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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하의 시詩시時 때때로 31회] 감기를 앓는 이유

여기는 비가 옵니다 지소하 시인l승인2024.04.10l수정2024.04.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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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지소하 시인] 독하게 감기를 앓았습니다.
데인 속을 달랠 요량에 목 뒤로 슬며시 들인 한기는, 데인 속보다 더 뜨겁게 며칠 몸을 달구더니 제풀에 꺾여 식어가는 중입니다.

시원한 손을 꿈결에 느끼며 애타게 그리던 임 오신 양 반가운 빗소리에, 세상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얼굴에 괜찮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바라만 봅니다. 지독한 감기 덕에 향기도 맛도, 느낄 수 없어 투박한 커피 잔만 손 안 가득 들여 봅니다. 잦게 들락거리는 신열을 잡기에 충분한 따스함이 전해져 오네요.

비가 내립니다.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는 꽃잎들은 어찌하라고 무심한 비는 그칠 줄 모릅니다. 뜨거운 커피 잔을 꼭 붙들고 있는데, 떨림이 가시지 않는 것은 비 때문인지 스산한 마음 때문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감기 중인가 봅니다.

감기를 앓는 이유

내 안에 불순물이 가득 차면
몸은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밀어내기 한판 승부를 벌인다

붉게 달아오른 뼈 마디마디
오장육부 구석구석에서
열과 성을 다해 박박 긁어내는
범접하지 못할 무소불위의 힘에 눌린 몸
허기 가득한 물을 뿜다가
질척한 속내의 물이란 물은

다 쏟아내야 한다

사랑의 열병이 이보다 더 뜨거울까
며칠 사경을 헤매듯 푹 젖고 나면
맑은 물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새살 돋는 기쁨을 고마워할 사이도 없이
떠나버린 사랑에 휘청이는 무릎 위로
아득한 별이 뜨고

열기 꽃 피웠던 가슴을 잠재우려
마셔보는 미지근한 물이
평행선조차 허락지 않는 사랑이라고
혓바늘 돋은 입안을 아프게 건드리며
쓰디쓴 목 넘김을 한다

시인 지소하
디지털 크리에이터, 삽화가,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팀 ‘하솔’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문학 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 동인지 '세모시' 등이 있다.


지소하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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