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아까시꽃의 전언

아까시꽃이 피었다
돌아간 바람 다시 일어나고
하얀 추억이 피어난다

아까시나무 꽃 피워낸 건
뱁새 둥지에 뻐꾸기 알 깨었다는 소식
뻐꾸기 울음에 동구 밖이 시끄럽다

오래전 마술사를 따라갔던
아이들의 귀향이 피어난다

귀소본능이 멈추고
진땀을 흘리는 지구의 온난화

겸연쩍은 오월은
창을 열어
아까시향을 슬며시 건네고
뱁새의 설움 녹음이 감춘다

지금까지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아까시나무’는 콩과의 낙엽교목이고, 아카시아는 열대와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상록수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제부터는 아카시아꽃이 아닌 ‘아까시꽃’으로 불러야겠다. 가끔은 마스크 쓴 가짜에 익숙해져서 진실이 왜곡된 삶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더 많은 꽃향기를 숨기기 위해서는 견고한 밤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를 것들.  어쩌면 우리도 그런 복면을 쓰고 스며든 가짜에 더 익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역사도 왜곡되고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는 건 아닐까?  5월에 이르러서야 그 불편한 아까시나무의 진실을 무심코 넘겨본다.
꽃밥을 퍼 주며 향기로운 아까시향에 스며들었다.
푸른 동요를 남기고 동구 밖 추억이 된 꽃,  우리 함께  그 진실의 향기를 가슴에 품어볼까요?

시인 김영미는
2003년 문예사조에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기 광주지회 9대 지부 회장 역임, 시와수상문학 감사. 시집으로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버린다’ 착각의시학 제1회 시끌리오 문학상,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순암 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