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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55회] 마음속에 핀 빨간 카네이션

아버지같이 따뜻했던 담임선생님 송수복 시인l승인2023.05.26l수정2023.05.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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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기념일이 많은 5월이라서 그럴까요? 유난히도 붉은 카네이션이 눈에 띄고 꽃 집 앞을 서성이게 합니다. 해마다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이 카네이션 꽃 송이에 그리움으로 맺힙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셨던 그 시절 국민학교 4락년 담임 오길록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시골에서 자랐고 학교는 5일 장터 근처에 있었습니다. 장날이면 점심시간 틈내서 장에 나온 엄니 한테 가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4학년 어느 장날도 엄니를 만났는데 바로 옆 옷 가게에 빨간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 손은 이미 엄니 팔을 끌어 당겼습니다. 그 옷을 사달라고 마냥 졸랐습니다. 엄니는 내 옷은 손수 지어 주셨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사줄 리는 없습니다.

때마침 담임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수업 시간 다 됐다고 빨리 교실에 들어가자고 하십니다.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엄니는 선생님께 가시네가 돈도 없는데 옷 사주라고 몽리를 부린다며 죄다 일러바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부형인 엄니 말은 이해하시면서 철없이 서럽게 울고 있던 제자인 내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예쁜 티셔츠를 선생님이 사주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선생님이었습니다.

나는 아버지 모습이 또렷하지 않은 어린 마음에 선생님들이 아버지처럼 따뜻하고 인자해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4,5,6학년 담임선생님이 우리 옆집에서 하숙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착한 학생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했었습니다. 심부름도 잘 하는 부지런한 학생으로 선생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방과 후 선생님들의 빈 도시락은 늘 내 차지였으니까요.

4학년 여름방학 숙제에 일기 쓰기와 글짓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안 계신 슬픈 마음을 일기장에 다 쏟아냈고 코스모스를 제목으로 시를 써 냈습니다. 그 과제물이 교내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때부터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선생님이 방과 후에 교실로 오라고 하셔서 설레는 마음으로 뛰어갔습니다.

선생님은 포장지에 무언가를 싼 채로 건내주시면서 집에 가서 풀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무척이나 무거워서 낑낑대며 들어다 엄니 앞에 자랑질 하고 기쁜 마음에 화들짝 풀어봤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나 이렇게 기쁠 수가! 공책,연필,크레파스 등등 졸업할 때까지 쓰라고 넉넉하게 사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집 형편을 잘 알고 계셨기에 아끼는 제자를 위해서 그토록 큰 선물을 안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따뜻했던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학교를 떠나셨습니다. 많이 슬펐습니다.

몇 달 후에 논산 훈련소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소녀 수복 보아라! 훈련병이 처음으로 너에게 쓴다. 하시며 공부 잘하고 일기도 꼬박꼬박 쓰거라 갑자기 떠나오게 되어서 미인하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를 하셨답니다. 그때부터 편지 쓰기를 좋아했고 펜팔을 즐겼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담임선생님들이 한결같이 나의 재능을 인정해 주시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모처럼 의지하고 따랐던 것 같습니다.

스승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카네이션 꽃 송이가 장날 선생님이 사 주셨던 빨간 티셔츠처럼 큰 기쁨으로 안깁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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