시작 했다.
박 기자도 질세라 골프채를 바로 잡고 공을 치는데, 임은주는 골프채를 챙겨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왜 그만 가시려고요?"
"오늘 컨디션이 별로여서 공이 잘 안 맞네요. 일찍 들어가 쉴 까 봐요."
"그럼 약속을 미루시죠."
"좀 쉬고 나면 괜찮아져요. 걱정 말고 저녁에 봐요."
임은주는 김 부장에게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임은주가 나가고 나자 김 부장이 다가왔다.
"너 언제부터 아는 사이라고 그래? 난 쟤 인상이 좀 그런데 별로 느낌이 안 좋아.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데 왜 만나려고 하니?"
"이번 취재 실마리를 찾아줄 인물 같아서."
"조심해라. 너 여기서 들통 나면 미리 낸 레슨비 날아간다."
"걱정 마세요. 한두 번 장사해요?"
김 부장이 씩 웃고 자리로 돌아간 지 5분도 채 안돼서 심 프로가 들어왔다.
"두 분 참 열심히 하시네요. 점심을 너무 오래 먹어 죄송해요. 친구 녀석이 와서 얘기를 하다보니 좀 늦었어요."
심 프로는 박 기자에게 다가와 스윙 폼을 교정해 주고, 몇 번 더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부장에게 다가가 스윙 폼을 봐주다가 물었다.
"지금은 공을 맞추는 연습이 아니고요. 스윙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왜 그렇게 공만 맞추려고 해요?"
"골프는 공을 맞추는 게 아닌가요?"
"스윙을 정확히 잘 하면 공은 맞게 돼 있어요. 힘을 이용하지 말고 원심력을 이용 하는 거예요."
"거 참 오랜 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원심력. 학교 다닐 때 과학시간에 배우고 첨 듣는데요."
김 부장의 대꾸에 심 프로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심 프로의 말에 의하면 김 부장의 스윙은 도끼질 폼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온 몸이 출렁대서 춤추는 폼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김 부장은 심 프로의 조크나 놀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공을 날린다. 박 기자는 그런 김 부장의 용기가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계속>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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