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국어사전에 ‘아량’은 ‘너그럽고 속이 깊은 마음씨’로 되어 있다.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상대가 다음 퍼팅에서 충분하게 홀인을 할 듯하면 홀인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컨시드’를 주는 것은 넉넉한 마음씨이다.

라운드하다 보면 아량의 뜻으로 ‘컨시드’라는 떡을 줄 수도 있다. 다만 떡을 일관성 없이 흔하게 주면 동반자들 사이에 마음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라운드를 하면서 상대방이 짧은 퍼트가 남아 다음 스트로크가 홀인한 것으로 가정할 때는 ‘컨시드’ 또는 ‘오케이’나 ‘기브’라고 한다. 하나 내기하다 보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그린 경사에 따라 옆 라인 같은 경우는 아무리 짧아도 인색하게 ‘컨시드’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상황은 부담되고 마음이 상한 탓인지 홀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 친선게임에서도 ‘컨시드’를 놓고 종종 논란되는 경우가 있다. ‘라이더스컵’ 같은 유명한 대회에서도 양 팀이 각각 40㎝ 거리의 퍼트에 대해 ‘컨시드’를 안 주는 일이 있어 저스틴 토마스가 당연히 기대했던 ‘컨시드’를 못 받으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퍼터를 눕혀 볼과 홀의 거리를 재는 제스처로 무언의 어필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추어 골퍼도 스킨스게임 등의 친선 라운드에서 ‘컨시드’를 주고받는 일이 많다. 심지어 홀아웃해야 하는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도 ‘컨시드’가 난무해 이와 관련해 몇 가지를 참고로 알아두어야 한다.

‘컨시드’ 의사는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컨시드’를 줄 때는 말이나 행동으로 확실하게 표현해야 상대방이나 다른 플레이어도 헷갈리지 않게 행동할 수 있는데도 들릴락 말락 혼잣말처럼 하면 안 되며 동반자 전체가 들려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컨시드’를 준 것으로 오해할 만한 행동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또한 ‘컨시드’는 한 번 주면 번복하거나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함께 라운드하는 친구 중 한 명은 가끔 심술 맞게 ‘컨시드’를 줬다가 취소하는데,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3퍼트가 되니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속만 부글부글 끓는다.

‘컨시드’의 일반적인 거리 기준은 퍼터의 그립을 제외한 거리로 약 60cm 정도의 눈을 감고 툭 쳐도 들어갈 거리인데도 큰 내기가 걸리거나 긴장하면 이상하게 벗어나거나 공이 홀의 뒷벽을 맞고 되돌아 나오기도 한다.

접대 운동이나 연장자를 모시는 라운드의 경우 배려차원에서 홀의 거리가 제법 남은 퍼트더라도 어느 정도 거리에서는 ‘컨시드’를 주기도 한다.

‘컨시드’는 홀컵까지 남은 거리와 경사도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있어 쉽게 남발하거나 인색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홀컵 주변에 ‘컨시드’를 인정하는 원을 그려 놓아 그 기준을 명확히 하는 때도 있다.

그렇지 못한 골프장에서는 라운드하기 전에 동반자들과 ‘컨시드’의 기준을 미리 정하거나 본인의 퍼터를 홀컵에 걸고 돌려 공이 걸리는 것은 ‘컨시드’라고 미리 결정해 놓으면 서로 ‘컨시드’로 인한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퍼트에 앞서 분명 ‘컨시드’ 거리 이내라고 판단해도 상대방이 ‘컨시드’를 주겠다는 신호를 안 하면 어쩔 수 없이 퍼트로 홀아웃해야 한다. 짧은 거리라고 스스로 ‘컨시드’를 주고 볼을 집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1벌타가 주어진다.

‘컨시드’를 주면 바로 볼을 집어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컨시드’를 주었는데도 볼을 집지 않고 애써 마무리 퍼트하는 골퍼들이 있다. 그러다가 볼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 심지어 “1타 더하라”나 “벌타다” 등으로 놀리는데, 이런 민망한 경우를 피하려면 ‘컨시드’의 ‘컨’자만 들어도 얼른 공을 집으라고 한다.

‘컨시드’는 최종이므로 컨시드를 받은 후 친 볼이 홀에 안 들어가도 타수가 가산되거나 페널티가 따르지는 않는다.

‘컨시드’를 받은 후 마무리 퍼트를 하는 행동은 규칙에 저촉되지 않지만, 상대의 호의를 무시한 데 따른 예의 측면이나 플레이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컨시드’ 후 마무리 퍼트를 하는 행동은 편을 짜는 포볼 매치에서 조심해야 한다. 만약 ‘컨시드’를 받은 플레이어가 볼을 집지 않고 마무리 스트로크를 했는데 그것이 아직 홀을 끝내지 않은 파트너에게 도움을 주면 그 파트너는 홀에서 실격된다.

적절한 컨시드 거리 기준은?
퍼트 거리가 어느 정도일 때 ‘컨시드’를 주어야 하는 규정은 없다. 빠른 내리막 라인일 경우 40㎝ 거리라도 ‘컨시드’를 안 주며, 브레이크 없는 쉬운 라인일 경우 1m 이상 거리라도 ‘컨시드’를 줄 수도 있다. 골프는 동반하는 상대가 있어 동반자들의 동의가 무엇보다도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친선 라운드에서는 퍼터의 그립을 제외한 나머지 길이 이내의 거리에서는 보통 ‘컨시드’를 주는 기준이 일반적이지만 퍼터 길이가 브랜드와 종류마다 달라 이것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어찌 보면 ‘컨시드’의 거리는 고무줄 같다. 그래도 라운드에서 일단 ‘컨시드’ 거리를 한 번 정했으면 종료될 때까지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운드하다 보면 돈내기가 걸리거나 배판일 경우 넉넉하게 주던 ‘컨시드’를 안 줘 심리적으로 긴장되어 쉽게 들어갈 공을 넣지 못하는 낭패가 생기기도 한다.

엿장수가 1분에 가위질을 몇 번이나 할까? 그것은 오로지 ‘엿장수 마음’이다. 그런데 ‘컨시드’ 길이가 엿장수 마음처럼 짧았다가 길었다가 하면 엿장수와 무엇이 다를까?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