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6] 님을 기다리는 비단길앞잡이

저보다 몇 배 큰 지렁이도 싸워 잡아먹는 곤충세계의 호랑이

산속 길을 가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단길앞잡이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야! 예쁜 곤충인데… 사진 찍어야겠다’면서 쫓아가지만 좀처럼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마치 내 길을 안내하듯 다가가면 풀쩍 몇 미터 앞을 날아가 나를 바라보고 앉는다.

그러면 잽싸게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모델은 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오기로 카메라에 담겠다고 또다시 다가서면 뒤도 안돌아보고 몇 미터 앞으로 날아간다.

빨리 따라오라는 듯 풀쩍 풀쩍 뛰어가기만 하며 약을 올리는 통에 지쳐버렸다. 한참을 뒤쫓다 지쳐 그냥 모른 척하였더니, 저도 지쳤는지 잠시 길을 쉬어가겠다며 길가에 살포시 앉는다.

등껍질이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생겼다 하여 비단길이라 이름 지어진 비단길앞잡이는 잠시 쉬는 시간에도 뭔가를 찾느라 분주하다.

딱정벌레목 길앞잡잇과에 속하는 비단길앞잡이는 암컷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지만, 수컷은 암컷과 사랑을 나누는 데에만 관심을 갖지 암컷에게 잘 보일 생각은 하지 않는 ‘간땡이가 부은’ 곤충이다.

녀석은 식성이 좋아 작은 곤충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식충이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지렁이도 싸워서 잡아먹고 사는 포식 곤충으로 곤충 세계의 호랑이라 불린다.

4월에는 열심히 먹이를 잡아먹고 5월초 짝짓기를 해 5월 중순이면 알에서 깨어나는 비단길앞잡이를 5월에 만났다.

‘무엇을 발견한 걸까? 아니면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열심히 움직이던 비단길앞잡이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주위를 살핀다. ‘짝짓기 계절인데…’ 짝을 찾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숨을 죽이며 기다려 본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는데… 비단길앞잡이도 초조하게 간절히 임을 기다리는 듯 입술이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보는 내가 더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