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부산 아가씨 김보경(27ㆍ요진건설)이 지난 2008년 5월에 신설된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시즌 8번째 대회이자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E1 채리티 오픈(E1 Charity Open)’(총상금 6억원·우승 상금 1억2000만원) 정상 등극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5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김보경은 공교롭게도 2승 모두 신설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당시 첫 우승 때는 캐디를 대신했던 아버지(김정원·57)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오늘은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딸의 우승을 본 아버지는 뒤돌아서며 말없이 눈시울을 적셨다.

경기도 이천 휘닉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649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신설 대회 E1 채리티오픈 마지막 날 ‘슈퍼 루키’ 김효주(18·롯데그룹)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며 3라운드에서 보기 1개, 버디 4개를 잡아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을 밟았다.

김보경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9년째 아버지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아버지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보경이 중학교 3학년 때 심장 수술(심근경색)을 받은 아버지는 회복 이후 생업을 접고 캐디피를 아끼기 위해 딸의 캐디로 나섰다.

골프를 모르고 캐디백을 들다보니 대회장에서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때 라이를 잘못 읽어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버지가 자신보다 잘 본다고 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연세도 있고 체력적으로 힘든 아버지는 딸의 캐디를 하면서 종아리에 파스까지 붙이고 왼쪽 무릎에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라운드를 함께 했다.

“급한 성격의 아버지와 매사 낙천적인 딸은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많이 이해해주신다. 오랫동안 골프백 메고 다니고, 집이 부산이라 장거리 운전까지 하시다 보니 관절도 안 좋으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면서 우승의 기쁨을 아버지께 돌렸다.

김보경은 “이번 대회 개막 전날 밤 우승 재킷을 입고 우승컵을 들고 있는 꿈을 처음으로 꿨다”며 “매치플레이 우승만 했고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은 처음이라 기분이 날아갈 듯 좋고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렸다”며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보경은 스윙 코치가 없어 아버지와 함께 훈련한다고 했다. 이따금 필요한 부분만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자신이 스윙을 만들고 있다. 내 스윙을 10년 넘게 보신 아버지가 자신의 스윙 코치라고 말했다.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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