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과 블랜딩
블랜딩은 풍부하고 조화로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여러 품종을 배합하는 것이다. 노하우와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보르도의 오랜 블랜딩의 전통이 바로 보르도 와인의 위대함과 명성의 비결이다.
보르도 와인의 진수
보르도 와인은 블랜딩와인이다. 일반적으로 각기 다른 포도 품종, 포도밭, 떼루아르에서 난 포도를 배합하여 와인을 생산한다. 단일 품종와인이 유행하고 있는 마당에 왜 굳이 블랜딩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와인을 블랜딩하면 각 품종의 품질이 향상된다. 블랜딩 기술이 완벽하기만 하다면 떼루아르 고유의 특징이 살아나고 블랜딩한 포도 품종들의 성격이 더욱더 아름답게 표현된다. 이처럼 1+1=3을 만들어내는 블랜딩 기술은 보르도 와인의 진수라 할 수 있다.
기후에 적응하기
각 빈티지마다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면서 블랜딩을 하게 된다. 포도나무의 수령, 태양의 방향, 위치, 토양의 성격, 포도밭의 상태, 그리고 매년 다른 기후 조건 등에 따른 다양한 포도 품종들의 성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완벽한 결합을 위한 분리
일단 포도 수확이 끝나면, 와인 마스터는 포도 품종 별로, 경우에 따라서는 포도밭 별로 생산된 포도를 구분하여 각기 다른 양조통에서 양조한다. 이는 떼루아르와 포도 품종이 드러내는 다양한 표현력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섬세한 작업이 완성되면, 와인 마스터는 블랜딩 와인이라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모든 색상을 갖춘 일종의 와인 팔레트를 갖게 된다.
미래에 대한 상상
와인 마스터, 포도 재배자, 포도원 소유주와 양조학자들이 이렇게 생산된 각각의 와인을 시음한다. 이 작업은 그해 생산된 와인의 성공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시음 후, 최종적으로 생산될 와인에 어떤 포도 품종 와인을 얼마만큼 블랜딩 할 것인지 정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처, 열정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와인 양조 전문가들은 샤또 고유의 특성이 녹아있는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시음을 반복하게 된다.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도박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이 같은 과정은, 포도원의 역사와 포도나무, 그리고 토양에 관한 깊은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상호 보완적인 포도 품종
보르도의 레드 와인은 부드러움과 풍부한 알코올, 복합적인 아로마를 갖은 메를로와 와인에 구조와 부케, 장기 보관 능력을 부여하는 꺄베르네-쏘비뇽을 섬세한 비율로 블랜딩하며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선사하는 꺄베르네-프랑까지 때로 추가하여 탄생한다. 특히 메독 지방에서는 여기에 쁘띠-베르도 품종을 추가로 블랜딩하는데 훌륭한 구조감과 색상, 풍부한 아로마를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블랜딩의 비율은 아뺄라씨옹 별로 주로 생산하는 포도 품종에 따라 다르고 빈티지별로 또는 양조전문가의 감수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퍼스트와 세컨드 와인
큰 샤또의 경우, 포도원의 떼루아르를 잘 표현하면서 최고 성숙기에 접어든 오래된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나온 와인을 이용해 첫 블랜딩을 실시한다. 이때 생산된 와인을 포도원의 꽃 ‘퍼스트 와인’이라 부른다. 퍼스트 와인은 복합적이고, 아로마가 매우 풍부하며, 풍요롭고, 탄닌 구조가 좋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훌륭한 와인으로 놀라운 발전을 하게 된다. 장기 보관 가능한 와인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 블랜딩은 좀더 어린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블랜딩하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와인을 ‘세컨드 와인’이라 한다. 세컨드 와인은 과일향이 더 많고 부드러우며, 가격이 덜 부담스러우며 장기 보존 보다는 바로 마시기에 좋다.
이 두 종류의 와인은 같은 포도원에서 생산되어 공통점이 보이는 한가족과도 같지만, 각각 다른 개성을 뽐내며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네고시앙들도 블랜딩의 미학을 잘 이용하는데 동일 빈티지의 부담없는 가격의 보르도와인을 생산할때 이용된다.
자료제공 와인협회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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