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딜러를 해온 그가 직장을 옮길 때마다 고객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 없고 포르쉐에 와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정신으로 고객들을 만나왔다. 그에게 포르쉐는 소유가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자신감이다.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포르쉐 마니아를 만나러 가는 동안 참 많은 상상(想像)들을 해봤다. 선입견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돈 많은 재력가, 탁월한 재능이나 능력이 타인보다 남다르기에 그런 호사(好事)를 즐길 수 있을까?

만남의 장소로 찾아갔을 때 작품을 전시해 놓은 듯한 매혹적인 자태, 그토록 잘 빠진 볼륨감 있는 실체를 드러내 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포르쉐가 눈길을 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동차 브랜드답다

예술의 전당을 지나 남부순환로에 위치해 있는 포르쉐(독일) 서초전시장에서 핸섬한 외모의 한 사내와 눈인사를 나눴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최동명(44·포르쉐 딜러· http://www.porsche-korea.com ) 씨였다.

직업은 수입차 공식 딜러. 12년째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대뜸 소유하고 있는 차종부터 물었다. 포르쉐 911 Carrera와 포르쉐 Cayenne Turbo S라며 귀뜸했다.

무슨 연고로 남들 한 대도 소유하기 힘든 차를 갖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폼이나 자랑으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자동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장을 찾아온 고객에게 최상의 응대를 하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먼저 판매하는 차의 장단점을 자세히 알고 있어야 고객에게 차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메이저 브랜드의 메이저 딜러로서의 자신감을 언제든지 갖고 있습니다.” 딜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랬다. 최동명 씨는 바로 이전 직장 BMW(독일)에서도 그랬고 첫 직장인 렉서스(일본)에서도 그랬다. 딜러로 있던 회사의 차는 모두 소유해봤다고 하니 그간 소유했던 차종만도 나열하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딜러를 해온 그가 직장을 옮길 때마다 고객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 없고 포르쉐에 와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정신으로 고객들을 만나왔다.

첫 입사해서 지금까지 판매한 차 대수는 대략 700대 정도이다. 억대 연봉의 수입을 자랑한다는 이 남자 현재 싱글이라고 했다.

딜러에게는 휴일도 없다. 영업직이기에 자유가 있는 대신 남들보다 자유로부터 구속을 받는다. 365일 연중무휴. 고객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최선을 다해 최상의 품질을 진심으로 고객응대를 해야 하는 직업이 자동차 딜러들의 삶이다. 연애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이 직업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최동명 씨의 또 다른 삶이 궁금했다. 태어난 곳은 일본이고, 중 고등학교는 보스턴에서 다녔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출신으로 한때 MBC 전문MC 공채2기로 입사한 이력이 있다. 당시 MBC에서 아나운서 대신 전문MC로 대체하는 바람에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내려놓았고 대우그룹 기조실 기획팀에서 근무했으나 결국 대우가 망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 무렵 새롭게 시작한 일이 실내포장마차였다. 집안 스펙이 워낙 좋은데다 보기와는 달리 까칠한 성격도 있어 왠지 서민적인 포장마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도전이 기자를 흥미롭게 했다. 주량은 소주 두병. 포창마차도 그리 오래하지는 못했다.

취미는 스키. 대학시절 무주스키장에서 스키강사를 할 만큼 수준급 스키 실력을 자랑한다. 2000년 일본에 머물렀을 때 향후 사업상 필요할 거라는 부친의 말씀을 듣고 골프에 입문했다. 레슨프로 없이 독학으로 배운 골프, 무슨 일이든 한 번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 하루에 600개의 볼을 때려 손이 찢어질 만큼 열심히 했다. 골프 실력은 보기플레이어 정도, 최근 스카이72골프장(인천 영종도)을 두 번 정도 찾았다.

“인생에 있어 선생님과 같은 골프는 현존하는 스포츠 가운데 가장 오랜 집중력을 요하며 마인드 컨트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좀 더 잘 할 걸, 그때 좀 참을걸… 골프를 해보면 매번 아쉬움이 남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인생이 운동장에서 달리기 경주 같은 것이라면 뛰어가야 할 결승점이 있다. 그 결승점은 인생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수입차 딜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멋진 인생,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남자 참 반듯하게 자랐고, 타인에게 굴(詘)하지 않으며, 자신감이 넘쳐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인생의 황금기를 딜러로서의 삶을 살았으며 내 스스로가 돈을 벌었다고 인정할 때쯤 딜러생활을 내려놓고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개인 사업은 노코멘트였다.

잘 생긴 얼굴 한 번 촬영해보자는 기자의 부탁에도 극구 사양 전시 차량을 몇 컷 촬영해 보긴 했으나 무한본능의 질주를 저버린 정지된 사진이 기자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향후 포르쉐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고 이야기의 끝을 내려놓아야 했다.

※ 포르쉐(Porsche) : 포르쉐가 처음 세워진 곳은 독일 뷔르템베르크 주의 슈투트가르트다. 포르쉐의 로고는 중세 때부터 사용돼온 뷔르템베르크 주의 문장과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이 결합된 디자인이다. 방패 안에 또 다른 방패가 들어 있는 독특한 모습의 로고. 말이 그려진 작은 방패는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이고, 큰 방패는 뷔르템베르크의 문장이다. 로고 디자인은 폭스바겐 로고를 디자인했던 엔지니어 프란츠 라임스피스(Franz Reimspiess)가 했다.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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