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아이돌 구나운, 지친 트로트에 감성을 불어넣다

[골프타임즈=고경수 기자]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되네요”를 반복하는 구나운의 표정에는 긴장보단 자신감이 보였다. 10년차 노련한 신인 트로트 가수 구나운. 신인이라도 10년 짬 정도 먹어보면 자연스레 관록이란 게 생기나 보다. 굳이 인터뷰 자리가 아니어도 그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었다.

트로트 아이돌 구나운은 9월 말에 데뷔한 신인이다. 그것도 이제는 한물갔다고 생각하는 트로트계의 신성이다. 곡조차 기존의 정통 트로트나 댄스를 겸비한 세미 트로트가 아닌 트로트 발라드다. 그리고 방송 출연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으레 인기스타들이 한 번쯤 겪는 검색어 1위, 가수들이 목표로 할 만한 음원차트 1위도 해봤다. 이쯤 되면 주목을 안 할 수가 없다. 한 유명 라디오에 출연한 후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선 본인도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자신의 첫 쇼케이스 때 가족들이 자신의 노래를 보고 놀라워했다고도 말한다. “어렸을 때 노래 못 부르던 놈이 가수된다고 집 나가선 뭐하나 했나 봅니다. 근데 제 노래 듣고서 놀란 거죠. 아! 이놈이 이렇게 변했구나 하면서요” 노래 못 부르던 구나운은 자신만의 노래 잘 부르는 법을 알려줬다. “노래는 자신의 감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남들이 어떻게 말하건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끝까지 불러야 자기만의 ‘끼’가 생기는 겁니다”

잘 생겼다기 보다 곱상한 외모와 두드러지는 미성, 둘 다 트로트 가수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모습이 마치 부잣집 도련님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질문을 하자마자 구나운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집이 가난해서 밥에 물 말아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쌀이 부족했으니까요. 전역하자마자 집을 나와야겠다고 결심이 들었습니다. 집에 빚이 많아서 입을 덜 생각이기도 했거니와, 그때가 아니라면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시간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거든요”

구나운은 10년 경력의 무명가수였다. 집을 나와 업소를 다니며 트로트는 물론이며 가요, 댄스, 랩 등 온갖 퍼포먼스를 다 해봤다고 했다. 온갖 고생이며,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는 그의 말에 무거워지려는 분위기를 “의상을 급히 갈아입다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아 망신도 당해봤고, 어두운 무대에서 떨어져 관객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습니다”라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그의 모습에서 신인 가수의 풋풋함이나 자신감, 허세보단 주의를 아우르는 노련한 중견가수가 보여주는 세월의 냄새가 났다.

무명 생활도 역시나 순탄치만은 않았다며 “무명생활 도중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지만 잘 안됐습니다. 전국 노래자랑에서 노래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이 사람 우승 후보라는 소리에 자신감에 넘쳤다가 업소 일로 가라앉은 목소리 갖고 노래 부르고 떨어졌을 때는 정말 실망 많이 했거든요. 노래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고 무명생활이라는 것을 힘들어 한 적도, 밤무대를 뛰는 것을 부끄러워 한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때뿐, 이게 없으면 과연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10년 동안 닦은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요섭 작곡가와 기적적인 인연을 맺고 본격적인 트로트를 배웠다. 그리고 만난 MSL과의 합작인 애별가(哀別歌)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구나운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많다. 애별가의 새로운 버전도 있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맞춘 캐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 구나운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보다 인간 구나운으로써 성공하고 싶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가 많은 제물을 가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수 구나운이 바르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특히 연꽃을 좋아하세요. 진흙 속에서도 화려하게 필 수 있는 꽃이라 제가 연꽃같이 되길 원하세요”라며 웃었다.

앞으로의 구나운은 성공하고 싶다. 물론 실패하길 원하는 가수는 없지만 구나운의 목표는 남다르다. “당장의 주목도 중요하지만 오래가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구나운에게로의 관심도 좋지만 제가 주목받음으로써 다시금 트로트라는 장르가 관심 받는다면 더욱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살짝 자신의 꿈도 말했다. “노래를 좋아해서 모창을 하다 보니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중에 누군가가 구나운의 모창을 한다면 굉장히 기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