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켄드릭 라마는 이번 1집부터 NAS의 1집 <Illmatic>과 동급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초특급 신인이다.

[골프타임즈=류효근 기자] 국내의 컨트롤 대란은 일단 잠잠하고, 진정된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컨트롤 대란을 제공한 원인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힙합 디스전의 원인이 됐던 미국의 컨트롤 대란과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본 이후의 결과를 말해보고자 한다.

◇핵폭탄급 루키의 전주곡
사실 컨트롤 대란의 <Control>은 국내힙합이 아닌 외국힙합 곡이며, 빅션(Big Sean)의 신곡이다. 이 신곡이 왜 한국에까지 와서 유명해졌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빅션과 피처링 작업을 한 켄드릭 라마에게 있다. 켄드릭 라마는 이번 컨트롤 곡의 피처링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래핑을 선보여, 미국에서도 들썩이게 한 바 있다.

“I'm makaveli's offspring, I'm the King of New York(나는 투팍의 자식, 나는 뉴욕의 왕)”이라는 가사부터 해서 최고의 MC들에 대한 언급으로 Kendrick(자신), Jay-Z(제이지), NAS(나스), Eminem(에미넴), Andre3000(안드레3000)을 언급한 가사를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Jermaine Cole(제이콜 : 11년 당시 가장 핫한 루키였다), Big K.R.I.T(빅 크릿 : 데프잼의 간판래퍼), A$AP Rocky(에이셉 라키 : 2010년대 전체를 통틀어 서부에서 가장 핫한 신인), Drake(드레이크 : 영머니의 간판래퍼), Big Sean(빅 션 : 카녜 웨스트가 발굴한 실력파 래퍼), Tyler(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 91년생의 젊은 래퍼지만 거물들의 칭찬이 마르지 않는 신인.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Mac Miller(맥 밀러 : 포스트 에미넴으로도 가끔 불리는 래퍼) 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내용은 “너희를 모두 사랑하지만, 모두 죽여버릴(murder) 것이다. 너희의 핵심 팬들에게 너희를 듣도 보도 못한 존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이며 단순히 경쟁을 넘어서 수준을 높이고 싶다는 가사로 마무리 지었다.

이 노래를 들은 미국 내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반응곡(response)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Eminem(에미넴)·Joell Ortiz(조엘 오티즈)·B.O.B(비오비)·Lupe Fiasco(루페 피아스코) 등의 ‘거물 아티스트’들이 맞불을 놔 관심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 대란은 심각한 겁니까?
스윙스가 두메인과 벅와일즈 레코드를 공격했고, 동시에 언더와 오버를 가리지 않고 광역도발을 걸었다. 맞디스곡이 29일 까지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그와 별개로 각자 이번 대란에 대한 견해나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추억속 아티스트도 등장했다. (MC한새와 양동근이 그 예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윙스는 거진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불을 지피며 판을 키운 꼴이됐다고 봐야한다. 이는 부정적 측면으로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이라 착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만들게 했으나, 긍정적 측면으로는 지금이 아니면 판에 낄 수 없는 아마추어들을 소개할 판을 짰고,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래퍼들 사이에서도 싸우지 말자는 내용의 SNS나, 그것을 Control 비트로 담아 전달하는 시도도 주목할 만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보자면, 미국에서는 ‘소모적이지 않고 상호 경쟁을 통한 상향평준화를 꾀하는 디스’를 운영해보자는 취지의 발단과 과정이었지만 한국은 ‘미국과 시작은 같았으나 개인과 개인간의 직설적 (인신)공격이 포함’돼 버린 형국이 됐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고 비즈니스를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같은 아티스트인 이상, 속까지 게워 싸우고 나서도 언젠가 같은 무대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오직 이 상황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것이 끝나면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무대에서 만날 것이다. 속풀이인 것이다.

그들의 디스가 자존심과 스웨거 문화 때문에 평행노선을 달릴 것이란 생각을 하는 일반인들이 많다.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들에겐 자존심도 중요하고 좋지만, 리스펙(respect : 존중, 존경심) 없이는 그 모든 것도 없다.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에서 자기 의견이 옳다고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래퍼는 없다는 것이다.(있어도 드물거나, 매장을 당하거나, 흑역사로 취급하곤 한다)

물론 이렇게 풀어가는 상황을 비꼬아 “어차피 세 달 뒤면 거짓웃음으로 만나는 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Jerry.K(제리케이)는 “곪았던게 터지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프기도 하다”며 지금은 아프지만 앞으로 풀릴 것에 대한 기대도 언뜻 내비쳤다.

양상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고, 오직 디스곡을 뽑아내는 아티스트의 결과로만 대체될 뿐이다. 제3자와 디스를 통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류효근 기자｜rhk7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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