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空花)

여백은
비어있기도 하고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소란스레 피어나던 공화(空花)들로
마음 한가득
무겁기도 하더니

비움의 미학이라
갈매기 나른하게 떠 있는
평온한 바다를 보듯

아무 일 아닌 듯
한점 지우니
빈 배처럼 가볍구나!
    -강병철 시인의 시 <공화> 전문-

[생각 하나]
비우고 채움 이원론의 이야기만이 아닌 듯!

우주 생성의 원리를 다 포함하는 천부경과 맞닿는다. ‘공(空)’은 ‘무(無)’ 혹은 숫자에선 ‘0’으로 환유된다. 공은 없는 것, 텅 빈 것으로 표출되지만 실상은 가득차서, 무진장해서 헤아릴 수 없는 원초의 우주공간을 말한다. 그 무한한 것에서 하나의 구체성 혹은 생명성을 획득하면서 나타나는 게 꽃이다. 하나의 구체성을 가지면서 셋의 작용으로 분화되는 것이 천부경에서 ‘일석삼극’의 은유다.

실체는 없지만 작용은 있는 것과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과 상통된다. 만공선사의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주창에 잇된 ‘만상이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고 일순간에 꽃이 진다’는 불교의 법어와도 맥이 통한다.

혜원스님의 시편 ‘공화’를 통해 오히려 구체화된 꽃에서 가득하고 눈부신 세계를 상상하며 공(空)과 색(色)의 세계를 일반인들에게는 방편으로, 문학으로는 시적 상상력을 통하여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거제 남부면 가라산 초입에 자리 잡은 관음사의 주지로 있는 혜원스님. 앞으로 펼쳐진 남해 바다에서 공을 건져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