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 축구국가대표팀.[사진제공=연합뉴스]

[골프타임즈=정불휘 기자]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했다. 무의미했던 월드컵이었다. 한국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며 뉴욕타임즈는 혹평을 가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지구촌 최고의 축구 잔치인 FIFA( 국제축구연맹 · 회장 : 제프 블래터 )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이룬 성적은 패배다. 이번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펼쳐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은 1무 2패, 승점 1점에 그치며 조별리그 H조에서 꼴찌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마지막에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월드컵이었다”며 한국의 월드컵을 ‘실망’이라는 단어로 뉴욕타임스는 표현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당당하게 ‘원정 8강’이었다. 물론 스포츠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지구촌의 인류가 같이 참여해 스포츠를 통한 친선과 화해를 도모하는 축제정신이라고 하지만 대회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순위를 무시하는 건 참 공허한 울림으로 들려 올뿐이다. 약자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외국 언론에 비친 것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침울한 사회분위기 국면전환으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던 네티즌도 비난을 쏟아냈다. 밤잠을 자지 않고 또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새벽에 치르는 경기를 위해 밤을 새우며 응원을 하던 이들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월드컵 무승 탈락’에 대해 ‘실망’을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성적에 실망감을 끝내 감추지 못했다. 물론 선수 각자가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겠지만 “칭찬으로 마무리 하지마라. 세 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력에 예선부터 게임당 평균 득점이 1점도 채 안되는데 무슨 수로 이기나”라고 대표팀을 질책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라고 단정 지었다. 이는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었다. 선수들 황금세대라는데 겉멋만 잔뜩 들었다”라며 2014 브라질월드컵을 평가했다. ‘언제까지 잘 싸웠다고만 해야 하나’, ‘퇴보하는 한국 축구’, ‘국민 세금으로 경험 쌓으러 갔나’, ‘수준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잘 가세요 홍감독’ 등 부정적 반응이 네티즌 사이에 쇄도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도 ‘무승 치욕’이라면서 이는 예고된 축구 참사다. 경기력 좋고 경력 있는 선수들을 선발해야하는데 해외파 벤치 신세들을 선발하고 K-리그는 무시, 히딩크 이전의 한국 축구로 되돌아갔다는 악평도 쏟아냈다.

다음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다. 앞선 축구의 운영행태를 보면 개인기의 역할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메시나 호날두가 그렇듯 ‘선수 개인’이 ‘하나의 전술’이 돼 팀 전체를 주도하는 ‘원맨팀도 전략’도 생각해 볼 전략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호의 세 경기를 보면 ‘에이스’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특히 감독이 축구협회 수뇌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온다. “이런 부진은 축구협회의 내부 정치도 한몫했다. 기업의 오너처럼 자기 라인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며 잘라낸다. 감독을 선임하는 기술위원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축구관계자는 지적한다.

어쨌든 한국 사회는 지금 여러 가지로 큰 사건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와중에 국민들의 에너지를 다시 활성화하면서 신바람의 불씨를 축구가 피워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패배’나 ‘절망’이라는 단어만 가슴에 안겨주게 되어 안타까웠다.

한국 경제가 IMF체제하에 들어갔을 때 박세리란 10대 어린 소녀가 혈혈단신 미국 땅으로 건너가 세계 골프 메이저 대회를 차례로 제패하면서 침울한 한국 사회에 신바람의 불씨를 지핀 것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국인은 언감생심 세계무대에 진출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고 우승 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것은 10대 어린 소녀가 생면부지의 적지에 나가 세계대회를 하나 둘 제패하면서 민족의 기개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쾌거는 영원히 회자되는 역사적 골프 업적이 됐다. 그 뒤를 이어 선수들의 선전에서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하면 6.25전쟁의 침울한 이미지만 각인됐던 것을 골프가 깨끗이 갈아치웠다. 우승컵을 들고 환히 웃는 한국낭자들의 젊고 화사한 얼굴이 한국의 이미지를 확 바꿔버린 것은 대단한 국위선양이다.

일제 강점기 때도 그랬다. 어린 연덕춘 프로도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 1941년 일본오픈에 우승하면서 일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국민들의 억눌린 울분을 한껏 풀어준 쾌거는 어디에 비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크게 보도되지 않았고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대회에 일본대표로 출전한 손기정 선수가 우승한 것은 각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호외를 뿌린 것에 비하면 너무 홀대상황이라는 점이다. 또 1988년 미국무대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출전해 우승한 구옥희의 쾌거도 몇 줄 처리 됐고 결국 올림픽에 묻혀버려 제대로 평가 받지도 못하고 홀대를 당한 것도 가슴 아프다

한국의 골퍼들은 해외 경기에 나갈 때도 아마추어들은 자비로 나가서 승전보를 알렸고 또 프로들의 잦은 승전보가 전해와도 국내 언론보도는 미약했고 대중들에게 홀대를 받던 것에 비하면 축구는 성대한 환대와 국민적 응원을 받고 엄청난 지원금도 받으며 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별로였다. 국가 세금만 잔뜩 들여서도 그 효과는 미미하게 드러나고 실망감만 안겨주었으니 더욱 안타깝다. 내가 골프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어서 그런 섭섭함을 드러내는 지도 모른다. 물론 축구가 국민스포츠라서 그만한 대우는 받아야겠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외화획득의 알찬 역군이 된 골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홀대가 이만저만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새삼 비교가 된다.

축구가 국민의 열광적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우고 부족한 엔돌핀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긍정적인 단면도 있지만 축구 이면엔 비정상적인 에너지를 다른 쪽으로 몰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은 정란에 휘둘리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광복 후 50년간 성장과 생산성 중심의 패러다임에 맞춰 살아왔다. 사회 시스템도 경제관련 법체제도 그것에 맞춰져 왔다. 생산성, 성장만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인 물질만 가치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다. 이때 엔돌핀이 발산하는 신바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엔돌핀은 중독성 홀몬으로 고갈되면 또 다른 중독은 원하는 감염성이 있다. 한국사회도 성장과 생산성에 맞춰 살아왔다. 인본주의는 내팽개쳤고 사람들은 새로운 균형적인 삶을 원하지 않았고 사회 시스템도 그랬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폭력이 팽배했던 사회분위기여서 뒤집어 보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축구로 희석시키려 했다고 사회학자는 지적하고 있다.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에너지가 축구로 모이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만든다. 그 예는 2002년의 우리나라의 불안한 상황에서 그렇게 엔돌핀이 넘쳐나는 과잉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경험했다고 본다. 사회가 불안한 나라일수록 축구에 열광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지구촌 나라를 보면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가 태반이다. 축구광적인 우루과이 등은 축구전쟁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축구 좋아하는 나라를 보면 대부분 사회가 요구하는 엔돌핀 과잉 사회가 되고 있다고 모 사회학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높은 스칸디나비아반도 나라라든지 덴마크, 싱가폴 등은 축구경기에도 나오지 않고 관심도 없는 나라들이다. 그들은 국민 스스로가 욕망을 내려놓고 자성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비우고, 약자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그 반대되는 가치를 갖고 살아가는 나라는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가 많다고 언급한다. 어쨌든 우리가 익숙한 신바람 문화대로 세월호 사태에 국민전체가 트라우마 속에 침몰하고 허덕일 때 축구를 통해 다시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려던 작은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대중들은 이번에도 그런 불씨를 바랬지만 결국 실망만 안고 말았다. 신바람의 기질을 가진 한국 사회에 결국 찬물만 끼얹고 만 셈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엔돌핀 과잉의 문화를 벗어난 균형감을 가진 좀 더 성숙한 국민적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엔돌핀 과잉은 냄비근성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신바람 문화에 기대고 있는 한국인의 기질을 감안해도 이번 월드컵 축제는 ‘무승 좌절’의 치욕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축구가 국민적 환대로 열광할 때 골프는 뒷길을 묵묵히 걸으면서도 이렇게 외화 획득과 국위 선양을 하는 것에 비하면 축구는 단지 국민 대중 스포츠라는 명분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비교가 된다. 국민의 스포츠인 만큼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하는데 국민에게 비탄만 안겨 준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정불휘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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