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일희가 LPGA 투어 ‘퓨어 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사진제공=(주)볼빅]

[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미국 진출 이후 4시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이일희(25·볼빅)가 무명 반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일희는 27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 위치한 오션 클럽 골프코스(파73·6644야드)에서 열린 ‘미니 대회’로 축소된 올 시즌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두 번째 신생 대회인 ‘퓨어 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126타를 기록하며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1988년생인 이일희는 동갑의 용띠 골퍼인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 한국여자골프의 간판스타 ‘골프 지존’ 신지애(25·미래에셋자산운용)의 그늘에 가려 국내·국외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프로 데뷔 7년, LPGA 투어 4번째 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한국여자골프의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2004~2005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혀 2004년 아시아-태평양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06년 프로에 입문했다. 이일희는 나무랄 데 없는 스윙 자세와 샷 실력을 겸비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주저앉은 바람에 2008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2009년 MBC 투어 제2회 롯데마트 오픈 등 국내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준우승만 차지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한 번도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으나 LPGA 진출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2009년 LPGA Q(퀄리파잉) 스쿨에서 20위에 오른 이일희는 2010년부터 LPGA 대회에 출전했다. 절친한 친구 신지애에게 의탁해 미국에서 제2의 골프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생활 초반 신지애에게 신세를 많이 진 이일희는 미안한 생각에 독립을 결정했고 현재 모든 투어 일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소화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이일희는 가족이나 매니지먼트사의 도움을 받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혼자서 스케줄을 소화해 ‘독립군’이라는 애칭도 얻게 된다.

이일희는 2010년부터 2년간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자 2011년 말 한국에 돌아오려 했다. 그러나 2011년 KLPGA 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낙방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승부를 보기로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LPGA 무대에 전념한 이일희는 이번 대회까지 통산 5차례 톱 10에 진입하는 성과를 남겼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제67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해 존재감을 알린 이일희는 지난 6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하고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사흘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정상급 선수를 따돌리고 고대하던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일희는 경기 직후 “꿈만 같고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자식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 어떤 환경에서든 밝고 씩씩하게 행동하려는 속 깊은 효녀인 이일희. 벼랑에 몰린 상태에서 LPGA 우승을 이루는 기적을 연출한 이일희는 인생 역전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최양수 기자｜pluswa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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