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박 기자의 겸손에 여자가 씩 웃고 지금 아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전에 김 회장님 지도가 위력을 발휘 하나 봐요.”
“보셨어요? 그 분을 잘 아시나 봐요?”
“어머, 그 분을 모르세요?”
여자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사진=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뭐 하시는 분인데요?”
“재계에서 알아주는 분인데 모르셨구나. 대단한 재력가이고 매너도 좋으시죠. 그런데 누가 먼저 말 붙이셨어요?”
“그 남자분요.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회장님은 관심 없는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걸거든요.”
“참, 별난 아저씨네요.”
“그쪽은 관심 없으신가 봐요?”
“관심 있을 게 뭐 있나요?”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연습장 오는 아줌마들은 그 분 하고 말 한번 터보는걸 영광으로 아는데…”
“이상하네요. 저는 이해가 안돼요. 전 처음에 제비족인 줄 알았어요.”
“제비들은 척 보면 알죠. 꽃뱀들도 그렇고요.”
“꽃뱀이라고 했나요?”
“네. 골프연습장에 꽃뱀이 꼬이는 거 몰라요? 그리고 꽃뱀은 아니어도 골프는 뒷전이고 괜찮은 남자 사귀러 오는 여자들도 많다고요.”
여자와 박 기자는 마주보고 서서 수다를 떨었다. 여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난 처음에 당신이 그런 여자들 중 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내 감각도 빗나가는 걸 보니 좀 그래요. 미안해요.”
“어딜 봐서 제가 그렇게 보였어요.”
박 기자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여자는 민망한 듯 얼굴을 실룩여보이고는 박 기자를 훑어보았다.
“그 정도의 몸매와 미모, 그리고 애교까지 남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추었고, 항상 괜찮은 남자 앞에서 연습을 하더라고요. 빈자리도 있는데도…”
“그런 오해도 있을 수 있군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심 프로가 첫날 레슨 해준 자리를 찾아가는 것뿐이었는데, 졸지에 꽃뱀? 아님 남자 꼬드기는 여자가 될 뻔 했군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여자는 진심으로 미안 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람이 겉모습을 보고 누굴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인지를. 김 회장이란 남자를 박 기자 자신은 제비족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고, 그래서 접근해 보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뭐야?’
함부로 의심하지 말자고 다짐해 놓고 박 기자는 여자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비밀을 캐내고자 다가섰다.
“우리 커피 한잔 안 할래요?”
“좋아요. 나도 여기 오면 외톨인데, 우리 친구 할래요?”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박 기자는 취재 대상이 꼭 남자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들어가기 위해 여자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계속>
유현숙 작가｜be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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