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나보다 나이가 적네."
여자가 슬그머니 말을 내렸다. 박 기자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임은주라고 이름을 밝힌 그녀는 비교적 사교적인 여자였다.
"술 좀 할 줄 아세요?"
술이라면 자신 있는 박 기자는 대뜸 물었다.
"요즘 술 못하는 여자도 있나요? 조금씩은 다 하잖아요."
"잘 됐네요. 나 오늘 술 좀 마시고 싶었는데 한잔 할래요?"
박 기자는 처음 만난 여자가 술을 하자고 제안해 오자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어 멈칫했다.
"싫으세요?"
임은주는 기분이 상한다는 표정이었다. 박 기자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얽혀들었다. 이 여자를 통해 기사의 실마리를 찾을 것인지 시간 낭비로 끝나버릴지 아니면 이 여자가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 끌려들어가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었다.
"싫으면 관두세요. 난 그쪽이 맘에 들어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박 기자는 여자가 툴툴 털고 나오자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대답을 해 버렸다.
"몇 시에요?"
"끝나고도 좋고 시간은 언제든지요."
"전 저녁 시간이 좋은데…"
"그 정도 자유는 있어요."
"좋아요. 그럼 오늘 저녁 저녁식사 겸해서 만나죠. 어디서 볼까요?"
"글쎄요. 장소를 정해주시면 제가 찾아 갈 게요."
"와인 좋아하세요?"
"술 종류는 따지지 않아요. 와인도 좋지요."
"그럼 블루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봐요. 시간은 저녁 8시 어때요?"
"좋아요."
임은주와 저녁 술 약속을 끝냈을 때 김 부장이 들어섰다.
"일찍 왔구나? 인터뷰 어땠어?"
상황을 모르는 김 부장이 인터뷰 어땠느냐고 묻는다. 임은주에게는 가정주부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들통이 나버린 것이다. 박 기자는 또 다른 수습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임은주는 기회를 주지 않고 묻는다.
"인터뷰라니요? 저 분은 누구예요?"
"아, 주부 잡지에서 주부고민 뭐 그런 거 인터뷰하자고 해서 나갔었어요. 저 분은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언니에요."
박 기자는 김 부장에게 눈치를 주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눈치를 알아 챈 김 부장이 다가오며 터프한 성격을 드러냈다.
"어머, 방안 퉁 수 새침 떼기 아줌마가 웬일로 친구도 사귀신 모양이네. 안녕하세요? 저도 아는 체 좀 하고 지내도 되죠? 난 얘보다는 언니예요. 여기 끌고 온 게 나거든요.“ <계속>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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