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홍보와 성장기에 들어선 한국 프로골프계의 육성과 골프붐 조성을 위해 창설됐으며 민간 기업이 스포츠마케팅 일환으로 골프를 도입한 첫 대회였다.

▲사진=1976년 국내 최초의 스폰서 대회인 오란씨오픈골프대회, 관악CC(당시는 현재 서울대 캠퍼스 자리)에서 초대 우승자 조태운과 대회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사진제공=KPGA]

오란씨오픈골프선수권대회(1976~1987)
국내 최초의 스폰서 대회로 청량음료 오란씨의 홍보와 성장기에 들어선 국내 프로골프계의 육성과 골프계 붐 조성을 위해 창설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오란씨오픈골프선수권대회는 1976년 10월13일부터 나흘간 관악CC(현, 리베라CC)에서 총상금 150만원으로 프로골퍼 45명과 아마추어 골퍼 36명이 출전한 가운데 개최됐다.

민간 기업이 골프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했다는데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오란씨라는 제품 이름을 대회의 명칭으로 사용해 국내 최초로 스포츠 마케팅을 접목시켰다

동아제약에서 시판한 청량음료인 오란씨의 홍보와 성장기에 들어선 국내 프로골프계의 육성과 골프계 붐 조성을 위해 창설됐다. 아울러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업이 골프를 도입한 첫 대회였다. 동아제약 강신호 사장의 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대회 창설에 한몫했다.

대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질적, 양적인 규모가 커지고 1980년(5회 대회)부터 여자 프로골프부를 신설해 스폰서 대회 중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가졌다. 여자부에서는 구옥희(故人)가 우승(관악CC, 3오버파 147타)했다. 구옥희는 1980년 쾌남오픈, 부산오픈 여자부에서도 우승 국내 최고의 여자 프로골퍼로 떠올랐다. 1982년 여자부 우승(용인CC, 이븐파 144타)도 구옥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1987년에 열린 12회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후 일간스포츠오픈골프선구권대회와 통합되면서 일간스포츠포카리오픈골프선구권대회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대회는 프로골퍼의 저변 확대와 경기력 향상 등 골프계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골프대회를 개최하게 하는 안내자 역할도 했다.

역대 대회 개최 골프장을 살펴보면 관악CC(현, 리베라CC)가 10회로 가장 많았고 남서울CC와 용인CC(현, 양지파인CC)에서 각각 1회를 개최해 당시 프로골퍼들은 관악CC 코스 공략에 노력과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대회 역대 우승자는 조태운, 김승학, 한장상, 이강선, 조호상, 최상호, 이명하, 박익순, 최윤수, 조범수 등 총 10명이다. 이중 최상호만 유일하게 3연패(6, 7, 8회 대회)를 달성했으며 나머지 대회는 모두 다른 우승자를 배출해 스타 등용문이라는 애칭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12회 대회를 치르는 동안 5회(2~5, 8회 대회)나 역전 우승자가 탄생됐고 연장전을 펼쳐 우승자를 가린 경우도 3회(1,9,10회 대회)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타 차이로 승부가 가려진 경기도 6회에 달해 대회의 우승자는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대회 초대 우승자는 조태운으로 김석봉과 함께 4라운드 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해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3라운드까지 동타를 이뤘고 최종일 경기 역시 동타를 이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렸다.

1985년 관악CC 구코스에서 열린 10회 대회(총상금 2천5백만원, 우승상금 5백만원)는 골프사에 남을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종일 경기를 모두 마친 결과 박익순과 박시환, 김덕주, 조태운까지 모두 4명이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연장전을 펼친 것이다.

서든 데스(sudden death)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은 10번 홀(파4, 305m)에서 열렸다. 박익순, 박시환, 조태운, 김덕주 순으로 티샷해 박익순과 박시환은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으나 조태운, 김덕주는 좌측 OB를 범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나머지 두 선수는 파(par)로 마무리해 두번째 연장전을 맞이했다. 11번 홀(파5, 543m)에서 박익순은 1.5m 버디 퍼팅, 박시환은 3.5m 버디 퍼팅을 남긴 긴박감이 넘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결과는 박시환이 파로 마친 반면 박익순이 버디(birdie)를 잡으면서 우승했다. 박익순은 대회 우승으로 프로 통산 1승을 기록했다.

한편 조태운은 최종일 경기에서 8언더파 64타라는 놀라운 기록을 작성하며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우승에 실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조태운은 이날 일찍 경기를 마치고 자신은 우승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골프클럽을 집으로 보냈고 목욕까지 마친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러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그때서야 조범수(당시 아마추어)의 골프클럽을 빌려 연장전을 치러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역대 최저 타수 우승 기록을 살펴보면 1982년(7회 대회)의 용인CC(현, 양지파인CC)에서 최상호가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또 18홀 최저 타수 기록은 조태운이 1985년(10회 대회) 관악CC(현, 리베라CC)에서 마지막 날 기록한 8언더파 64타다.

※ 서든 데스(sudden death) : 메달 토너먼트나 2인 이상의 동점자가 나와 토너먼트를 치러야 할 때 채택하는 연장선의 한 방식이다. 플레이 오프로써 1홀씩의 스코어로 승패를 가리는 방법을 말한다.

※ 버디(birdie) : 사전 상으로는 기준보다 한 번 덜 쳐서 홀에 넣는다는 의미이며 골프에서는 파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홀인하는 것을 뜻한다. 버디의 유래는 1903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애틀랜틱시티에 사는 스미스라는 골퍼가 한 홀에서 파보다 1타 적게 홀아웃한 뒤 ‘That's a bird of a shot'이라고 외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글(eagle), 더블 이글도 버디에서 파생되었다.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