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붉게 물든 단풍잎이 바닥에 뒹굴다 끝내 부서집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스산한 마음으로 서성이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 시누이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허리 수술을 받고 치유 중이라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며 시누이 내외랑 오빠 모시고 늦가을 바람이나 쏘이고 오자고 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자고 대답을 했고 남편도 벌써 시누 남편과 약속을 했는지 나갈 채비를 합니다.

우리는 함께 차를 타고 예전에 갔었다는 맛집을 향해서 서울을 벗어납니다. 그렇게 곱던 가로수에 마지막 잎새들이 쓸쓸해 보입니다. 저물어가는 우리네 인생처럼 처연해지기도 합니다. 보내는 가을과 맞이하는 겨울이 어우러지는 11월 끝자락 돌아가는 산등성이를 갸우뚱 거리며 눈여겨봅니다. 살짝 창문을 열고 넓은 들녘에 빛 고운 햇살을 보며 늦가을 정취에 취하려는데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와본 곳이라 생소하고 넓은 주차장과 특이한 건물에 눈길이 갑니다.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니 으뜸 착한 낚지 본점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뭐가 으뜸인지 궁금해집니다. 일단 홀 안으로 들어가서 4인석 자리에 앉습니다. 우리 네 사람은 가끔 잘 뭉칩니다. 시누이 남편은 대 가족으로 우애 깊은 처갓집을 늘 부러워하면서 자상하고 살갑습니다. 남편과는 결혼 전부터 한 회사에 근무했던 각별한 사인데 지금은 처남 매제 사이로 틈만 나면 함께하길 원합니다.

창가에 마련된 식탁에 앉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올려놓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먹을 음식들이 골고루 적혀 있는 메뉴에서 해물파전과 낚지 덮밥을 주문합니다. 밑반찬이 나오고 따끈한 미역국이 감칠맛 납니다. 그리고 당연히 서빙 아가씨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올 줄 알았는데 사람이 아닌 로봇이 옆에 서 있습니다. 깜짝 놀라며 어리둥절했더니 시누이 남편이 얼른 가져온 음식을 받아 놓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바쁘게 되돌아갑니다. 서빙 로봇을 처음 본 겁니다. 촌놈이 따로 없습니다.

로봇이 가져온 음식이 푸짐합니다. 탱탱한 낙지 살과 매콤한 양념이 침이 고이고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파전을 좋아하는 남편은 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통통한 새우 살과 낙지가 들어있는 파전에 푹 빠졌습니다. 입안이 얼큰하고 쫄깃쫄깃한 낙지 살맛이 역시 으뜸입니다.

음식을 가지고 열심히 홀을 돌아다니는 로봇을 보면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친구를 생각합니다. 요즘 들락날락하는 종업원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인건비도 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고심을 합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로봇을 직원으로 두면 편치 않을지 안타까운 생각을 해봅니다.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에 입이 호강하고 몸도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서 여유롭고 화창한 날씨도 한몫합니다. 잊을만하면 우리 부부를 불러내서 이곳저곳 맛집 찾아서 살갑게 챙겨주는 시누이 내외가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차례는 우리라고 궂게 약속을 건네고 사랑하는 모두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나길 기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