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취의 하루

벼랑 아래 별다방 문을 열었다
후미진 길목이라
손님 들겠나 걱정들 해도
빗자루 든 마담의 발은
오늘도 리베로 탱고를 추는데
해종일 빈 의자에 파리만 오락가락
짙은 마스카라 무거운 눈꺼풀에 깔려
졸고 있는 저녁을 깨우며
유행 지난 뽕짝처럼 들어서는 한 사내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세 시간 째 엽차만 홀짝거린다
창밖은 어둠 짙어가고
금붕어 하품 잦아지고

[생각 하나]
최백호가 부른 ‘낭만에 대하여’가 갑자기 떠오르는 시편이다. 정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별다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여태 가보지는 못했다. 드러난 곳은 벼랑 아래 어느 후미진 곳이라는 것 밖에는 모를 지형이라 그런 곳이 한두 곳이랴. 아마 정수리엔 달빛이 흥건해지고 하얗게 엎질러지는 별들이 보이는 곳이라는데 그런 곳에 가서 차 한 잔을 기울이고 싶다. 더군다나 리베르 탱고가 되고, 짙은 마스카라, 피식 웃는 마담의 속절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별다방으로 가서 마담이 만들어 주는 차 한 잔 마시고 싶다. 내가 절벽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