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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50회] 아픈 팔목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새삼 존경심을 갖게 돼 송수복 시인l승인2023.03.17l수정2023.03.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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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아직도 꽃샘추위가 얼굴을 차갑게 스치는 3월입니다. 봄은 입맛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이제는 김장김치에 손이 덜 가게 돼서 깍두기 김치를 담그려고 시장에 갔습니다. 먹기 좋게 썰어서 담을 요량으로 큰 무 두 개를 샀지요. 무게가 제법 나가 들기에도 버거웠습니다. 시원찮은 손목 때문에 배낭에 짊어지고 왔습니다.

이럴 때는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데 오늘따라 외출 중입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말고 아픈 손이지만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갖가지 재료들을 다 꺼내서 늘어놨습니다. 칼도마부터 믹서기, 대야, 등 주방에서 거실까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생각은 남편을 기다리고 아픈 팔은 낑낑대면서 왼손으로 버무리다 만 깍두기가 벌겋게 대야 속에 널브러졌습니다. 차라리 사서 먹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늦었지만 내심 반가웠습니다. 급기야 남편도 소매 걷어붙이고 들이댑니다. 예전에는 배추 100포기씩 김장해서 묻어둔 항아리 12개를 다 채웠습니다. 지금은 팔목 골절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전기밥솥이 맛있는 밥이 완성됐다고 밥을 잘 저어달라는데 주걱질도 버겁습니다. 숟가락 젓가락질도 고역입니다. 주부는 누구나 가족을 위해서라면 아픔도 감수해 가며 가사 일엔 기계처럼 길들여져 있습니다.

남편도 몇 해 전부터 수전증이 심해져서 손 떨림으로 일상을 함께 합니다. 우리는 밥상 앞에서 밥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더러는 음식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서로가 그러려니 이해하면서 덮어갑니다. 평소에는 그리 살갑지도 않고 토라지기 일쑤지만 늙어가면서 아픈 곳은 닮아간다고 누군가는 우리 부부에게 천생연분이라고 합니다. 듣기 좋은 덕담으로 그마저 위안이 됩니다.

요즘은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이 정말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의사 말은 수술도 어려우니 차라리 쓰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합니다. 글씨도 제대로 쓸 수 없고 그나마 이렇게 핸드폰을 이용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어차피 고칠 수는 없으니 포기하지만 남편도 나도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남편이 도떼기시장 같던 거실을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끝내는 동안 맛나게 버무린 깍두기를 아들 몫이랑 담아 놓으니 푸짐합니다. 성치 않은 손으로 함께해 준 남편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했습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도록 함께 마음을 써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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