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구철초의 노래

가을 하늘이 선녀의 가슴으로 열릴 때
사뿐히 구름 타고 내려와
한 자락 산을 자리하고 피는 꽃

설움에 겨운 내 누이 떠나가던 날도
마디마디 향기 풀어 가는 길 배웅하던 꽃

새침한 너의 얼굴
이어 붙이고 끌어 붙이면
반짝이는 꽃향기로 세상이 따스했던 시절

이 가을 바라보면 기쁘지 않은 꽃이 없거늘
과연 너를 두고 하는 말이렷다

서늘한 바람으로 외로움 타는 시간
수줍은 꽃
신의 이름으로 너 구절초를 위하여
반려가 되는 즐거움을 배운다.

詩作 노트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 외로우면서도 고고하게 향기를 바람에 날리는 배려가 돋보이는 절기입니다.

늦가을 호젓한 산길 오르는 길에 홀로 피어 외로워도 제 할 일 다 하는 구절초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구절초를 닮아 보는 것도 감성이 풍부해지는 가을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비스듬한 산등성이 어느곳이든 마다 않고 피어나는 구절초, 그 명품의 향기를 훔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아담한 구절초의 반려가 되는 즐거움을 배우는 시간, 서운하고 마음이 급해지는 가을입니다.

시인 박종영은
문예사조로 등단해 30여 년 간을 시를 쓰며 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13회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 수상, 자연과 평화를 위한 시를 집필하며 늘 시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