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 스님, 시인] 어느 듯 봄이 지나 여름,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한 아침이다. 4.19를 인접한 산을 뒤로하고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오른다. 세월은 여느 때나 변함없이 흐르고 있지만, 작년 이맘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불현듯 궁금한 마음이 일어난다. 때와 장소가 다르고 그 모습은 다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피고 지는 꽃과 나뭇잎 새들을 바라보며 한층 더 푸른 산을 안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해 본다.

정적가운데 들려오는 거슬리지 않는 자연의 어울림 소리와 크고 작은 새들의 날갯짓으로 분주함속에 알 수 없는 화음사이 개울 따라 흐르는 물의 속삼임은 산길을 오르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숨이 차고 힘은 들지만, 마치 꿈속의 무릉도원에 온 듯 황홀함과 무한 행복의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 잠시 틈내어 오르는 산행에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가 없다.

얼마전만해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지를 모르고, 가면 가는 것이고 오면 오는 것인 줄 생각하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렇게 무심한 마음으로 당연한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이웃의 건강 이상 문제를 접하고 나면서부터 자유로운 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것인 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발가락 하나만 잘못되어도 오를 수 없는 산, 손가락 하나만 잘 못 되어도 가장 먼저 불편한 것은 의식주의 해결이다.

그뿐만 아니다, 얼굴에 문제가 생기면 마음은 번하지만, 바깥에 나갈 수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울 것인지 평소에 몸이 건강할 때는 그 누구도 건강의 감사함과 행복을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욕심에 이끌려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것을 우리들일상의 생활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행을 하는 동안 싱그러운 녹색 빛 무언의 가르침에서 무한 만족을 느끼며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골골이 깊은 산속에서 살아 숨 쉬며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도 모두 흐르는 물처럼 진리에 순응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도...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