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골프는 실수의 게임이라고 한다. 완벽보다는 실수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스포츠 그래서 실수를 얼마나 적게 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무조건 자신이 잘 쳐서 이기겠다는 마음보다는 어떤 장애나 함정을 잘 빠져나가 실수를 적게해서 배운대로 해나가는 게 골프라는 게임이다. 많이 넣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적게 넣어야 이기는 지극히 절제된 스포츠이다.
◇멀리건(The Mulligan)-관용의 공
누구나 한 번에 완벽을 추구한다. 그래서 인간에겐 욕망이 존재하고 그러한 욕망으로 인해 인간세상은 성장을 추구하는 법이다. 첫 홀에서 티 샷을 실패할 경우 카운트없이 실타를 구제해 주어 한 번 더 치게 하는 것이 멀리건이다.
이처럼 얼떨결의 일어난 실수를 인간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든다. 평소 실력으로 하면 능히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실수를 한다는 것을 좀체 마음에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원대한 꿈을 갖고 모처럼 필드에 나와 티에 선 첫 홀부터 실수가 나면 그날의 골프는 김이 새는 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퍼들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동반자에게 간절히 요구한다. 하지만 쉽게 용납이 안 되는 수도 있다. 정식경기나 내기골프가 무르익으면 용납이 되지 않는 법이다.
그걸 허용하게 되면 결국 제대로 공을 보낸 동반자들은 피해의식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형평성에 입각해서 동반자들에게 멀리건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대회든 친선이든 경기가 생기를 잃기 마련이다.
한때 미국 대통령 클린턴이 자주 멀리건을 했다고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아무리 대통령의 권한이라도 골프장에 와서는 함부로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명시하고 빈정거림을 샀던 것이다.
무슨 대통령이 원칙도 안 지키고 왜 저래 하는 비아냥꺼리가 됐고 퇴임 후에도 그 버릇은 고쳐지지 않아 동반자들에게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전한다.
퇴임하니까 잘 주던 멀리건과 기브를 잘 주지 않더라고 한국의 모 전직 대통령의 토로도 있고 또 박정희 대통령은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자랑했지만 필드에서 공은 정직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을 잘못 쳐도 홀 주변에 포진한 경호원들이 몰래 공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전한다. 어쨌든 그건 골프의 본령을 벗어나는 일이다.
멀리건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많다. 캐나다인 David Mulligan이 몬트리올 근교의 Lambert 골프장에 친구를 차로 데려다 주는 대신 첫 홀에서 실수할 때마다 한 번씩 더 치게 했다는 설이 있다. 멀리건씨가 후에 뉴욕으로 이주해 명문 Winged Foot의 멤버가 된 후 이곳에서도 첫 홀에서 실수할 때마다 한 번식 더 치게 하자 멤버들 사이에도 서로 인정하게 되어 관례적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또 하나의 설은 maul it again.(다시 한번 때려라)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즉 이 문장을 빠르게 발음하면 머리-게인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 귀족 Thomas Mulligan이 자주 마음대로 공을 치자 이를 일반 골퍼들이 따라하게 된데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또한 멀리건을 ~breakfastball 또는 시간에 따라 lunchball이라고도 부르는데, 아침도 안 먹고 또는 점심도 안 먹고 와서 공복 상태에서 실수를 했으니 관용을 베풀자고 하여 이와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이 사회에서 관용의 공이 활발해진다면 세상은 참 부드러워 질 것 같다.
◇언플레이어블(unplayable)-병든 공 살려내기
자신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후방으로 2클럽 길이 내에 드롭한 뒤 1타 부가 후 다시 공을 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도저히 못 치겠다. 다시 치겠다는 자괴와 자학이 함께 스며있는 절규다. 악마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공. 내심의 미소를 띄우며 동반자들은 그저 기분 좋게 들어만 주면 되는 것이다.
허나 괜한 고집부렸다간 철퍼덕거리다 몇 타 까먹지 말고 깨끗하게 1타 정도 접고 들어가는 게 더 현명한지는 모른다. 까불닥거리는 인간에게 더 겸손하길 기다린다.
◇기브 업(Give up)-경기를 포기한다는 뜻
이번 라운드에선 내가 졌다 네가 이겼다 배 째라 식이지 뭐. 나 기권하고 그냥 카운트에 신경 안 쓰고 마음 편하게 공이나 칠 테니 내 스코어는 세지 마라. 캐디 아가씨! 자칫 엄포일 수도 있으나 자포자기일수도.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분노의 표출이다.<계속>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정호｜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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