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성복아! 밥 먹자!”

요즘은 사라진 소리지만 이십 여 년 전만해도 해거름 놀이터에 번지던 엄마의 밥 먹자는 외침은 반갑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했다. 해가 설풋 질 무렵이면 이 집 저 집에서 부르는 밥 먹자는 소리엔 가족과의 만남과 친구와의 헤어짐이 담겨있다.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밥상은 따로 차려지고 할머니와 함께 하는 밥상에서도 엄마는 늦었다. 숭늉까지 내놓고 나서야 밥상머리에 앉으셨다.

식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자 원초적인 욕구다. 예절이란 먹는 행위에서부터 시작이다. 조선시대 어린이 예절 교육서 『동자례(童子禮)』에 보면 밥상을 앞에 두고 먹을 때는 밥상과 거리를 너무 가까이 하지 말고 조용히 수저를 들어 차례로 식탁 가운데에 두고 급하게 먹지 말라고 나와 있다. 또 다른 사람과 음식을 먹을 때는 배부르도록 먹지 말며 손으로 만지작거리지 말고 한 입에 크게 집어 넣지 말아야 한다고 쓰여 있다.

밥을 먹을 때는 어른부터 시작한다. 밥상에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어른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저를 든 뒤에도 어른이 식사를 먼저 시작해야 아이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순서를 몸으로 익힌 아이들은 다른 모든 일에서도 순서를 지킬 줄 아는 아이가 된다.

밥을 먹는 중에도 쩝쩝 소리를 내지 않으며 국물은 숟가락으로 떠 소리 없이 먹는다. 입안에 음식이 보이지 않게 먹으며 어른들 말씀 중에는 끼어들지 않는다. 급하게 먹지 않으며 먼저 먹었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을 앞에 놓고 묵묵히 밥만 먹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독식하는데 정신이 팔려 상대를 잊어서도 곤란한 일이다. 식사 도중에 적절한 대화가 오가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의 밥 먹는 속도를 의식해야 한다. 젓가락질이 잠시 쉬는 틈을 타서 대화를 나누고 더러운 화제는 피해야 한다. 눈치와 배려가 없는 사람과는 겸상이 어렵다.

밥상머리에서 성격이 나온다. 편식하는 사람, 눈치 없는 사람, 배려 없는 사람, 고집스런 사람, 꽉 막힌 사람, 자기만 말하려는 사람, 자기 속은 전혀 털어놓지 않으면서 남의 이야기만 알려고 하는 사람, 그 많은 사람들을 알려면 밥상머리 예절이 중요하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도 식탁에 올려놓고 식사하는 현대에 가당 잖은 이야기라 하겠지만 기본예의를 알아야 예절에 어긋나지 않고 겸상을 할 수 있다.

밥으로 정을 나눈다. 따뜻하게 보듬고 안아주는 밥상에서 배려심을 배운다. 오늘도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 기다린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